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 과학과 해석학 그리고 실천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황설중 외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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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나는
‘객관적‘이란 말을 쉽게 사용하고 의미를 훼손했다는 생각.
‘선입견‘은 비합리적, 편협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인간은 실천 속에서 진리를˝ 결론으로 적합하다.
논리가 명쾌하고 흡입력이 강한 손꼽을 만한 책.



제1부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개관

내가 말하는 ‘객관주의‘란 합리성이나 인식, 진리, 실재, 선, 옳음 등의 본성을 결정하는데 궁극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영원하고 초역사적인 어떤 기반이나 구조틀이 존재하며 존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확신을 의미한다.

가장 극단적인 형식의 상대주의가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확신은 이제껏 철학자들이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간주해온 개념들을 검토할 경우 - 그것들이 합리성, 진리, 실재, 옳음, 선, 규범들이건 간에 - 결국 그 개념들 모두 특수한 개념적 도식이나 이론적인 구조틀, 패러다임, 삶의 양식, 사회, 문화에 따라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41)

데카르트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웅대하고 유혹적인 이것이냐/저것이냐에로 인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오싹할 만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존재를 위한 어떤 버팀대와 우리의 지식을 위한 고정된 기초가 있든지, 아니면 우리는 광기와 지적이고 도덕적인 혼란으로 인해 우리를 둘러싼 어둠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든지, 둘 중 하나이다. (p59)

당시에 전문적인 사회과학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던 태도는 자신들의 연구가 바야흐로 사회의 개인들에 대한 진정한 자연과학이 창출되는 안전한 도상에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과학에서 진보를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자연과학에서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입증된 방법과 절차, 가설과 이론을 테스트하기 위한 기준을 채택하고 따르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사회적 삶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된 해석들이, 과연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과학적 시도에서 필수적이라고 간주하는 자료 유형에 호소함으로써 점검될 수 있는 것인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p74)

나의 목적은 도덕화하는 일에 종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문화들의 연구와 연관된 배움의 개념이 지혜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시사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상이한 기술들과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화해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선악의 가능성들과 대면하고 있다. (p78)

존재론적 우위와 해석학의 보편성을 내세우는 가다머의 주장들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p88)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의 중심 주제는 우리 자신의 전승에 대한 지속적인 해석의 특징을 이루는바, 바로 실천적 지혜의 유형인 것이다.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을 가르는 기본적인 이분법의 관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의 정확한 표상으로서의 인식에 대한 개념, 인간 이성은 그 자체 편견, 선입견, 전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자신감, 인식의 확고한 토대를 우선 확보하고 그 위에 보편 과학의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의 이상, 자기반성의 힘에 의해 역사적 문맥과 지평을 초월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물자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믿음 등이 가다머가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개념들이다. (p90)

가다머의 저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석학적 현상에 대한 물음을 통해서,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는 사유 방식을, 그리고 ˝인식과 진리에 대한 완전히 다른 개념˝을 회복하고 탐구하는 사유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 보려 한 바로 그 노정이 있다.

이성은 그 자체 역사적 문맥과 지평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이나 재능이 아니다. 이성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는 전승 내에서 자신의 고유한 힘을 획득하는 역사적인 이성이며 상황 속에 던져진 이성이다. (p92)

가다머의 저서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매력적이며 중요한 소재들 가운데 하나는 그의 존재론적 해석학을 실천철학의 전통과 연결 지으려는 노력이다. 이때의 실천철학은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과 실천적 지식에 대한 이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p93)

나는 철학의 주요한 과제란 이성의 이러한 방식을 정당화하고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공학의 지배에 맞서 실천적이고 정치적인 이성을 변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p96)

철학적 해석학은 모든 이해에서 나타나는 판단과 추론의 유형 그 자체가 실천적 지식의 형식인 것이다. (p97)

하버마스는 인간 인식의 이러한 차원의 중요성을 밝혀 주는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논의들이 가다머에 의해 전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동시에 하버마스는 해석학의 보편적 주장에 회의적이었으며, 철학적 해석학이 사회적인 삶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하였다.

과학적 방법과 해석학적 현상을 대립시키려 했던 가다머에 반대해서, 하버마스는 경험 분석적 학문과 해석학을 비판 이론으로 종합하는 변증법적 필연성을 주장하였다. 이 비판 이론은 실천적 의도를 갖고 있으며, 해방적 인식 관심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p102)

우리는 과학적 지식의 본성과 이와 다른 여러 형태의 지식의 본성 사이에 놓여 있는 중요한 차이점을 예민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론적 지식의 패러다임으로 군림하는 이런 과학적 지식의 본성을 세밀하게 조사하면 할수록, 과학에서 특히 이론 선택과 관련하여 출현하는 합리성의 특성이란 참된 이론적 지식의 특성이라고 상정된 많은 근대적인 상들보다 오히려 실천철학의 전통의 특색을 나타내는 합리성의 모습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p110)

제2부 과학과 합리성 그리고 불가공약성

과학 위기와 과학 혁명의 시기에 발생하는 논변 유형은 ˝한 패러다임을 신봉하다가 다른 패러다임으로 이행하여 그것을 신봉한다는 것은 강요할 수 없는 종교적인 개종의 체험이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보이는 반응과 쿤의 언어와 전략을 비교해 보면, 논리실증주의자들은 인지적으로 유의미한 담론의 두 유형만을 분명히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윤리적인 논쟁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이해하고자 할 경우, 이런 논쟁이란 논쟁 당사자들 서로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인지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끌어들이려는 설득 형식으로만 온당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19)

