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 낙관주의자 - 번영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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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올 때 많은 사람은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었지만, 현재 사는 사람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7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국가는 발전해서 전체적인 부는 상승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테러, 경제 위기 등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미래는 러다이트 운동 때보다도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와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주의나 유럽의 극우 전선 등에서 나오는 난민 반대 운동을 보고 있으면 세계에는 비관주의 말고는 다른 미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에 읽었던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비관적 미래에 대한 경고였다면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이와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들리는 우파가 말하는 자유시장주의 관점에서 교환을 통해 인류는 부를 쌓아왔다고 말을 한다. 서로 간의 교환은 기술의 교환을 끌어내고 이 와중에서 부는 늘어난다고 보았다. 자유무역주의자 데이비드 리카도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가 일생 주장한 비교우위론은 서로 다른 국가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건에 집중하면 각국이 부를 얻는다고 보았다. 이 와중에서 리들 리가 말한 기술의 이전이 이뤄지기도 한다. 물론 선진국이 모든 기술을 이전시키는 게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이론만큼 부의 이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리들리의 낙관주의는 철저한 통계와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명으로 우리는 이전과는 비교 못 할 부를 누리고 있기에 미래는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2050년이 오면 특이점이 찾아와 기술 문명의 발달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뇌를 컴퓨터에 임포트 하는 방식으로 인류는 영생을 누리게 되고 환경, 기아 문제는 AI와 로봇, 과학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하라리의 비관주의에 더 공감하는 편이다. 매트 리들 리가 참여한 사피엔스의 미래에서도 그의 주장에 공감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것들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 데이터인지는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보고 조금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방향으로 비관적(염세) 이상주의자를 지향하며 살고 있다. 세상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현실적으로 파악하면 염세적이고 비관주의에 빠질 수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면 세상은 끝도 없는 절망에 빠질 것이다. 이 때문에 이상주의자처럼 행동하고 사고하고 노력하는 게 내 삶의 목표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이상주의의 근육이 조금 더 키워졌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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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 - 유라시아 대초원에 펼쳐진 북방제국의 역사와 한민족의 기원을 추적하다
김석동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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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민족주의는 20세기 들어참 말이 많은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골턴의 우생학을 들고 와 아리아 민족이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개념을 독일 안에 널리 퍼뜨렸다. 좋은 아리안 인종 유전자를 가득 남기기 위해 유대인과 장애인의 생식기능을 없애는데 거침이 없었고 다수의 사람은 피의 칼날 앞에 눈물 흘렸다. 반대로 개발대상국을 중심으로 발발한 민족주의는 서구 열강에 대항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일제강점기에 피땀을 흘린 대한민국의 투사들도 한민족이라는 개념 아래서 갖은 고생을 마다하고 대한 독립을 위해 달려갔다.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는 오랫 동안 가상의 개념으로만 존재했던 한민족이라는 민족개념을 실질적으로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한국인이 보여주는 특성을 네 가지(1. 끈질긴 생존본능 2. 승부사의 기질 3. 강한 집단의지 4. 개척자의 근성)로 정리했다. 네 가지로 요약되는 한국인의 특성을 저자는 지난 수십 세기 동안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활약해온 기마민족, 즉 초원 제국의 전사들과 DNA를 공유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 말한다. 사실 DNA에서 민족성이 나온다는 근거가 신빙성이 없지만은 않다.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체란 유전자의 활동을 도와주는 기계라고 정의한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기에 유전자가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존재라는 점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요소에는 그런 유전자가 가진 특성을 무시하지 못하기에 김석동이 말하는 한민족 DNA란 것도 실제로 존재함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키워드로 삼아 지난 동아시아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거 한반도의 역사는 중국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타 국가에 의존적이었지만 현대에는 이런 기질을 벗어나야 한다. 경제 관료로 지냈던 저자가 고대사 연구가로 변신한 이유는 남북한 모두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다사다난한 2018년을 끝내고 찾아온 2019년에 한반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문제의 홍수에 빠져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살아갈 수 있기에 주체성이 되는 개념이 필요하다. 한민족이라는 개념은 세계화의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새로 자리 잡고 21세기의 선구 주자로서 달려가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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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룸 - 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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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기초과학 실태는 처참할 수준이다. 서구사회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겪은 산업화, 정보화를 단 50년 만에 이뤄냈기에 생존을 위해 실용과학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인터넷 통신망, 휴대전화 보급 등 21세기를 선도하는 유망 국가 중 하나가 되었지만, 노벨 과학상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유카와 히데키를 시작으로 무려 22번이나 노벨과학상을 수상했다. 기초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정책은 수많은 석학을 배출하는 데 이바지하였고 이는 곧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현재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하나인 로봇공학에서 일본은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이룸의 저자 김우재 씨는 기초과학의 한 분야인 초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책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기초과학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들면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꼬집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이런 지원 정책들이 과학자들을 정부지원금만 효율적으로 받아 챙기기에 신경 쓰는 공무원 조직으로 바꾼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부, 기업이 아니고 제 3 섹터인 재단에서 과학연구를 지원한다고 한다. 예로서 석유 재벌 록펠러는 록펠러재단을 직접 만들어서 과학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을 통해 발달한 기초과학은 그대로 미국의 과학기술에 흘러 들어갔고 20세기 최고의 부를 얻는 데 이바지 했다.

