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깨깨 그림, 이길태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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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작가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엄청 난 인기를 끌었다. 이유는 그 소재가 ‘빨강머리 앤’이였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2030여성들 혹은 그 이상의 연령의 여성들은 ‘주름깨에 빼뱨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ost를 흥얼거릴 것이다. 캐나다 소설가 후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발표한 이 명작은 지브라 스튜디오의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손에서 ‘빨강머리 앤’ 제목으로 애니메이션화 되었다. 애니메이션의 선풍적인 인기로, 원작소설 또한 많은 방법으로 메이크되고, 리메이크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머리앤>은 원전을 넣되, 창작을 겸한다. 1908년 양갈레머리앤과 2019년 단발머리 앤이 등장하는 고전명작 ‘빨간머리 앤’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나 자신 외에는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설사 평생 다이아몬드로 위로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야.

나는 진주 목걸이를 한, 초록 지붕 집 앤으로 사는 것에 만족해,

분홍색 드레스의 부인이 보석에 갖는 애착 못지않게

매슈 아저씨가 진주 목걸이에 사랑을 듬뿍 담아 나에게 주셨다는 걸 나는 잘 알거든'


- 불행한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엉뚱하지만 솔직하고, 단정하지 못하지만 자유분방한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그녀를 다시 만나다!​


매튜와 마릴라는 농장 일을 도와줄 소년을 입양하기로 한다. 두 남매는 이제 나이가 먹었고, 농사일을 하기에는 매튜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서였다. 참견하길 좋아하는 이웃주민은 모르는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온갖 불행한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만류하지만, 마릴라는 입양한 아이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교육시키겠다고 다짐한다. 새 가족을 맞이하는 날,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역으로 마중나간 매튜는 생각지도 아이를 맞이하게 된다.

역에 있던 건 입양하기로 한 남자아이가 아닌, 작고 마른 빨간머리의 소녀. 그 소녀의 이름은 앤. 앤의 모습이 안쓰러운 나머지 매튜는 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농사일을 도와줄 튼튼한 남자아이를 기대한 마릴라는 다시 앤을 돌려보내고 남자아이를 입양하려하고, 결국 앤은 마릴라의 손에 이끌려 입양을 주선한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의사전달에 오류가 있었음을 사과하고 이웃중에 여자아이를 입양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 곳으로 보내려 한다. 그 이웃은 성미가 고약하고 일을 지나치게 시켜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었고, 앤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입양다닐 것을 생각하니 마릴라는 결국 앤을 거두기로 결심한다.

앤은 그렇게 가족이 생기고 집이 생긴다. 숲과 들을 뛰어다니고, 책을 읽으며, 주일학교에 가고, 자신만의 꿈을 키운다. 그곳에서 단짝친구 다이애나를 만나 우정을 나누고, 짓궂고 솔직하지 못한 남자아이 길버트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고아, 입양아라는 편견과 엄격한 마릴라의 교육방식은 자유로운 앤에게는 버겁지만 하다. 앤은 길모퉁이를 돌아 행복에 이르는 길을 기대하지만, 그 길목까지 이르는 길은 쉽지만은 않은데...

- 원전과 창작을 동시에, 좀 더 현대에 맞춰진 빨간머리앤은?


책을 받자, 두꺼운 두게 만큼이나 마음이 설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을 옮기되 동화같은 그림책을 끼워넣고,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앤의 명대사는 색깔이 입혀진 글씨로 인쇄되어 있는 2019년판 빨간머리앤. 재밌는건 원전의 1908년의 양갈레 땋은 머리의 앤과 2019년에는 단발버리에 세련되면서 귀여운 모습의 앤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앤과 함께하는 북극곰이자 친구인 꼬미라는 새로운 캐릭터는 기발하고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고 위로가 된다.


전체 스토리는 양갈레 머리의 원전에 나온 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중간에 목차가 바뀔때 잠깐 다른 영화나 애니메이션 동화의 명대사와 함께 북극곰과 단발머리앤의 이야기가 들어가있다. 스토리를 알면 비교를 하면서 읽어도 좋고, 모른다면 원전과 창작을 함께해 2배로 즐길수 있는 책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머리 앤>을 읽어보자. 고전명작이 왜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그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에너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것을 보면, 재미와 행복 두가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  매끄러운 번역과 따뜻한 어린이 동화책 그림체가 원작의 빨간머리 앤을 잘 표현한다.

중간중간, 2019년버전인 단발머리 앤과 그녀의 단짝친구 북극곰 꼬미의 이야기가 짧막짧막하게 1~2장으로 끼워져있다.

