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조영태 외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합계출산율 0.98이라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정부는 2006년부터 출산율 증진 정책 비용으로 150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수치는 계속 하락세다. 이대로면 50년 뒤 생산연령인구는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보다 노인이 많아지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저출산을 원인이 아닌 결과로 생각할 때 문제의 시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 역사, 과학,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과학 분야의 접근은 신박했다. 장대익 교수의 글은 지식인 마을에서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기에 이 책에서의 만남이 더욱더 반가웠다.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저출산 현상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진화란 흔히 일직선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화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의 경쟁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생존을 택하고 재생산(출산)을 포기했다고 한다. 자연 상황에서도 환경이 자손을 낳기 힘들 때 개체는 생존에 치중한다. 후에 환경이 완화된 뒤 아이를 낳는 게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현 대한민국의 상황은 너무 경쟁적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지만 취업 문은 더 좁아지고 심지어 4차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도 줄어든다. 매일 비관적인 뉴스를 듣다 보면 당연히 세상이 더 안 좋아질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팩트풀니스에서 말한 대로 세상을 더 비관적으로 보게 되는 셈이다.

 

저출산 현상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기존의 가족 구성이랑 달라진 것이기에 현상에 맞춰 제도와 국가의 역할을 새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혼외출산에 대해 엄격한 사회다. 많이들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족의 프레임은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형태기 때문이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보다 출산율 감소 현상이 일찍 일어난 프랑스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치기 시작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결혼 상태를 묻는 난에 미혼, 기혼, 이혼 외에 동거를 넣게 되었다. 법률적으로 동거가 보장되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출산율 감소 현상은 원인이 아닌 결과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짚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읽으면서 대변동에서 이야기한 인구감소 해결책이 연상되는 점이 있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출산율을 증진하려는 정책 외에도 이민을 장려하는 게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역시 최근 인구감소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이민 카드를 조심히 꺼내고 있다(미래 인재를 가려 받는다는 한계가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대한민국도 언제까지 단일민족 프레임으로 살 순 없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쓴 상상된 공동체란 책에 의하면 민족은 확실히 구분 지어진 개념이 아니라 상상된 합의체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로 인종 간의 유전자 차이는 0.1%보다 낮다. 팩트풀니스에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나라의 경제 수준에 따라 문화 규범도 바뀐다고 한다. 인구 감소 해결책을 출산율 증진에만 초점을 맞춰놓으면 전망은 더 암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현상은 일본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쉽게 볼 일이 아니기에 모두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의 관점은 통섭이란 말과 어울린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면서 펼쳐놓는 시각차가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펼쳐놓은 생각의 식당에 한번 들어가 보자. 코스요리처럼 나오는 지식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미슐랭 3스타에 온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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