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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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은 국가의 위기에 적용해 볼 수 있는 12가지 법칙이 있다고 보았다. 다이아몬드의 책답지 않게 대변동은 술술 읽히는 책이었으며 현재 사회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상당했다. ‘문명의 붕괴서평을 쓰고 있는데 왜 대변동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대변동을 재밌게 읽고 난 후 다이아몬드의 전작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패기롭게(?) 집어 든 책이지만, 페이지 수에 놀라고 내용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이 책은 문명이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문명 붕괴의 요인을 6가지로 보았다.

 

1. 환경 요인: 환경의 무분별한 파괴

2. 기후 변화

3. 사회 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4. 적대적 이웃

5.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중단으로 붕괴

6. 5가지 요인 모두

 

그러면서 과거사회의 위기를 돌아봄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위기도 살펴본다. ‘대변동에서는 없었던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포함되어있다. 더 나아가 미래사회의 위기도 살펴보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환경이다. 이 전작 총균쇠에서도 지정학적 위치와 환경이 인류의 문명 발전에 영향을 준 것처럼 붕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에 가장 큰 문제 기후변화, 자원 문제 등은 미래 사회에서 가장 고민되는 걱정거리이다. 현재 세계인류는 75억이며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른 자원의 부족 현상은 심해질 것이다. 잇따라 찾아오는 기후변화는 더 많은 자원의 손실과 문명이 붕괴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이스터섬의 삼림파괴가 문명을 붕괴시키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처럼 말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대부분 어마어마한 두께로 두려움을 야기시킨다. 하지만 비어있는 공간 없이 수많은 사료로 근거를 내려놓는 걸 보면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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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강의 - 정의롭고 좋은 삶에 관한 이야기
이종환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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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철학은 유명하다. 대게 이데아 이론의 주창자라고 알려진 플라톤은 고대 철학자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람이다.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그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동시에 열렬한 신봉자라고 한다. 플라톤의 철학은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계승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플라톤을 이데아론의 주창자, 철인통치를 주장한 사람, 소크라테스의 계승자 정도로 이해하게 된다. 플라톤의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도 대개 원전을 해석한 책으로 접하는 게 일상다반사다. 이 책은 원전의 의미가 훼손되어 읽히는 현재 상황을 우려해 만들어졌다.

 

왜 원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높은 문턱 때문에 고전철학을 읽기 힘들다면 잘 해석된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의문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책 픽션들에 나오는 바벨의 도서관을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바벨의 도서관은 엄청나게 많은 책이 있는 도서관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겨있다고 보는 그 도서관에서 그 누구도 진리를 설명하는 책을 찾을 수 없다. 진리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카피본이 있지만, 복사될 때마다 원전의 내용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고전을 쉽게 설명하는 무수히 많은 책도 마찬가지다. 원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결국 개인의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지식이 2, 3차를 거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수록 원전의 의미는 훼손된다. 결국 모두가 고전을 안다고 말해도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힘든 것이다.

 

플라톤 X 국가 X 강 의는 어떻게 보면 원전의 의미를 해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국가를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 원전에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이 책을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국가를 문학책이라 말한다. 칸트의 철학을 예시로 들면서 다른 철학책은 자신의 주장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국가는 그렇지 않다. 플라톤은 자신의 주장을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말한다. 이를 두고 혹 학자는 플라톤 개인의 철학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듯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저서를 통해 드러난다(소크라테스는 살면서 하나의 책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철학은 제자 플라톤의 손을 빌려 세상에 전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국가의 배경 시대와 실제 역사 사료를 통해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국가의 배경 시대에 플라톤은 실제 그 자리에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플라톤이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거라 저자는 생각하고 있다)

 

