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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평점 :
소설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고교 시절 처음으로 소설을 쓸 때는 교과서에서 배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어떤 건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발단에서 시작한 소설이 절정으로 치닫은 경우도 많았다.
온갖 작법서를 읽어봐도 감은 잡히지 않았고, 난 그저 내 글쓰기 실력이 정말 형편없다는 생각을 가진 채 소설 쓰기를 접고 살았다. 얼마 전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내고 나서, 소설을 다시 한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솔직한 마음을 보태자면 책 제목만 보고 고른거라, 소설 쓰기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뻔한 에세이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첫 장을 읽자마자 머리를 한대 맞은듯했다. 이 책은 소설의 탈을 쓴 작법서다. 어릴 때 고민했던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장면을 담은 무수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었다.
또한 이 책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 참고해볼 만한 아이디어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는 20편이 넘는 초 단편 소설들이 들어있다. 완성도는 높지만 감질나게 뒷이야기가 궁금한 글들이 다수 있다(작가님 '지금 바깥은 어둡습니까?' 뒷이야기 좀 써주세요...).
이 책을 읽는다고 소설을 바로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작법서가 말하는 형식적인 말들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으로써 소설에 대한 감이 조금은 잡히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