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국가 강의 - 정의롭고 좋은 삶에 관한 이야기
이종환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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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라톤의 철학은 유명하다. 대게 이데아 이론의 주창자라고 알려진 플라톤은 고대 철학자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람이다.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그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동시에 열렬한 신봉자라고 한다. 플라톤의 철학은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계승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플라톤을 이데아론의 주창자, 철인통치를 주장한 사람, 소크라테스의 계승자 정도로 이해하게 된다. 플라톤의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도 대개 원전을 해석한 책으로 접하는 게 일상다반사다. 이 책은 원전의 의미가 훼손되어 읽히는 현재 상황을 우려해 만들어졌다.

 

왜 원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높은 문턱 때문에 고전철학을 읽기 힘들다면 잘 해석된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의문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책 픽션들에 나오는 바벨의 도서관을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바벨의 도서관은 엄청나게 많은 책이 있는 도서관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겨있다고 보는 그 도서관에서 그 누구도 진리를 설명하는 책을 찾을 수 없다. 진리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카피본이 있지만, 복사될 때마다 원전의 내용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고전을 쉽게 설명하는 무수히 많은 책도 마찬가지다. 원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결국 개인의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지식이 2, 3차를 거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수록 원전의 의미는 훼손된다. 결국 모두가 고전을 안다고 말해도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힘든 것이다.

 

플라톤 X 국가 X 강 의는 어떻게 보면 원전의 의미를 해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국가를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 원전에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이 책을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국가를 문학책이라 말한다. 칸트의 철학을 예시로 들면서 다른 철학책은 자신의 주장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국가는 그렇지 않다. 플라톤은 자신의 주장을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말한다. 이를 두고 혹 학자는 플라톤 개인의 철학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듯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저서를 통해 드러난다(소크라테스는 살면서 하나의 책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철학은 제자 플라톤의 손을 빌려 세상에 전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국가의 배경 시대와 실제 역사 사료를 통해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국가의 배경 시대에 플라톤은 실제 그 자리에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플라톤이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거라 저자는 생각하고 있다)

 

책 자체는 읽기에 어렵지 않다. 원전의 글을 인용하고 그 말을 해석하는 식으로 되어있어, 두 가지 글을 비교해 보는 맛이 있다. 저자는 원전을 읽을 때 두 개의 관점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당시 시대 배경에 맞춰 만들어진 책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고전을 읽고 무엇을 얻어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고전은 지식을 떠먹여 주는 책이 아니기에 독자의 능동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플라톤의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이는 이 책을 통해 이정표를 잡아보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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