 

 

저자는 초파리 연구자지만 사실 그에 대한 깊은 내용이 책에 있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과학 교양서이면서 현재 과학 실태를 폭로하는 느낌을 책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과학 교양서적 시장이 너무 쉬운 과학들만 넘치고 있는 거에 상당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 이는 과도한 인문학,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어난 탓도 있다. 과학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물리학에는 양자역학, 고전역학, 평행우주, 우주과학 등의 분야가 있고 생물학에는 진화생물학, 발달 유전학, 분자 생물학 등 끝없이 많은 하위분야가 널려있지만, 대다수는 이에 대해 무지하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직접 과학을 하는 게 아닌 책으로 배운 대중 과학강연자들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물론 과학 대중화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강연이 질 좋은 콘텐츠일 수는 없는 법이다.

 

 

필자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고 또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지식이 사상누각임을 플라이룸을 보고 뼈저리게 느꼈다. 기초과학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선진국에서 발달한 과학기술만 수입해 온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정한 의미의 기술 선진국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의 글이 날카롭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책을 제대로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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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사람을 위한 공부법 - 30분 이상 앉아있기 어려워도 합격하고 싶은
김응준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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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선생님의 수업을 주의 깊게 듣지 못하는 산만한 학생이었다. 남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인강, 교사의 강의는 늘 머릿속 깊이 박히지 못했고 시곗바늘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게 일상이었다. 많은 공부법에서는 앉아있는 시간에 비례해서 성적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늘 한곳에 집중하기란 어려웠고 잡념이 그치는 날이 별로 없었다. 자습시간에는 습관적으로 소설책을 읽거나 시, 소설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 진학 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나만의 공부법을 깨달았다. , 하나 아쉬운 건 산만한 사람을 위한 공부법이 조금 더 빨리 나왔더라면 시행착오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저자는 문과임에도 불구하고 배경지식도 없는 기술직 공무원시험을 10개월 만에 통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산만한 저자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있는 것보다 효율을 택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발견한 셈이다. 산만한 사람은 생각이 많고 에너지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강의 교육방식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때 빼고는 독학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또한 생각이 이곳저곳 떠나는 걸 막기 위해 공부의 기틀을 세워놓고 지식을 쌓아나가야 한다. 책 맨 앞을 보면 목차가 나오는데 한번 훑어본 후 공부하는 게 몇 배의 효율을 내뿜는다. 책을 여러 권 볼 필요도 없다. 남들 모두 보거나 어려운 책 2권 정도만 반복적으로 보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문제이기에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하고 틀린 문제는 확실히 넘어가야 산만한 사람이 쉽게 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 책은 공부법과 관련된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산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 집에 가깝다. 집중력이 부족한 저자의 어린 시절과 공무원시험 준비를 할 때의 어려웠던 에피소드가 책에 녹아 들어있다. 그 때문에 단순한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수험생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생각과 공감이 녹아 들어가 있다. 특히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스터디, 학원만 나가는 수험생이 다수지만 저자는 일부러 사람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고통스러운 수험생활을 버텨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만나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정된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공부에 몰입하는 게 중요한 건 산만한 사람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다수에게 공부는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이고 싫더라도 도피하지 말고 버텨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든든한 지침서이자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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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
정경선.루트임팩트 엮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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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집 책장에 꽂혀있는 위인전을 보면서 그들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 마음에 자리 잡은 이상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내 존재 가치가 되었다. 어떤 절차와 방법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처음에는 과학자. 소설가, 선생님 등 수단으로서의 여러 직업이 눈에 띄었지만 하나 같이 되기가 어렵거나 경제적 벌이가 시원찮았다. 현실과 이상의 최대 타협점으로 직업을 구하려고 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체인지메이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현실, 경제적 이득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변화를 이루는 개인, 단체의 일화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시사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필자로서는 책 앞부분에 소개되는 닷페이스에 특별히 눈길이 갔다. 기존 언론이 소홀히 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여러 대안 미디어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 중 닷페이스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랜덤채팅 어플로 미성년자 성 매수를 하는 사람을 취재하는 등 기존 언론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점에서 닷페이스는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의 대표 구범준 씨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형 TED로서 기획된 세바시는 이름 있는 명망가들로만 강연을 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인 사람들(18년 동안 시설에 격리되었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장혜영 씨나 다리 없는 아이를 입양해서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키운 양정숙 씨와 같은 인물들)이 겪었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에 담긴 통찰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삶의 지혜란 성인(聖人)만 깨닫는 게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찾거나 느낄 수 있기에 일반인들이 무대 앞에서 이야기하는 일은 더 의미 있다. 또한, 대게 진보적 색채의 강연이 많지만 서도 이념을 가리지 않고 강연한다는 원칙을 세웠기에 유연한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어 보인다.

 

책에서 언급하는 인물과 단체는 상당수였다. 그만큼 사회를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적잖은 안도감과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크게 돈이 되지도 않고 누군가가 알아주기도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지만, 자신의 이상을 길잡이 삼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다만 체인지메이커 모두는 열정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이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직업에서 충분한 역량을 쌓은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급하게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삶을 사려고 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이상을 버리지 않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산다면 체인지메이커로서 빛날 기회는 언젠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 빨리 나가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냉정히,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나가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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