앤의 유명한 명대사를 빨간색, 파란색으로 색을 입혀 표시해 두어 포스트잇이나 형광펜으로 따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 뒷부분에는 저자 루시모드몽고메리의 특별한 생애, 그녀의 드라마같은 삶을 짧게 요약할 글이 첨부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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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떨고 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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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서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연애가 어렵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 어려움 때문에 숱한 밤을 속이 새까맟도록 애태우는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환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 달콤함을 당신도 곧 누리게 될거라는 환상말이다. 여기 한 소설이 있다. 연애와 사랑,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며 두 남자를 저울질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망상폭주로 어떤 로맨스 작가보다 기발한 러브 스토리를 상상해내는 요시카.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와타야 리사가 이번에는 오타쿠기질의 요시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캐릭터의 매력만으로도 꽉찬 망상장애 연애오타구의 이야기, <제멋대로 떨고 있어>는 과연 어떤 연애담일까?



‘나에게 처녀란 처음 우산을 샀을 때부터 지금까지 붙어 있는 손잡이의 비닐 덮개 같은 것이다.

손때가 묻은 채 반쯤 너덜너덜한 상태로 붙어 있어서 너무나도 떼어 내고 싶지만,

어쩐지 필요할 것 같아서 아직 그대로 두고 있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만,

억지로 떼어 내는 것은 참을 수 없다.’

 

 

 

 

- 사랑과 연애,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 시대 젊은 여성을 대표한다!

망상연애의 달인이지만 아직 처녀인 요시카의 요절복통 사랑혁명기?

 

20대 여성 요시카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경리과 여직원이다. 단정하고 살림 잘할 것 같은 현실에 충실한 사람같지만, 사실 알고보면 평범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그녀의 상상 속, 머릿속에는 두 명의 남자친구가 산다. 한명 ‘이치’는 그녀에게 1순위의 남자친구로 중학교 시절 짝사랑의 대상이다. 원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도저히 인연이 될 것 같지 않은 남자, 그녀의 이름도 모르고, 종종 겁먹은 미소를 보이지만, 그 미소가 썩 잘어울리는 사람이다. 다른 한명은 ‘니’이다. 니는 2순위의 남자친구이다. 같은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얼마전 요시카에게 고백을 했다. 요시카에게 정산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혼이 난 후, 그녀를 의식하게 되었고, 어느 날 포스트잇을 몸에 붙인 채 멍한 표정으로 나타난 요시카에게 첫눈에 반했다 한다.

 

 

두명의 남자친구가 진짜인가? 아니 그건 그녀만의 생각이다. 고등학교 이후 이치는 만나본적도 없으며, 니와의 관계는 결론짓지 않은 상태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 이치와 ‘날 사랑해주는 남자’ 니. 요시카는 두명의 남자를 두고 혼자 저울질하며 현실과 상상을 오간다. 그러던 어느날, 이치를 만나기 위해 그녀 나름의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은 사기행각과 음모가 뒤섞인 ‘동창회’열기 인데...

 

 

 

- 한번쯤 고민해 봤을 모든 젊은 여성의 연애난제를 이야기하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 vs 나를 사랑해 주는 남자

 

 

와타야 리사의 17세의 여고생 신분으로 문예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또한 아쿠타가와상 최연소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평범한 여고생의 섹스채팅, 지조있는 왕따 고등학생들의 소외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심층적이나 발랄하고 재치있는 감각으로 선보인다. 이번에는 젊은 2030여성들의 연애관과 사랑이야기를 그려낸다. 전작에 비해 다소 평범한 주제같은가? 읽다보면 결코 그런 생각을 사라진다. 왜냐하면 그 여성이 증중망상오타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로맨스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환상 때문이다. 지루한 현실연애에서 도피하고 싶고,, 행복하고자 시작하지만 상처받은 빨리 연애를 잊고 싶고, 내 마음따라 상대가 움직여주지 않은 답답한 연애를 속 시원히 풀고 싶다. 이런 욕망이 제 각기 평소 생각한 ‘완벽한 연애’ 즉 아주 달콤하고 로맨틱한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표출된다. 단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점을 노린것이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이다. 저자는 이 점들을 소설로 노련하게 써내려간다. 자칫 평범할것만 같은 한 여자와 두남자의 연애이야기를 엉뚱하고 기발한 망상오타쿠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워, 개성과 파격, 창의와 역동을 보여준다. 단, 다소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상상의 형태로 말이다.

