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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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짜증 나게 하는 일이 무엇일까? ? 건강? 등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인간관계가 자신을 가장 열 받게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의사소통인 언어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사용하는 단어에 담긴 여러 뜻, 중의적 해석, 완곡 적 표현과 문화적 의미, 그리고 속마음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까지! 언어로 소통하다 보면 사람은 가끔 화병이 나 미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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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의중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진다(그건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 상사의 말을 믿고 참고 인내하다가 어느샌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김. 당할 수 있고, 착한 줄 알았던 지인이 사실은 자신을 이용하려고 잘 대해준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도 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는,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의 관점으로만 타인을 판단하기에, 오해는 더 깊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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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타인의 해석은 인간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 착각하는 경우의 사례를 담아놓은 책이다. 단순히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서 착각하는 게 아닌다. 그 악마 같은 존재인 히틀러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영국의 총리 이야기를 들으면, 당신 역시 사람을 오해하지 않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들지 다시금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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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면서 타인의 의중을 100% 파악하는 건 텔레파시가 완성되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그렇다면 당분간 사회생활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의 불행도 지속할 거다.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타인을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은 유보적으로 바라보는 게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 혼자만 오해하며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니, 내일의 인간관계를 헤쳐나가는데 조그마한 위안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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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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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고교 시절 처음으로 소설을 쓸 때는 교과서에서 배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어떤 건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발단에서 시작한 소설이 절정으로 치닫은 경우도 많았다. 


온갖 작법서를 읽어봐도 감은 잡히지 않았고, 난 그저 내 글쓰기 실력이 정말 형편없다는 생각을 가진 채 소설 쓰기를 접고 살았다. 얼마 전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내고 나서, 소설을 다시 한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솔직한 마음을 보태자면 책 제목만 보고 고른거라, 소설 쓰기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뻔한 에세이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첫 장을 읽자마자 머리를 한대 맞은듯했다. 이 책은 소설의 탈을 쓴 작법서다. 어릴 때 고민했던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장면을 담은 무수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었다.


또한 이 책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 참고해볼 만한 아이디어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는 20편이 넘는 초 단편 소설들이 들어있다. 완성도는 높지만 감질나게 뒷이야기가 궁금한 글들이 다수 있다(작가님 '지금 바깥은 어둡습니까?' 뒷이야기 좀 써주세요...).


이 책을 읽는다고 소설을 바로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작법서가 말하는 형식적인 말들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으로써 소설에 대한 감이 조금은 잡히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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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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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생명에 관심이 많았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사건이 터질 때부터 생물공학이란 학문에 관심을 가졌고, 한동안 그 꿈을 유지하며 살았다. 고교 시절 문 이과를 결정할 때 과학 중에서 생물계통은 수학의 영향을 덜 받지만, 이과를 가야만 생명공학과를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고민이 깊어졌다. 결국, 수학을 지지리도 못하는 난 문과를 택했고,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내 인생의 첫 번째 꿈을 저버리게 되었다.

 

 

문과에 진학하고 어쩌다 글을 쓰게 되었고, 어쩌다 영상 과에 오고 또 어쩌다 책을 많이 읽게 되고 책을 내고 어쩌다 취직을 하게 될 때도 ‘그대로 생명공학과에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문과지만 사회학책보다 과학책에 관심이 깊은 건 이 때문이었다. 특히나 최근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 작은 것들이 일으키는 변화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이 책은 세균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현재 어떻게 이용되는지 등 세균 전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마 책의 두께가 조금만 더 두꺼웠으면, 세균의 역사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넓은 범위 범위를 다루려고 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바이러스에 관해 관심이 깊어졌지만, 아직도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다. 이 책에서도 그 점에 관해서 설명하는데 쉽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더 작고 세균은 더 크다. 또한,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고, 세균은 숙주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아주 간단한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세균은 이보다는 복잡하다. 그리고 세균은 200년 전에 나온 현미경으로도 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못하다.

