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룸 - 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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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기초과학 실태는 처참할 수준이다. 서구사회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겪은 산업화, 정보화를 단 50년 만에 이뤄냈기에 생존을 위해 실용과학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인터넷 통신망, 휴대전화 보급 등 21세기를 선도하는 유망 국가 중 하나가 되었지만, 노벨 과학상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유카와 히데키를 시작으로 무려 22번이나 노벨과학상을 수상했다. 기초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정책은 수많은 석학을 배출하는 데 이바지하였고 이는 곧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현재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하나인 로봇공학에서 일본은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이룸의 저자 김우재 씨는 기초과학의 한 분야인 초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책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기초과학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들면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꼬집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이런 지원 정책들이 과학자들을 정부지원금만 효율적으로 받아 챙기기에 신경 쓰는 공무원 조직으로 바꾼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부, 기업이 아니고 제 3 섹터인 재단에서 과학연구를 지원한다고 한다. 예로서 석유 재벌 록펠러는 록펠러재단을 직접 만들어서 과학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을 통해 발달한 기초과학은 그대로 미국의 과학기술에 흘러 들어갔고 20세기 최고의 부를 얻는 데 이바지 했다.

 

 

저자는 초파리 연구자지만 사실 그에 대한 깊은 내용이 책에 있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과학 교양서이면서 현재 과학 실태를 폭로하는 느낌을 책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과학 교양서적 시장이 너무 쉬운 과학들만 넘치고 있는 거에 상당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 이는 과도한 인문학,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어난 탓도 있다. 과학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물리학에는 양자역학, 고전역학, 평행우주, 우주과학 등의 분야가 있고 생물학에는 진화생물학, 발달 유전학, 분자 생물학 등 끝없이 많은 하위분야가 널려있지만, 대다수는 이에 대해 무지하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직접 과학을 하는 게 아닌 책으로 배운 대중 과학강연자들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물론 과학 대중화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강연이 질 좋은 콘텐츠일 수는 없는 법이다.

 

 

필자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고 또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지식이 사상누각임을 플라이룸을 보고 뼈저리게 느꼈다. 기초과학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선진국에서 발달한 과학기술만 수입해 온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정한 의미의 기술 선진국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의 글이 날카롭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책을 제대로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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