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이란 것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알지 못하고, 자신이 좀 더 특별한 존재가 아닌 것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낸다. 불만이라도 한다는 것은 발전 된 무언가를 바란다는 뜻이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 하루를 낭비하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우리들을 말 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존재이며,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시간들이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최근에 읽은 책 '내 안의 타락천사'의 때문이다. '악마'라는 말보다는 '타락천사'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키리엘'은 자신의 임무 즉, 지옥에서 죄를 지은 영혼들이 수치심과 죄책감, 슬픔의 짐을 느끼도록 하는 임무에 실증을 느껴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기로 하고 지옥에서 무단이탈을 하고 이승으로 온다. 이승에서 교통사고로 곧 죽을 운명에 놓여 있는, 하루 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는 게으름뱅이 십 대 청소년인 '숀' 의 몸으로 들어가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고 무심하게 느꼈을 모든 것들에 감동하고 감탄하며 원래의 숀보다 더 착실하고 존재감 있는 며칠을 보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타락천사'라는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게 인간이 이승에서 저지른 잘못으로 지옥에서 후회하는 일을 겪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도 하고, 조금은 불협화음으로 살아가는 숀의 가정에 행복이라는 씨앗을 심어 주는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사보다 더 인간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창조주에게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확인과 불만을 터트리는 등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을 하다 천사의 이끌림에 의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생각과 감정으로 이승에서의 여행을 하는 키리엘을 통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강박관념처럼 오로지 선을 추구하는 천사보다 오히려 키리엘 같은 타락천사가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내 안에도 키리엘 같은 타락천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모처럼 무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내용도 아닌 재미난 소설을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