(이론 선택이 단지 연역적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비교적 친숙한 주제는 설득되는 데 있어 충분한 이유가 없다거나 또는 그런 이유들이 궁극적으로 그 집단에 대해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주제가 시사하는 바는 오히려 그런 이유들이 가치로서 기능하기에, 그것들을 존중하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그런 이유들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p121)

이론 선택을 위한 연산 규칙군이란 없으며, 적절히 적용되어 그룹의 각 개인을 같은 결론으로 유도해야 하는 그 어떤 체계적인 결정 절차도 없다. (p122)

쿤은 ˝합리적이고 만장일치적인 선택을 지시해 줄 수 있는 연산 규칙군˝을 찾는 추구에 대한 그의 회의를 반복하면서, 선택 기준을 ˝선택을 결정하는 규칙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로서˝ 강조하고 있다. (p124)

매킨 타이어는 합리성의 실천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객관적 합리성은 규칙 준수에서가 아니라 규칙 초월에서 발견된다. 즉, 그것은 규칙들과 원리들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를 아는 데서 발견되는 것이다. 실천적 추론의 요령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격언에 의해 전해질 뿐, 오히려 많은 부분은 사례사와 선례에 의해 전해진다.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p131)


항상 과학자는 대체된 이론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합리적으로 해명할 의무가 있으며, 자신의 이론이 어떻게 선행 이론에서 ‘참‘인 것과 ‘거짓‘이거나 부적절한 것을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p152)

탈경험주의 과학철학에서 나타나는 과학상에 대한 공통 특징들을 조명해 보자.

구체적인 논증 사이의 우열을 단번에 가려 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타당한 과학적 논증이 어떤 것인가를 단호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영원한 중립적 모형이 있거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어떠한 합리적 비판이라 하더라도 은연중에 표준이나 기준에 호소하고 있으며, 우리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어떤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p159)

서로 다른 과학 이론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할 수 있고, 따라서 우리는 비교를 위한 단 하나의 궁극적인 ‘그물망‘만이 존재한다는 보수적인 선입견을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p160)

우리는 ‘소여성의 신화‘의 역사적 다양성에 호소함으로써 이 신화의 인식론적 다양성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합리적 설득에 대한 숙고와, 과학적인 발전 과정에서 증거와 자료, 이유들, 논증의 누적적인 무게가 과학 공동체에 합리적으로 결정적인 것일 수 있다는 자각을 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p162)

쿤은 문제들과 표준들의 불가공약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경쟁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일하고‘, 어떤 영역에서는 ‘서로 다른 것들을 보고 있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p177)

시대에 뒤진 이론을 항상 최신 후속 이론의 특수 사례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의도에 맞게 변형되어야 한다.

후속 이론이나 패러다임이 경쟁 이론이나 패러다임을 누르고 채택될 수 있는 강력한 이유의 하나는 후속 이론이나 패러다임이 선행 이론에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p179)

과학 혁명에서 나타나는 통상 과학적 전통은 그 이전의 것과는 양립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가끔 불가공약적이기도 하다. (p180)

우리가 과학사나 상이한 양식들 또는 낯선 사회들을 연구하면서, 그것들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색을 추출해 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이런 연구로부터 무엇인가 배울 수 있고, 우리 자신의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비판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도 우리는 양극단을 피해야 한다. 이국적이거나 지나간 것들이 반드시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낭만주의의 유형과, 우리 지신의 ‘철학‘, 즉 우리 자신의 견고하게 확립된 신념, 태도, 표준, 방법, 절차들 내에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민족주의 모두를 피해야 하는 것이다. (p193)

불가공약성 주제에서 말해지는 것은 상대주의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아니 적어도, 다수의 이론들, 패러다임들, 언어 게임들은 합리적으로 평가될 수 없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구조틀에 갇혀 있는 수인이어서 그것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상대주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p194)

우리는 타자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우리 자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p201)

낯선 문화를 이해하는 과제는 무엇이 불가공약적일 수 있는가를 비교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장르를 힘들여 고안해 내거나 친숙한 장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p213)


제3부 해석학으로부터 실천으로

선입견은 진리를 불가피하게 왜곡할 만큼 반드시 정당화되지 않은 오류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상, 우리의 실존의 역사성은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의 선입견이 우리의 모든 경험 능력의 선행적인 정향성은 구성한다는 사실은 함축하고 있다. (p255)

우리의 앞선 구조와 ‘사태 자체‘의 놀이를 통해 우리에게 전승된 것의 ‘새로움‘에 우리 자신을 열어 둠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고자 하는 것의 의미와 진리에 대해 우리를 맹목적으로 만드는 선입견 및 우리로 하여금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선입견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p274)

이해는 ‘현존재의 유한성과 역사성을 구성하는 현존재의 기본적인 운동 속에 있음을 지시‘한다. (p284)

해석학이 산출하는 인식과 진리의 유형은 우리의 실천을 형성하는 실천적인 인식 및 진리이다. (p293)

제4부 실천과 실천적 담론 그리고 판단

하버마스에 따르면, 의사소통적 행위는 모든 사람이 담화 행위의 수행에서 보편적 타당성을 주장해야 하며 그 주장이 논박되거나 보완될 수 있음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가다머 하버마스 로티 아렌트 각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음 결론에 도달한다. 공유된 이해와 경험, 간주관적 실천, 동포애, 연대. 그리고 개인들을 공동체로 묶어세우는 정서적 유대등이 이미 존재함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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