 

 

아마, 2030 여자들이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연애 중 무엇이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인지. 또한 요시카은 상상을 하고 적극적인 모습도 보이지만, 실제적인 연애전선에 돌입하면 도망치고 소극적으로 변하간다. 현대여성들이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설레임에 앞서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제멋대로 떨고있어>를 읽어보자. 젊은 여성이라면 공감과 웃음을 아낌없이 쏟아내다 '제멋대로 떨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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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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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는 게 자식들이다. 항상 큰 사랑과 강한 지지로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모님. 어릴적 철없던 시절, 그 큰 사랑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던 용서해줄거 란 오만 섞인 어리석음에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 우리들, 자식들이다. 회한과 슬픔이 강해서일까? 부모의 사랑, 특히 어머니의 사랑인 모정을 다룬 가족소설은 많다. 자식을 출산,양육하는데 있어 어머니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아버지의 사랑이 부족한가? 여기, 어떤 모정보다 흘러넘치는 부정(父情)이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아버지의 사랑이 흘러넘칠 때마다, 독자의 눈물 또한 흘러넘치는 이야기. 자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도 좋은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의 사랑, 소설 <가시고기>를 소개한다.



‘아들아, 그 동안 네가 이렇게 아팠구나.

아빠는 몰랐다. 네가 아프다면 아픈 줄만 알았지,

그 고통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했다.

아들아, 네가 이다지도 크나큰 고통 속에서 그 허다한 날들을 보냈구나.

아들아, 가녀린 몸으로 그 높은 고통의 산들을 어떻게, 무슨 수로 다 넘어왔니.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는 미처 몰랐다. 아프면 그냥 대신 하고픈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조차 네가 겪었을 고통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한 것이었구나.‘


- 백혈병이 걸린 아들과 홀로 병상을 지키는 아빠.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내 몸을 내어주어도 좋은 가시고기 아빠의 사랑이야기

한 남자가 있다. 어릴적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받듯이 홀로 남겨졌다. 성인이 된 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목숨도 아깝지 않을 자식, 다움이가 생겼다. 헌데 아이의 엄마는 결혼생활과 가정보다 화가로써의 삶과 개인이 중요했다. 그래서 버렸다. 남편과 아이를. 남자는 자신이 부모와 아내에게 버림받은 만큼, 더 책임과 사랑을 다해 다움이를 키워간다. 하지만, 부족했던걸까? 다움이는 불치병, 백혈병에 걸리고 병은 호전과 재발을 반복한다.


아픈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빠는 다움이의 병상을 홀로지킨다. 아픈아이를 마주하는 건 죽기보다 괴롭다. 차라리 대신아파줄 수 있다면. 아빠는 다움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해야만 한다. 이미 집도 없고, 간병 때문에 회사를 다니지도 못해 번역일로 근근히 생활하는 그에게 병원비는 감당못할 몫이였다. 하지만 다움이가 죽는 것보다 감당 못할 것이 있을까? 아빠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춘다. 때마침 다움이의 엄마가 돌아오고, 골수가 일치하는 기증자도 나타난다. 아빠는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를 팔기로 결심한다...

- 넘치다 못해 지독한 부정, <가시고기>

헌신이란 말이 초라해 질 정도로 자신의 생을 모두 내어준 아빠의 이야기.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에는 어디론가 달아나버린다.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본다.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나면 아빠가시고기는 죽고 만다’ 이 인용으로 소설을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창인의 <가시고기>는 아픈 아들을 위해 제 살조차 남김없이 베어주는 아빠의 이야기이다. <가시고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모정이 아닌 부정, 그리고 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지독하리만큼 강한 희생과 잔인한 사랑에 독자들에게는 잊지못할 작품이 되었다. 해리포터가 유행할 당시 유일하게 한국에서 가시고기 열풍이 불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3백만부를 기록했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2019년 저자는 시대가 달라졌어도 아버지의 사랑은 변함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번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개정증보판인 <가시고기>는 현재 사람들의 인식과 시대에 맞게 스토리를 수정 보완해 출간하였다. 하지만 읽어보면 변함없이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 감동은 여전한 것이다. 아마 ‘가시고기’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이야기 때문인 것일까?