책 자체는 읽기에 어렵지 않다. 원전의 글을 인용하고 그 말을 해석하는 식으로 되어있어, 두 가지 글을 비교해 보는 맛이 있다. 저자는 원전을 읽을 때 두 개의 관점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당시 시대 배경에 맞춰 만들어진 책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고전을 읽고 무엇을 얻어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고전은 지식을 떠먹여 주는 책이 아니기에 독자의 능동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플라톤의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이는 이 책을 통해 이정표를 잡아보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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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 잘 받는 법
노인수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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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볼 때부터 드는 생각이 있다. ‘책 제목이 정말 대박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누가 혹시나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기가 힘들었다(자의식 과잉이라 생각한다) 법률에 관련된 이야기가 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가 완전한 실용서라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아직(?) 소송 중이지 않은 일반인에게 추천한다. 왜냐고? 모든 일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게 최고니까.

 

대한민국에서는 뭐만 잘못되면 법대로 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 사실 이 말은 쉽게 뱉어서는 안 된다. 재판은 길게는 1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17년에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1, 2심을 거쳐 대법원판결까지 보려면 시간과 돈 모두 적잖이 써야 한다. 책에서는 무엇보다도 합의를 강조한다. 길게 재판을 끌기 전에 합의하면 서로 피로도 줄이고 대한민국 헌법 취지와 맞는 결과가 도출된다(대한민국의 헌법은 대륙법 계통을 받아 처벌보다 교화를 중요시한다) 가장 좋은 합의는 경찰이 인지하기 전이다. 수사기록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기소가 되어버렸다면 큰일이다. 기소 후 민사상으로 합의되었다 하더라도 형사재판이 따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가장 좋은 건 미리 예방하는 일이다.

 

책에 나온 법률용어들이 따로 설명되어있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법과 사회를 선택해서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그런데도 판결 전문 같은 경우는 읽기가 고단하다. 재판관분들이 쉬운 글로 써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책의 내용은 완전한 실용서라 실제로 고소된 이후의 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마주하는 심문관인 경찰과 재판 이후 보게 될 검사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처음 조사를 받게 되면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편을 드는 경향이 있기에 더욱 조심해둘 필요가 있다. 죄가 없는데도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검사는 피고인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이는 검찰 내부의 속성과도 관계있다. 피고인이 무죄를 받으면 좋지 못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유죄를 따내려고 노력하는 게 검사의 속성이라고 한다.

 

이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현재 고소를 당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분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지만 일반인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법은 강자의 편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낮다. 이는 법 자체가 문턱이 높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착하게만 살면 문제없을 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범죄를 차지하는 건 사기죄이다. 그리고 성폭행 범죄자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지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고소가 이뤄지는 현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착하게 산다고 해서 재판장에 갈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법을 민중의 지팡이로 쓰기 위해 조금이라도 관심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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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조영태 외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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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0.98이라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정부는 2006년부터 출산율 증진 정책 비용으로 150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수치는 계속 하락세다. 이대로면 50년 뒤 생산연령인구는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보다 노인이 많아지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저출산을 원인이 아닌 결과로 생각할 때 문제의 시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 역사, 과학,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과학 분야의 접근은 신박했다. 장대익 교수의 글은 지식인 마을에서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기에 이 책에서의 만남이 더욱더 반가웠다.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저출산 현상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진화란 흔히 일직선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화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의 경쟁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생존을 택하고 재생산(출산)을 포기했다고 한다. 자연 상황에서도 환경이 자손을 낳기 힘들 때 개체는 생존에 치중한다. 후에 환경이 완화된 뒤 아이를 낳는 게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현 대한민국의 상황은 너무 경쟁적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지만 취업 문은 더 좁아지고 심지어 4차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도 줄어든다. 매일 비관적인 뉴스를 듣다 보면 당연히 세상이 더 안 좋아질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팩트풀니스에서 말한 대로 세상을 더 비관적으로 보게 되는 셈이다.