 

 

저자가 세균을 많이 사랑해서 그런지 세균에 대한 편애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도 사실인 게 세균은 이로운 역할을 많이 한다. 우리 장에 대장균이 없다면 인간은 소화를 못 해서 맨날 설사를 할 것이다. 또한, 인간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아주 먼 옛날에 따로 존재했던 세균의 일종이 우리 세포에 들어와 공생하게 되면서 만들어졌다. 또 피부 겉면에는 보습을 도와주고 외부로부터 안 좋은 물질을 막아주는 세균이 정말 많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세균이 꼭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탄저균은 세균의 일종인데, 인간이 이에 노출되면 호흡만 해도 죽는다. 또한. 핵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싸고 적은 기술력으로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게 세균 공학이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이를 언급하며, 인간의 행동에 따라서 세균은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난 과학책을 너무 좋아해서, 이 책에 대한 리뷰에 편애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봤을 때, 이 책을 읽기 어려운 편이라 말할 수는 없다. 생물학에 완전히 전무한 사람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세균에 대해 정말 잘 풀어쓴 책이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바이러스나 세균에 관해 관심이 생겼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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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 - 기술과 인간의 만남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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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여러 트렌드 서적이 하나둘 시장에 들어선다. 김난도 작가의 트렌드 코리아를 필두로 나오는 책들은 대게 마케팅과 사업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감을 잡게 해준다. 반면 카이스트 미래전략은 대한민국의 전반적 상황에 대한 분석이 주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망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내용이 책에 들어가 있다.

 

 

이번에 출간 된 책의 부재는 기술과 인간의 만남이다. 2020년이라는 숫자와 현재 기술발전을 돌이켜 볼 때 이 부재는 무척이나 적합해 보인다. 과거 공상과학영화에서 볼 것 같은 상황이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의 허젠쿠아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통해 아기를 출생한 일을 필두로, 기술 발전을 마냥 추종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브레이크 장치가 없다면 사회의 여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쟁점이 된 사안은 공유경제 차량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 간의 갈등이다. 4차산업혁명의 필두 서비스란 이름으로 들어왔지만, 기존 택시 업계의 자리를 많이 빼앗고 있어, 최근 고소전쟁에 들어갈 정도로 갈등은 커지고 있다.

 

 

책은 4차산업혁명이 일으킬 파급력을 생각해 볼 때 신중한 판단 없이는 위험한 상황을 낳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기술의 변화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신중한 어조를 취하고 있다. 기술이 낳을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설명하면서 어느 한쪽에 맹목적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바라는 셈이다.

 

 

매번 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지만, 이대로만 바뀌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실제 현실은 정치, 사회,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기에 생각대로 이뤄질 수 없다. 그럼에도 매년 수 없는 논의와 분석을 통해 책이 출간되는 건 카이스트 미래전략팀이 말하는 선비정신 때문이라 생각된다. 책의 두께는 500P 분량이 넘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문용어도 많이 있어 배경지식이 전무하다면 적잖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파트마다 상세한 설명을 담아두기에 찬찬히 읽어본다면 이해하기에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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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의 역사 - 우리와 문명의 모든 첫 순간에 관하여
위르겐 카우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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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시작의 순간을 설명하기가 모호하다. 빅뱅 이전에 대해 과학자들이 말할 수 없듯이 말이다. 이 책의 앞 문장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발명들은 발명가가 없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서 큰 도약을 낸, 맨 처음으로 직립 보행한 인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언어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도 알 수 없다. 우린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멋대로 사용할 뿐이다. 그들을 위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기란 어렵다.

 

모든 시작의 역사는 과거에는 밝히기 어려웠던 최초의 순간을 추적해나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탄소화학, 유전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증거를 하나 하나 분석해 범인을 찾는 탐정처럼 시작의 진실을 찾아보려 한다.

 

시작이란 틀에 맞춰 16가지의 세부 목차가 있다. 목차의 구성은 태초의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되어있다. 목차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일부일처의 시작 파트였다. 사실 자연 상태에서 일부일처는 절대로 흔히 볼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대다수의 포유류는 일부다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먼 친척인 고릴라는 대장 수컷 고릴라가 무리의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 동물 중에서 일부일처를 하는 건 소수다. 그렇다면 우린 왜 일부일처로 지내고 있을까? 책에서는 일부일처가 11표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본다. 능력 있는 엘리트가 10표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시민은 1표라면 정치적으로 한쪽에 편중된다. 이를 고치기 위한 정치적 재분배와 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 11표 시스템이 정착되어있다. 이처럼 일부일처 역시 일부 수컷이 다수의 암컷을 거느리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재분배 시스템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실제로 동물 중에서 수컷이 10마리 암컷이 10마리 있다면, 암컷 10마리는 모두 임신하지만, 수컷은 2~3명 정도만 번식에 성공한다)

 

모든 시작의 순간을 살펴보는 책의 논지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심하다 못해 답을 못 낸 사람이라면, 이번 여름 에어컨 바람 앞에서 인류의 역사라는 여행을 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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