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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걸리버 여행기하면, 잭 블랙 주연의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2010년도에 상영한 이 영화는 뉴욕 신문사에서 우편관리원으로 일한 걸리버가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을 하다 난데없는 급류에 휠쓸리면서 소인국에 표류하게 되고, 현실에서는 말단 우편관리원이 그 곳에서는 거대한 몸짓으로 수호신이자 영웅으로 불리게되는 모험이야기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 영화의 원작인 <걸리버 여행기>이다. 오래된 서양 고전소설이자 풍자소설로, 걸리버라는 영국인 뱃사람이 바닷길에서 해풍을 만나 표류하여 떠돌다, 소인국과 대인국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나라 등 기이한 곳곳을 여행하는 모험기이다. 하지만 이 환상적인 판타지의 속내는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풍자, 당시의 아일랜드 착취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음이 크게 동요한 상태였지만 릴리펏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의 주민들은 나를 산악 인간이라고 부르면서
이 세상에 일찍이 나타난 적이 없는 가장 경이로운 존재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는 제국의 함대를 한 손으로 틀어쥘 수 있었고
그 제국의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내가 한 명의 릴리펏 사람이 되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처럼 보일 것이니
나로서는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이 이 책을 추천한 데에는 재미와 교훈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워프트가 당시 아일랜드를 수탈하는 영국에 대한 비판과 분노, 가톨릭과 개신교의 종교 다툼에 대한 환멸 등을 작품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런 나름의 의미를 숨겨둔 이야기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의도는 4가지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기 위함이라 한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1부는 소인국 2부 거인국 3부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 4부 말의 나라 후이늠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재밌는 것은 각 나라별 상황에 따라 시사하는 바나 풍자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1부와 2부를 비교하면서 읽으면 1부에서는 걸리버가 소인국사람을 비웃지만, 2부에서는 도리어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걸리버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환경에 따라 그를 대접하는 사람들의 방식과 스스로의 태도가 변화함을 보고, 인간의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보자. 어릴 때 동화로 접하거나, 영화로 접한 사람들은 분명 소인국에서의 걸리버만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원작을 보면, <걸리버 여행기>는 걸리버가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며, 각 환경에 따른 시사와 풍자를 전하는 의미있는 고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꼼꼼한 작품해설과 섬세한 삽화를 수록해 의미를 찾고 상상력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유치하거나 뻔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 좋다.
+@ 아마 대부분이 소인국 부분을 기억할 것인데, 그 외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3부와 4부는 새로움마저 준다. 3부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데, 당대의 학문성과 실용성을 두고 비현실성과 현실성으로 나눠 고민한 당대의 사람들의 고민이 드러난다. 4부는 말의 나라인 후이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있던 법관,정치인,의사같은 고위층 인사들을 낮춰보고, 말이 인간 같은 지성의 존재로 그려짐으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실랄한 풍자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