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은 하나같이 두껍다. 그의 첫 책 총균쇠를 도서관에서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책 두께에 경악을 금치 못한 기억이 있다. 당시 기준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웠으며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총균쇠. 참고문헌을 포함해 750페이지나 되는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진 못했다. 오히려 마지막 장을 덮고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이 잘되는 책이었다. 지정학적 위치에 중점을 둬 문명의 발전 원동력을 찾은 신박함은 이전에 읽어본 역사책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었다. 다이아몬드의 신작 대변동총균쇠로 시작한 문명연구의 마지막을 찍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미래에 국가는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할까? 다이아몬드는 7개 국가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할 자료를 마련했다. 다이아몬드가 연구한 7개 국가(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는 무작위로 선정한 표본이 아니다. 하나같이 저자가 가장 잘 아는 국가이며 동시에 개인적 삶이 스며들어있는 국가들이다. 이들 중 5개 국가는 선진 민주국이며 2개는 독재를 경험한 나라이다.

 

인상 깊은 건 핀란드가 소련과 대치 중일 때 한 행동이다. 핀란드는 소련의 침범을 막고 신뢰를 얻기 위해 자유를 제약했다. 소련에 비판적인 내용을 쓰는 언론을 통제하고 소련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는 고작 600만 남짓한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한 일이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는 독립한 국가로 존재하기 위해 소련의 침공을 철저히 막아내었다. 그 대가로 수많은 인명이 죽음에 이르렀지만, 핀란드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저항했다. 자유를 억압한 것에 있어서도 정부가 무력으로 강제한 게 아니라 핀란드인 모두가 필요를 느껴 행동한 일이다. 이는 독립된 국가라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과 나라 모두가 소련을 자극하지 않아야 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지금 러시아와 깊은 우호를 다지고 있으며 세계 최고 선진국 중 하나이다. 이 상황을 보고 다시 대한민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좌우 갈등과 상대방에 대한 혐오는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정당 간의 갈등으로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건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국익으로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 내용도 서슴지 않게 내보내는 걸 보면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다이아몬드가 책 뒤에서 설명한 미국도 현재 대한민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저자는 불과 20년 사이에 국익을 위해 타협해온 미국 정당의 전통이 완전히 부서졌다고 말한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지지층의 이해관계에만 모든 걸 쏟고 혐오의 말을 내뱉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이며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대변동에서 한국의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 국가가 처한 위기상황과 대한민국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미 우리는 세계화란 하나의 흐름 안에 속한 자들이니까. ‘총균쇠만큼은 아니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무리가 가는 분량이다. 다만 그만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변동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연구 결정판이다. 좋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니, 책을 덮기가 아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