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충전소
최진기 지음 / 한빛비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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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재테크 안목을 키우기 위해 경제신문을 보기 시작했지만, 생소한 용어에 막혀 좌절하기 일쑤였다.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 대체 뭘 배웠나 할 정도로 경제 관련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경제 분야가 일반인이 볼 때 잘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래의 친구들이 서브프라임이니 금리니 얘기하고, 비전문가들 주부나 일반인이 재테크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기본기부터 닦자는 생각에 경제 관련 서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눈에 띈 책이 [경제상식충전소]다. 책 표지 사진 중 “이태백이 싫다. 청녀실업”이란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요즘 경제 상황을 잘 얘기할 거 같아서였다. 이 책은 경제 용어나 상식을 풀어놓는 수준에서 벗어나 정말 경제 이야길 하고 있다. 우리가 뉴스나 신문을 통해 듣고 궁금해 하는 경제 이야기 말이다.  

이 책은 경제 상식을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된 사건을 통해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키코”를 통해 중소기업과 금융권의 문제를 짚거나, GDP와 GNP는 박지성이나 유조선 침몰을 통해 재밌게 설명한다. 실업률과 고용률을 청년실업 문제로 풀어내고, 소비물가지수를 맥도널드의 빅맥을, 주식은 삼성전자를 통해 설명한다. 부동산과 국제정세 또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나름의 시각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 책을 경제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기본기를 다지고자 하는 초보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저자의 필력 또한 대단해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이하면서도 아주 재밌게 쓰고 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그동안 경제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꾹 다물어야 했던 나로서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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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남미
이미혜 지음 / 책만드는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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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집과 회사를 꼼짝없이 왕복해야하는 나로써는 이 책이 얄밉기만 하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세계여행에 올인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내 처지가 스스로 불쌍했다.
그만큼 작가 이미혜의 여행담은 활기넘치고 누구나 꿈꾸는 그런 것이었다.
 
쿠바에서 남미의 서쪽해안을 따라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에
이르는 그녀의 여행기에서 스물아홉인 그녀의 젊음이 느껴졌다.
이들 나라들을 돌며 그녀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은
유명관광지나 박물관, 미술관 같이 쉬운 곳보다는
섬투어나 트래킹, 티티카카 호수, 사막횡단, 아마존강 투어 등
단순한 관광이 아닌 체험위주의 활동적인 여행이었다.
피라냐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자전거로 죽음의 트래킹을 경험하며
할 수 있는건 다하고 온것이다.
 
또 중심가 보다는 시장이나 변두리를 돌며 길거리 음식을 탐하거나
동네 어귀에 앉아 그나라 사람처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저녁엔 유명한 쿠바재즈바에서 공연을 보고 아르헨티나의 탱고를 들으며
지친몸을 풀며 피로를 풀었다.
 
그녀의 여행을 서울로 비교하자면 경북궁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보다는
홍대나 삼청동 쪽을 여행했다고 하면 되겠다.

그래서 이책은 다음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기보단
독자로 하여금 여행을 가고싶게 만드는 낚시용 여행기라고 보면 정확할듯하다.
물론 간간이 좋은 여행tip이 나오기도 하지만,
여행을 하는데 실질적인 정보라기보단 참고용에 가깝다.
가령 이런식이다.
 
아르헨티나는 동전이 귀해서 아무 가게에서나 동전을 바꿔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중교통과 팁을 위해 여행객이라면 필수로 지녀야할 동전이 없으면 좀 곤란하다.
이때 아르헨티나의 유료 화장실을 이용해 보자
화장실은 그 특성상 동전이 많아서 잘 바꿔준다고 한다. 
 
보기 좋은 관광지만 다니지 않는, 제목 그대로 '레알 남미'인 것이다.
남미에서 색다른 여행을 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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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와 대화하다
김규중 지음 / 사계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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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처럼 정말 대화를 한다.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고 조금 엉뚱한데가 있는 명석이와 문학을 좋아하고 낭만적이며 똑부러진 은유, 두 학생이 시를 읽고 이야기 한다. 명석이와 은유는 의견이 달라 싸우기도 하는데, 정말 생생하다. 저자가 교사라 실제 수업 중에 나온 학생들의 대화를 참고했다는데 참말인가보다. 

책의 또다른 등장인물은 두 학생의 이야기를 마무리 해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김샘이다. 김샘은 두 학생이 시 해석에 어려움을 겪을 때만 잠깐 도와준다. 전면에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두 학생이 고민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준다. 김샘의 방식은 이 책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도 같다. 기존의 시험답안 찍 듯 외우는 시 교육과 달리 스스로 이해하고 터득해 나가는 새로운 시 읽기 방식을 시도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게다가 이 책은 시 읽기를 3단계로 나누어 수준별 학습을 도입했다. 즉 영어나 수학처럼 학생들 수준에 맞게 시를 읽도록 만들었다. 1단계에선 중1수준으로 ‘오리 한 줄’, ‘빵집’, ‘이 바쁜 때 웬 설사’, ‘소를 웃긴 꽃’과 같이 쉽고 재밌는 시들을 배치했다. 시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학생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 보인다. 2단계에는 중2~3 수준으로 ‘가난한 사랑 노래’, ‘귀뚜라미’, ‘이슬’처럼 시어의 의미를 밝히고, 표현을 배우는 본격적인 시 공부에 들어간다. 3단계는 ‘알수 없어요’, ‘꽃’, ‘바람의 말’, ‘지상의 방 한 칸’ 등 시어도 복잡해지고, 철학, 역사 같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시들이 나온다.    

