
"섹스노동자란 용어 정말 기발하지 않아,
그 말
속에선 세상에 가장 오래 된 직업,가장 유서 길은 사회적 기능에 대한 존중의
예가 느껴져,
나는
사람이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섹스를 주물러
노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주 맘에 들거든.
쾌락도
일종의 노고일 수 있고, 억지로 도출해낼 수 있으며,
노력을
요함으로써 그로 인해 수당을 받을 수도 있는,
일정한
제약과 표준이 부과되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
말이야"
- 영화가 성적인 행위를 하는 여성의 '몸'에 눈길이 갔다면,
소설은 성적인 행위를 하는 여성의 '심리'에게 눈길이 간다.
'등장인물'이 아닌 '작가'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소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가 아닌 '손님'이 된다.
리얼과 철학의 만남, 실제 창녀였던 작가의 리얼리즘 가득한 직업 세계와 본인의 사유의 세계의 결합
어떤 이야기 보다 솔직하다, 하지만 솔직한게 결코 쉽지는 않다.
단순 호기심이었다. 영화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소설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뭐랄까. 이 소설에 대한 어떤 평점도 감상도 할 수 가 없다. 아마 경험해 보지 못한 문장과 전개, 인물
때문 일것이다. 이 소설은 당시 스물여섯 살이던 작가가 캐나다에서 5년간 매춘을 했던 경험을 녹여낸 자전 소설이다.
솔직히 '소설'이란 표현보다 '일기'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문장은 또렷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휘갈겨쓴 느낌이다. 쉼표에
쉼표 마침표가 나올때 까지 한 페이지를 꽉 체우고 그 흔한 여백이나
대화체도 없다. 전개는 진전없이 '되새김질'하는 듯한 그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자신의 부모에 대한 환멸, 스스로에 대한 증오, 성을 탐하는 남성들에 대한 조롱,
창녀의 삶을 살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콤플렉스 등 자기파괴적인 성향과 냉소가 반복된다. 인물은 실존 인물인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만큼
'리얼'하나 때론 리얼리즘을 철학과 엮어 복잡한 자신만의 사유의
세계를 구축한다. 고로 이 책은 솔직히 말해 '어렵다'. '창녀'라는 은밀하고 접하기 어려운 직업 때문에 단순 호기심에 시작할 수는
있으나, 막상 이야기와 구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창녀라는 직업에 대한 암울하고
우울한 이야기들과 그 직업을 선택하기 까지의 작가의 환경과 사회적 구조를
격하게 비판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한 장르는
소설이지만 재미가 목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이는
작가의 고백과 성찰을 듣는 '독자'가 아닌 '손님'에 가깝다.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에 대해 감정을 갖기 마련인데, 이 책은 작가의 독백만 줄지어 놓은
'사이코 드라마'에 가깝다 보니 작가와 대면하면서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작가 넬리 아르캉에 대해 감정을 갖게된다. 여성의 섹스를 파헤치는
급진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그녀가 스스로 선택했지만 사실 '내몰린'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 연민을 가지기도 하고,
자기파괴적인 성향과 역겨울 정도의 정신이상적인 작가의 성적 판타지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결론은 만약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자 한다면 경고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보다 솔직하다. 솔직한게 결코 쉽다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