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의 역사 - 우리와 문명의 모든 첫 순간에 관하여
위르겐 카우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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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시작의 순간을 설명하기가 모호하다. 빅뱅 이전에 대해 과학자들이 말할 수 없듯이 말이다. 이 책의 앞 문장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발명들은 발명가가 없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서 큰 도약을 낸, 맨 처음으로 직립 보행한 인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언어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도 알 수 없다. 우린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멋대로 사용할 뿐이다. 그들을 위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기란 어렵다.

 

모든 시작의 역사는 과거에는 밝히기 어려웠던 최초의 순간을 추적해나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탄소화학, 유전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증거를 하나 하나 분석해 범인을 찾는 탐정처럼 시작의 진실을 찾아보려 한다.

 

시작이란 틀에 맞춰 16가지의 세부 목차가 있다. 목차의 구성은 태초의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되어있다. 목차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일부일처의 시작 파트였다. 사실 자연 상태에서 일부일처는 절대로 흔히 볼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대다수의 포유류는 일부다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먼 친척인 고릴라는 대장 수컷 고릴라가 무리의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 동물 중에서 일부일처를 하는 건 소수다. 그렇다면 우린 왜 일부일처로 지내고 있을까? 책에서는 일부일처가 11표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본다. 능력 있는 엘리트가 10표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시민은 1표라면 정치적으로 한쪽에 편중된다. 이를 고치기 위한 정치적 재분배와 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 11표 시스템이 정착되어있다. 이처럼 일부일처 역시 일부 수컷이 다수의 암컷을 거느리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재분배 시스템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실제로 동물 중에서 수컷이 10마리 암컷이 10마리 있다면, 암컷 10마리는 모두 임신하지만, 수컷은 2~3명 정도만 번식에 성공한다)

 

모든 시작의 순간을 살펴보는 책의 논지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심하다 못해 답을 못 낸 사람이라면, 이번 여름 에어컨 바람 앞에서 인류의 역사라는 여행을 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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