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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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이라는 책을 통해 권지예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소설과 조금씩 멀어졌던 내가

선호하는 장편보다는 꺼려하는 단편을, 그것도 낯선 작가의 단편집을 찾아 읽게 된 것은

마치 나를 표현하는 것 같은 '결혼과 가정의 덫에 빠진...'  이라고 시작되는 책소개의 짧은 글에

끌려서 일지도 모르겠고,

제목처럼 퍼즐로 만들어 놓은 고양이 그림의 표지가 너무 예뻐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연상케 했던 'BED'

공포 & 추리 소설같았던, 그러나 유일하게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던 '퍼즐'

순수동화 '소나기' 와는 너무 다른 느낌의 '여주인공 오영실'

같은 엄마로서 이해 할 수 없었던 '꽃진자리' 등 책에서 소개하는 총 일곱편의 단편들은

마치 퍼즐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듯이

'퍼즐'이라는 공간에 모여 하나의 장편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30-40대의 여인들이 등장하고,

등장하는 여인들은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을 노래하고,

결국엔 자신들의 자리를 찾기 위해 슬프고 아린 여행을 떠나는 공통점들이 있어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들의 공통점 - 그들이 얘기하는 사랑과 아픈 여행들이 내게는 약간의 거북함으로 다가왔다.

 

같은 여자이면서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고지식함 때문인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처럼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의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가정이란 굴레속에 너무 단단히 갇혀버려

작은 일탈도 꿈꾸지 못하게 되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가정이란 덫에 빠진 착한 포로에서 그들처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랑으로

열병과 함께 치명적인 상처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착한 포로의 자리에서 벗어날 무모한 용기를 욕심내지 못하고 있는 난 

그들의 사랑이 이해가 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마치 그런 감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강력한 보호막이 둘러져 있기나 한 것처럼..



그들이 얘기하는 사랑이란 퍼즐이 너무 깊숙히 숨겨져 있어

처음 부터 그들이 얘기하는 사랑이란 퍼즐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은 후,

처음 표지를 보면서 느꼈던 예쁘다라는 감탄이 아닌

'결혼과 가정의 덫에 빠진 내 모습' 을 확인하는 것 같아 쓸쓸함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감춰져 있는 퍼즐 조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열정이 아직은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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