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다는 것 - 비우고 나면 열리는 새로운 문 파스텔 그림책 10
다다 아야노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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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잔’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더는 찻잔이 아니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참 신선했어요. 늘 할머니의 홍차를 우아하게 담아내던 찻잔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고 텅 비어 버린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다’ 하고 잠시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잔은 상실감에 빠져 깊은 침잠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 속에서 작은 꽃잎 하나를 만납니다. 꽃잎이 전해 준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했어요.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이 말이 마음에 단단히 박혔습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그림이 그 메시지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주니까, 읽는 내내 위로를 받았죠.

어른으로서 사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애쓰느라, 내면의 빈틈을 두려워하곤 합니다. 그런데 《채운다는 것》을 읽고 나니, 때로는 빈 공간이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변화’와 ‘성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더라고요.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그림책을 찾으시는 분, 일상의 무게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으신 분들에게 꼭 권해 드리고 싶어요.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안의 빈틈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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