내가 학생 시절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국어 성적이 더 나왔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이 책은 시를 읽는 눈을 열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운 시를 읽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방법도 '보여 준다'. 즉 학생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 읽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어쨌든 청소년들의 시 공부를 위해 큰 도움이 되는 책이 분명하지만, 수록된 시들이 그저 즐기며 읽기에도 참 좋았다. 교과서에서 봤던 오래된 근대시보다 현대시가 많아 요즘 정서에도 맞았다. 웃긴 시(‘이 바쁜 때 웬 설사’)도 있고, 과학적 상식(‘광합성’)을 요구하는 시도 있고, 짧지만 강렬한 시(‘그 꽃’)도 있었다.

청소년들만 읽기엔 아까운 책이란 말이다. 그만큼 구성도 잘 짜여 있고, 시들도 하나하나 정성들여 고른 티가 난다. 간혹 시 옆에 있는 삽화도 제법 운치 있게 그려졌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시를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정양의 ‘토막말’과 고은의 ‘그 꽃’을 추천하고 싶다.

 
토막말 

                                        정양   1997년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 놓고 간 말
썰 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 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 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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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1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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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이란 제목에서 먼저 떠올린 것은 저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였다.
도킨스는 그의 저서 [눈먼 시계공]을 통해, 다윈 진화론에 바탕을 둔 주장을 했다.
그래서 이 책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같은 진화론을 소재로 한 소설로 예상했다.
헌데 첫장을 넘기는 순간 예상은 깨졌다.
 
소설은 기계와 인간이 뒤섞인 우울한 미래를 대담하게 그린 전형적인 SF 였다.
게다가 전문가(?)인 정재승의 공동집필 덕에 엄청난 과학적 지식이 쏟아졌다.
예를 들어 '스티머스'라는 '피해자의 전전두엽에서 가장 최근 주입된 기억을 추출하여 영상으로 재생하는 장치'나 '뇌파작곡시스템', '악몽억제장치' 등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앞장을 다시 넘겨야했다.
하지만 그런 설명들이 익숙해지자 소설이 읽기 수월해지고 재미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기억은 마음에 남는 것이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다. 세포의 변화가 곧 기억이다." 하고 말하는 부분은 현대 과학의 견해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300년간 과학자들의 실험실 안에서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긴 많은 일들이 소란스럽게 제시되었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또는 "인간은 생존 본능을 가진 생체 기계다"는 소설 속 말도 <눈먼 시계공>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소설이 그리는 2049년 서울의 모습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이중으로 바뀌고,
남산타워 대신 '벌룬 우주선'이 떠있고, 강남은 첨단과 패션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강북은 생태공원이 되었다.
무엇보다 건물주변에 거대한 인공안개와 벽이 된 폭포와 담이 된 시냇물은 서울을 물의 도시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발달한 테크놀로지로 몸을 기계로 대체해 수명을 연장하고 강한 육체를 만든다.
인간끼리의 스포츠는 로봇 격투인 배틀원으로 대체되며,
운전, 청소, 요리, 성적 서비스 심지어 배우들까지 기계를 통해 해결하는 세계는 놀라웠다.
김탁환의 세세한 묘사와 그걸 뒷받침해주는 정재승의 과학사적인 설명은 소설속 세계가 곧 다가올 미래같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첨단기술과 기계로 꾸며져 소설 속 미래 사회는 눈부시게 화려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병을 앓았다.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로움에 로봇과 동물에게 집착하고,
분노를 참지 못해 파트너 로봇을 때리고 부수고,
오늘날의 성형수술처럼 멀쩡한 몸을 각종 기계로 바꾸고 고치고,
어이없는 이유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고 부자는 더 사치스런 그런 사회였다.

소설은 오늘날 현실의 문제를 2049년 서울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뇌를 탈취해간 기묘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 구성과
표도르와 크로캅을 방물케하는 로봇 격투기는 소설의 흥미를 더해준다.
SF, 스릴러, 과학, 사회소설 모두를 충족하고 있는 [눈먼 시계공]은 꽤 읽을 만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소설 구성이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 하다. 

<인상 깊은 구절> 
"SF 소설가들은 닥쳐선 안 될 미래를 막기 위해 소설을 쓴다. 전설적인 연작 단편집 [화성연대기]를 남긴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설가들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우울한 미래에 대한 20세기 SF 작가들의 기록은 21세기의 허리를 관통하는 오늘날 대부분 현실로 거듭났다. 로봇에 관한 예측은 놀라우리만큼 정확했다."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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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고원 위의 건축과 음악
김원갑 지음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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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리, 들뢰즈의 저 유명한 [천개의 고원]을 소화하기위해 읽어야할 책만으로도 20년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한 철학자가 생각난다. 13개의 고원... 천개에서 13개로 많이 줄였으나 이 책도 소화하려면 다소 많은 제반지식들이 필요할듯하다. 그 필수불가결한 제반지식은 건축-특히 최신의 건축이론들-, 음악-다행히 요즘의 락음악-, 문학, 영화, 미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술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앞서 말한 다양한 장르들을 가상의 인물인 G를 통해 거침없이 풀어헤쳐 나간다. 때론 유년의 애틋한 추억을 통해, 현재의 고독을 통해 시지프스가 되어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마치 간판이 무색한 어느 술집 한켠에 앉아 철학자이며 건축가이며 열혈 락 마니아인 저자가 술 한 잔 건네며 인생과 음악, 철학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달까.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생생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가상의 인물을 통해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 덕분이리라.


책에서 언급되는 분야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 있다. 특히 들뢰즈를 통해 락그룹 소프트 머신을 소개하거나 렘 콜하스와 데이빗 보위를 연결고리를 찾는 등 저자의 내공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또 생각지도 못한 각각의 분야들을 연결시키고 대응시키는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이상야릇하고 도발적인 도판들은 책에서 적절한 양념 역할을 해 흥미를 북돋는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은 풍자와 유머를 넘나드는 보너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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