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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시다 히로미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9년 5월
평점 :
[유니버설 매너]의 지도, 장애아 교육 강연 연간180회, 2014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피치 이벤트 TEDx에 등단, 강연 동영상 SNS 점유율(클릭) 5만건을 넘은 사람이 있다. 이 경력만 보면 대단한 명사(名士)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경력의 소유자는 한 평범한 주부이다. 물론, 평범한 인물이 이런 경력을 가지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적 장애 아들 출산, 남편의 급사, 본인은 대동맥해리로 쓰러지고,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된 기시다 히로미. 평범한 주부가 불운과 한계에 부딪치며 절망과 죽음을 생각하지만, 한 ‘계기’로 일어서게 된 이야기. 그 계기는 딸 아이의 충격적인 한 마디였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강렬한 제목에 펼치게 된 단단하고 따뜻한 이야기,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를 소개한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장애 아들 출산,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대동맥해리로 인한 하반신마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날 꺼내준건, 딸 아이의 한 마디였다.
어릴적, 기시다 히로미는 알콜의존증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 때문에 ‘착한 아이’로 자라난다. 남들의 얼굴을 살피며 태도와 행동을 하는 아이. 그녀는 실패하거나 남들과 다른 것을 무서워하는데, 이런 그녀에게 ‘남들과 다른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직장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 후, 23살에 첫 아이를 갖게 된다. 남편을 닮은 예쁜 딸 나미. 어린 엄마로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행복한 나날은 계속된다. ‘남들과 다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둘째를 출산을 하게 된 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첫 딸아이 때는 축하인사를 들었는데, 두 번째 아들이 태어나자 아무도 축하인사를 건내지 않는 것이다. 곧 그 이유가 ‘다운 증후군’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염색체 이상으로 낮은 지능과 독특한 외모를 가지게 되는 불치병, 기시다 히로미는 아들 료타가 평범하지 않으며, 자신 또한 남들과 다른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남편의 사랑과 지지로 차차 이겨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첫 번째 고비였을 뿐이었다.
갑작스레 의지가 되던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남편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야만 한 그녀. 그녀는 아이들을 보며 온힘을 다해 살아가지만, 어느날 급작스런 가슴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내원하자, 생존률 20%인 대동맥해리라는 병명을 진단 받게된다. 응급수술이 이어지고, 병상에 깨어나자 ‘하반신 마비’라는 참담한 현실앞에 놓이게 되는데... 죽을 만큼 괴로운 날, 딸아이에게 한마디의 말.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그 말 이후 모든 것이 변해갔다...
- ‘힘내’라는 말이 버거운 순간, ‘죽어도 돼’라는 말에 용기를 얻다.
어설픈 위로, 부담되는 응원을 하지마세요. 그저 함께 해줄 결의를 보여주세요.
끝날 것 같지 않는 '불운' 그러나 '불행'이 아니라 '절망'일뿐!
<사랑의 리퀘스트>란 프로가 있다. 장애인, 난치병 환자들이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이다. 그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려운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애는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와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후원을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데에 있다. 이런 프로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 책 또한 달갑지 않았다. 추천사의 일부분 처럼 울게 될 것이고, 분명 ‘나는 얼마나 축복받은 거야. 그런데도 이렇게 멍청하게 지내고 있다니!’ 같은 자기혐오게 빠질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마 대부분은 이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대부분이 없다. 평범한 사람의 ‘불운한 인생사’임에도 불구하고 슬픔과 우울감, 동정이나 연민, 다행스러움과 자기혐오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여성과 딸, 그들의 믿음과 사랑에 미소와 응원을 보내게 될 뿐이다.
지적장애아들, 남편의 급사, 사망률이 높은 병과 하반신마비라는 장애, 주변사람에게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괴감, 희망없이 반복되는 재활치료 등 한 평범한 주부에게 일어난 ‘불운’은 ‘절망’이외의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암울하기 보단 찬란하다. 슬프기보단 희망적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얼마만큼 불운했는가를 강조하며 눈물짜지도 않고, 홀로 싸우며 이겨내는 극적 감동 또한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없기에 좋다. 저자는 자신의 불운한 과거를 담담한 어투와 단조로운 글로 조그맣게 풀어낸다. 이런 그녀가 겪어온 뜻밖의 따뜻한 순간과 결연한 딸의 지지가 조금씩 그녀를 움직이게 하고, 불운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세상의 품으로 다시 뛰어들게 만드는 일련의 기록들. 이 책은 단 4페이지정도 짦은 일화들과 만화같은 그림으로 그 시간을 전할뿐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위기, 그 끝날것 같지 않은 불운의 연속들을 '불행'이 아니라 '절망'일 뿐이라 여긴다. '불행'은 행복하지 않은것,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가족이 있고, 무엇보다 어떠한 선택도 존중하고 그 순간을 함께 하겠다는 딸이 있다. (설령, 그것이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일지라도, 함께 해주겠다는 딸). 즉, 이 책은 주인공인 저자의 독무대가 아니다.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딸과 장애가 있지만 감동을 주는 아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대부분의 감동실화보다 좋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때론 어떤 위로와 응원도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포기해도 돼’라는 선택지를 주면, 역설적으로 일어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치 이 책처럼 말이다. '힘내'라고 떠밀거나 '할수있어'라고 일으켜 세우지 않는 이야기. 한 여성이 불운과 절망을 이겨내는 이야기지만, 홀로가 아니라 함께, 분투가 아니라 지지로 함께 서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딸의 믿음과 사랑이 더 빛나는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실화를 읽어보자. 울것같은 이야기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묘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약 4~6페이지 정도의 짧은 일화가 단백하게 실려있다. 또한 불행과는 거리가 먼 만화같은 그림체가 함께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하며, 울 것 같은 이야기조차 조그맣게 풀어내는 작가만의 '편한감성'이 있다.
일반 감동실화처럼 홀로 열정적으로 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딸과 아들과 함께 소소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