가시고기는 부성애를 보여주는 물고기이다. 알이 부화되고 새끼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엄마가시고기의 빈자리를 홀로 지키며 전력을 다하고 몸마저 내어주고 죽어간다. 소설 속 정호연의 모습처럼. 소설은 아빠와 아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둘의 마음이 각자 더 잘 보이기에 독자의 이입은 두배가 된다. 특히, 아들의 독백은 10살짜리가 병을 통해 어른이 되버린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아빠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위해 자신을 숨기고 숨죽여 죽여가는 모습을 그 생생한 심정을 보여주기에 더욱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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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시다 히로미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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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매너]의 지도, 장애아 교육 강연 연간180회, 2014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피치 이벤트 TEDx에 등단, 강연 동영상 SNS 점유율(클릭) 5만건을 넘은 사람이 있다. 이 경력만 보면 대단한 명사(名士)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경력의 소유자는 한 평범한 주부이다. 물론, 평범한 인물이 이런 경력을 가지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적 장애 아들 출산, 남편의 급사, 본인은 대동맥해리로 쓰러지고,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된 기시다 히로미. 평범한 주부가 불운과 한계에 부딪치며 절망과 죽음을 생각하지만, 한 ‘계기’로 일어서게 된 이야기. 그 계기는 딸 아이의 충격적인 한 마디였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강렬한 제목에 펼치게 된 단단하고 따뜻한 이야기,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를 소개한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장애 아들 출산,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대동맥해리로 인한 하반신마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날 꺼내준건, 딸 아이의 한 마디였다.

 

어릴적, 기시다 히로미는 알콜의존증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 때문에 ‘착한 아이’로 자라난다. 남들의 얼굴을 살피며 태도와 행동을 하는 아이. 그녀는 실패하거나 남들과 다른 것을 무서워하는데, 이런 그녀에게 ‘남들과 다른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직장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 후, 23살에 첫 아이를 갖게 된다. 남편을 닮은 예쁜 딸 나미. 어린 엄마로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행복한 나날은 계속된다. ‘남들과 다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둘째를 출산을 하게 된 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첫 딸아이 때는 축하인사를 들었는데, 두 번째 아들이 태어나자 아무도 축하인사를 건내지 않는 것이다. 곧 그 이유가 ‘다운 증후군’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염색체 이상으로 낮은 지능과 독특한 외모를 가지게 되는 불치병, 기시다 히로미는 아들 료타가 평범하지 않으며, 자신 또한 남들과 다른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남편의 사랑과 지지로 차차 이겨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첫 번째 고비였을 뿐이었다.

 

갑작스레 의지가 되던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남편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야만 한 그녀. 그녀는 아이들을 보며 온힘을 다해 살아가지만, 어느날 급작스런 가슴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내원하자, 생존률 20%인 대동맥해리라는 병명을 진단 받게된다. 응급수술이 이어지고, 병상에 깨어나자 ‘하반신 마비’라는 참담한 현실앞에 놓이게 되는데... 죽을 만큼 괴로운 날, 딸아이에게 한마디의 말.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그 말 이후 모든 것이 변해갔다...

 

 

 

- ‘힘내’라는 말이 버거운 순간, ‘죽어도 돼’라는 말에 용기를 얻다.

어설픈 위로, 부담되는 응원을 하지마세요. 그저 함께 해줄 결의를 보여주세요.

끝날 것 같지 않는 '불운' 그러나 '불행'이 아니라 '절망'일뿐!

 

 

<사랑의 리퀘스트>란 프로가 있다. 장애인, 난치병 환자들이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이다. 그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려운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애는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와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후원을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데에 있다. 이런 프로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 책 또한 달갑지 않았다. 추천사의 일부분 처럼 울게 될 것이고, 분명 ‘나는 얼마나 축복받은 거야. 그런데도 이렇게 멍청하게 지내고 있다니!’ 같은 자기혐오게 빠질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마 대부분은 이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대부분이 없다. 평범한 사람의 ‘불운한 인생사’임에도 불구하고 슬픔과 우울감, 동정이나 연민, 다행스러움과 자기혐오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여성과 딸, 그들의 믿음과 사랑에 미소와 응원을 보내게 될 뿐이다.

 

