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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어머니의 날 1 ㅣ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출판사별 간판 스타 작가나 시리즈가 있다. 비채에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와 요 네스뵈의 ‘헤리 홀레 시리즈’, RHK에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오픈하우스에는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가 있다. 추리 스릴러 장르를 처음 접하거나, 무엇을 읽을지 고심한다면 별 고민 없이 선택해 쭉 읽어도 지루함 없이 만족할 만한 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역시 그렇다. 북로드의 간판 작가의 시리즈이니, 많은 팬들이 여왕의 귀환을 기다렸던 만큼, 출간 즉시 서점별 장르소설 베스트에 올랐다. 독일 스릴러의 여왕이자, 국내에서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베스트를 넘어 스테디셀러에 이름을 올린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그녀의 대표작인 타우누스 시리즈의 9번째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그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홀린 듯 지켜보았다.
그녀의 퀭하니 벌어진 눈 속에 죽음의 공포가 떠올랐다.
공포는 곧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 툭 스러지며 인형처럼 텅 빈 생기 없는 눈빛으로 변했다.
그는 노라의 생명이 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자 그는 힘을 풀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그는 삶이 죽음으로 변하는 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날 맛본 전능의 힘을 다시는 잊지 못할 것이었다.
... 그는 이제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었다. 오늘부터 그는 사냥꾼이었다.‘
- 한 독거노인의 죽음, 그리고 그의 집 마당에서 발견된 수많은 사람들의 뼈...
노쇠한 노인의 연쇄살인인가? 그 역시 또 다른 희생자일까?
독일의 한 마을, 맘몰스하인의 저택에서 오래된 남성 변사체가 별견된다. 신문배달부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개 한 마리를 키우며 혼자 사는 노인이다. 십여일이나 방치된 시신, 독거하고 있다는 증언으로 얼핏 보기에는 고독사인 것 같지만 사건은 ‘연쇄살인’사건으로 돌변한다. 피아 형사는 노인의 시신을 훑어보던 중 두부 외상의 흔적을 발견하고, 노인이 키우던 개는 죽기 직전에 굶주림에 지쳐 땅을 팠는데, 그 마당에서 다수의 인골이 발견된 것이다. 검시결과 그 뼈들은 모두 여성인데다가, 한 때 화제에 올랐던 실종 여성들이다. 이 여성피해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5월 어머니날 전후로 사라졌다는 점. 노인이 범인인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5월 어머니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들은 다 재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수준 이상의 작품을 내놓으며, 게다가 그녀의 간판작품인 피아-보덴슈타인 콤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는 국내에 독일 스릴러를 대중화시킨 작품이다. 물론 시리즈중 약간의 실망을 한 작품도 있지만, 그 것들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덜 재미있기에 아쉬웠던 작품들이다. 이번 9번째 <잔혹한 어머니의 날>은 역시, 재밌다! 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전작에서는 형사 보덴슈타인의 개인사가 연류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콤비의 또 다른 주인공인 피아의 가족사와 연관되며 진행된다. 또한, 그들이 맞은 ‘어머니날’에 실종되는 여성들과 변사체로 발견된 노인, 그 노인부부의 과거사와 20대 여성 피오나의 친모를 찾아내는 과정, 수사팀을 혼란에 빠트리고 독자를 경악하게 만드는 범인의 독백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도입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달려나가는 것은 물론, 여전히 여러사건과 다양한 인물상, 상황과 관계를 촘촘하게 엮어가며,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숨겨진 진실을 밝히도록 배치해 지루함없이 분위기를 전환하며, 종례에 예상을 뒤엎는 결말은 ‘반전’이라는 말이 단순 ‘예상치 못함’이 아닌 ‘납득이 가며, 감동적이기 까지 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게 모든 미스터리가 각각의 의미와 이유를 가지는 스릴러 소설이다. 미스터리 여왕 넬레 노이하우스, 무섭다. 가면 갈수록 이렇게 진화하는 필력을 보여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