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언니 - 다섯 번째 계절, 온전한 선이의 시간
김정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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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 보이고, 그 안에는 늘 바쁘게 움직이는 소녀가 있습니다.
아직 어린 얼굴이지만, 손길은 능숙하고 표정에는 어른스러움이 배어 있습니다.
선이언니의 첫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이런 이미지가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선이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의 삶을 지탱해야 했습니다.
동생들에게는 언니이자 엄마였고, 세월이 흐르면서는 가장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삶이 내민 무게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굳건한 의지와 깊은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저는 저희 엄마의 젊은 시절을 자꾸만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낸 시간들.
그 속에 담긴 희생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이 언니』는 한 사람의 성장과 회복을 넘어,
그 시대를 지나온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문장 곳곳에 따뜻함을 심어 놓았습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선이의 숨소리와 발걸음이 귀에 맴돌았습니다.
그 목소리가 잦아들기 전, 저는 제 삶 속 ‘선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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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은
아리아나 파피니 지음, 김지연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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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 <어쩌면 행복은>이 남긴 문장은 아주 짧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주파수일지도 모른다. 크기를 키우는 대신, 포착의 빈도를 올리는 쪽으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서가에 꽂아 두고, 마음이 소란스러워지는 날이면 몇 장면만 꺼내어 볼 계획이다. 그리고 다시, 오늘의 작은 것들을 적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별점 같은 건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다음 장면을 보러, 또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생각이니까.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쁜 그림책입니다. 어렸을 적에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가 읽는 내내 생각났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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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의 여행 라임 그림 동화 44
클로에 알메라스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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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는 이름만큼이나 가볍고 자유로워 보여요.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마치 신선한 바람을 타고 숲속으로 뛰어드는 듯한 상쾌함이 전해집니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풍경은 하나의 거대한 미로 같아, 손끝으로 스치는 대로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커다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반짝이는 물방울, 꽃잎에 숨겨진 작은 생명체들까지. 화려한 색채와 촘촘한 디테일이 어우러져, 한 컷에도 머무를 시간이 부족할 만큼 풍성한 그림책입니다. 다프네와 함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음 장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려요. 


모험의 끝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건, 진짜 여행은 낯선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세심하게 느끼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다프네의 가벼운 발걸음을 따라가며, 나만의 작은 발견을 만끽해 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열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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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어린이 - 〈딩동댕 유치원〉을 만든 사람들
이지현.김정재 지음 / 문예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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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장 순수하게 웃었던 이유 중 하나가 ‘딩동댕~’ 소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어린이는 어린이>는 그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 제작진이 700여 편의 방송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들이 아이들에게 전한 따뜻한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40년 전통을 지키면서도 ‘실험정신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록이며, 모든 어린이가 그저 ‘존재’만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다정한 책이라 느껴졌습니다.


딩동댕 유치원과 함께 자랐다면, 혹은 이 프로그램이 익숙한 아이를 곁에 둔 어른이라면, <어린이는 어린이>를 통해 다시 한번 교실로 돌아가 보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마주한 설렘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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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다는 것 - 비우고 나면 열리는 새로운 문 파스텔 그림책 10
다다 아야노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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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잔’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더는 찻잔이 아니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참 신선했어요. 늘 할머니의 홍차를 우아하게 담아내던 찻잔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고 텅 비어 버린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다’ 하고 잠시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잔은 상실감에 빠져 깊은 침잠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 속에서 작은 꽃잎 하나를 만납니다. 꽃잎이 전해 준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했어요.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이 말이 마음에 단단히 박혔습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그림이 그 메시지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주니까, 읽는 내내 위로를 받았죠.

어른으로서 사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애쓰느라, 내면의 빈틈을 두려워하곤 합니다. 그런데 《채운다는 것》을 읽고 나니, 때로는 빈 공간이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변화’와 ‘성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더라고요.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그림책을 찾으시는 분, 일상의 무게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으신 분들에게 꼭 권해 드리고 싶어요.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안의 빈틈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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