 

저출산 현상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기존의 가족 구성이랑 달라진 것이기에 현상에 맞춰 제도와 국가의 역할을 새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혼외출산에 대해 엄격한 사회다. 많이들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족의 프레임은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형태기 때문이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보다 출산율 감소 현상이 일찍 일어난 프랑스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치기 시작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결혼 상태를 묻는 난에 미혼, 기혼, 이혼 외에 동거를 넣게 되었다. 법률적으로 동거가 보장되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출산율 감소 현상은 원인이 아닌 결과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짚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읽으면서 대변동에서 이야기한 인구감소 해결책이 연상되는 점이 있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출산율을 증진하려는 정책 외에도 이민을 장려하는 게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역시 최근 인구감소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이민 카드를 조심히 꺼내고 있다(미래 인재를 가려 받는다는 한계가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대한민국도 언제까지 단일민족 프레임으로 살 순 없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쓴 상상된 공동체란 책에 의하면 민족은 확실히 구분 지어진 개념이 아니라 상상된 합의체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로 인종 간의 유전자 차이는 0.1%보다 낮다. 팩트풀니스에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나라의 경제 수준에 따라 문화 규범도 바뀐다고 한다. 인구 감소 해결책을 출산율 증진에만 초점을 맞춰놓으면 전망은 더 암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현상은 일본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쉽게 볼 일이 아니기에 모두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의 관점은 통섭이란 말과 어울린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면서 펼쳐놓는 시각차가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펼쳐놓은 생각의 식당에 한번 들어가 보자. 코스요리처럼 나오는 지식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미슐랭 3스타에 온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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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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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하나같이 두껍다. 그의 첫 책 총균쇠를 도서관에서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책 두께에 경악을 금치 못한 기억이 있다. 당시 기준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웠으며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총균쇠. 참고문헌을 포함해 750페이지나 되는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진 못했다. 오히려 마지막 장을 덮고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이 잘되는 책이었다. 지정학적 위치에 중점을 둬 문명의 발전 원동력을 찾은 신박함은 이전에 읽어본 역사책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었다. 다이아몬드의 신작 대변동총균쇠로 시작한 문명연구의 마지막을 찍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미래에 국가는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할까? 다이아몬드는 7개 국가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할 자료를 마련했다. 다이아몬드가 연구한 7개 국가(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는 무작위로 선정한 표본이 아니다. 하나같이 저자가 가장 잘 아는 국가이며 동시에 개인적 삶이 스며들어있는 국가들이다. 이들 중 5개 국가는 선진 민주국이며 2개는 독재를 경험한 나라이다.

 

인상 깊은 건 핀란드가 소련과 대치 중일 때 한 행동이다. 핀란드는 소련의 침범을 막고 신뢰를 얻기 위해 자유를 제약했다. 소련에 비판적인 내용을 쓰는 언론을 통제하고 소련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는 고작 600만 남짓한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한 일이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는 독립한 국가로 존재하기 위해 소련의 침공을 철저히 막아내었다. 그 대가로 수많은 인명이 죽음에 이르렀지만, 핀란드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저항했다. 자유를 억압한 것에 있어서도 정부가 무력으로 강제한 게 아니라 핀란드인 모두가 필요를 느껴 행동한 일이다. 이는 독립된 국가라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과 나라 모두가 소련을 자극하지 않아야 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지금 러시아와 깊은 우호를 다지고 있으며 세계 최고 선진국 중 하나이다. 이 상황을 보고 다시 대한민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좌우 갈등과 상대방에 대한 혐오는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정당 간의 갈등으로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건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국익으로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 내용도 서슴지 않게 내보내는 걸 보면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다이아몬드가 책 뒤에서 설명한 미국도 현재 대한민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저자는 불과 20년 사이에 국익을 위해 타협해온 미국 정당의 전통이 완전히 부서졌다고 말한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지지층의 이해관계에만 모든 걸 쏟고 혐오의 말을 내뱉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이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대변동에서 한국의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 국가가 처한 위기상황과 대한민국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미 우리는 세계화란 하나의 흐름 안에 속한 자들이니까. ‘총균쇠만큼은 아니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무리가 가는 분량이다. 다만 그만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변동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연구 결정판이다. 좋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니, 책을 덮기가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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