지적장애아들, 남편의 급사, 사망률이 높은 병과 하반신마비라는 장애, 주변사람에게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괴감, 희망없이 반복되는 재활치료 등 한 평범한 주부에게 일어난 ‘불운’은 ‘절망’이외의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암울하기 보단 찬란하다. 슬프기보단 희망적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얼마만큼 불운했는가를 강조하며 눈물짜지도 않고, 홀로 싸우며 이겨내는 극적 감동 또한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없기에 좋다. 저자는 자신의 불운한 과거를 담담한 어투와 단조로운 글로 조그맣게 풀어낸다. 이런 그녀가 겪어온 뜻밖의 따뜻한 순간과 결연한 딸의 지지가 조금씩 그녀를 움직이게 하고, 불운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세상의 품으로 다시 뛰어들게 만드는 일련의 기록들. 이 책은 단 4페이지정도 짦은 일화들과 만화같은 그림으로 그 시간을 전할뿐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위기, 그 끝날것 같지 않은 불운의 연속들을 '불행'이 아니라 '절망'일 뿐이라 여긴다. '불행'은 행복하지 않은것,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가족이 있고, 무엇보다 어떠한 선택도 존중하고 그 순간을 함께 하겠다는 딸이 있다. (설령, 그것이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일지라도, 함께 해주겠다는 딸). 즉, 이 책은 주인공인 저자의 독무대가 아니다.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딸과 장애가 있지만 감동을 주는 아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대부분의 감동실화보다 좋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때론 어떤 위로와 응원도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포기해도 돼’라는 선택지를 주면, 역설적으로 일어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치 이 책처럼 말이다. '힘내'라고 떠밀거나 '할수있어'라고 일으켜 세우지 않는 이야기. 한 여성이 불운과 절망을 이겨내는 이야기지만, 홀로가 아니라 함께, 분투가 아니라 지지로 함께 서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딸의 믿음과 사랑이 더 빛나는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실화를 읽어보자. 울것같은 이야기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묘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약 4~6페이지 정도의 짧은 일화가 단백하게 실려있다. 또한 불행과는 거리가 먼 만화같은 그림체가 함께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하며, 울 것 같은 이야기조차 조그맣게 풀어내는 작가만의 '편한감성'이 있다.

일반 감동실화처럼 홀로 열정적으로 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딸과 아들과 함께 소소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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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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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처럼 착한 여자가 어떻게 이런 일에 휘말린 겁니까?”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 평범한 여대생에서 KGB에서 가장 오래 일한 스파이까지.

실제 스파이 멜리타 노우드를 모델로한 여성 스파이 소설!

 

시대는 막 2차 세계대전을 앞둔 시점, 여성의 참정권이나 사회권이 부족한 시기에 조앤은 대학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열정이 가득했고,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재능이 있는 학생이었다. 당시 대학을 다녀도 여성에게는 수료증이 주어지던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앤은 케임브리지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유분방하고 사회적이념이 강한 소냐를 만나게 된다. 소냐와 친해지고, 그녀의 사촌인 레오를 알게된다. 조앤은 레오에게 빠져든다. 아름다운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그를 더 알고 싶어진다. 그는 조앤과 같이 공산주의에 강한 믿음을 보이고, 조앤으로 하여금 대학 내 연구소에서 기밀을 빼달라 요청한다. 조앤은 레오를 사랑하지만 그의 부탁을 거절한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자, 조앤은 자신이 가진 연구기밀이 세계를 위협할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신념과 국가에 대한 애국사이에서 고심하게되는데...

 

- 화려함은 없으나 리얼함이 있다. 그 생생하고 실질적인 스파이의 세계는?

 

<레드 조앤>.은 멜리타 노우드라는 할머니 스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실제인물을 모티브로 그려낸 소설이다. 저자는 199969세의 나이에 스파이 정체가 발각된 멜리타 노우드가 타임지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극중 조앤과 노우드는 상당부분이 다르다. 둘이 능력있고, 유능하며, 기밀에 접근할만한 위치의 직업을 가진다는 점을 같으나, 그녀들의 성격이나 행보는 다른 면을 보인다. 노우드는 완벽한 공산주의자로 확신에 차있으나, 조앤은 다르다. 스파이와는 동 떨어진 평범한 모습으로, 한 젊은 여자가 자신의 신념과 애국사이에 무수히 고민하고 갈등하며 갈팡질팡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레드 조앤은 007같은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매혹적인 스파이와는 거리가 있다. 우리에게 심어진 여성 스파이의 모습은 화려한 파티에 검정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빨간 립스틱에 컬리한 긴 머리카락을 가졌으며,허벅지에는 총을 숨긴채 남자들을 유혹하고 제멋대로 주무르며, 때론 과감하고 날카로운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앤은 실제 스파이의 모습과 보통 젊은 여성의 모습을 적절히 섞어 리얼함을 가진다. 저자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고,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으며, 스파이에 관련된 사학자료를 꼼꼼히 탐색해 이 소설을 집필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레드 조앤>은 화려한 맛은 없으나, 그보다 강한 리얼함이 있다.

 

조앤을 둘러싼 인물들과 관계와 감정들이 독자가 충분히 동의할만한 점이 타 스파이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르다. 애정과 질투, 이기심, 사랑, 죄책감, 갈등 등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들 사이사이에 녹아들어있기 때문에 스파이 하면 액션을 떠올리지만, 여기서는 드라마를 떠올리게 된다. <레드 조앤>을 만나보자. 능수능란함의 치장된 멋스러운 스파이소설에 질렸다면, 독자가 한번쯤 내가 스파이라면’ ‘내가 저상황의 조앤이였다면이라는 상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생생함 그 리얼한 스파이의 세계가 여실히 보고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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