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공룡이라니 미미 책방 6
민정아 지음, 임은희 그림 / 머핀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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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 공룡이라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유도하는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미용실이라는 공간과 공룡이라는 존재의 조합은 아이들에게 강한 흥미를 주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주인공 공룡 씨는 무서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서 멀어지고,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게 된다. 그는 누군가 정해 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변신을 결심하고, 미용사 플라밍고 씨를 찾아간다. 하지만 가위질과 손질이 이어질수록 공룡 씨의 모습은 점점 더 엉뚱해지고 어색해진다. 이 과정은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동시에 남을 닮으려 할수록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을 보여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외모’라는 소재를 통해 ‘자기 존중’과 ‘개성’이라는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주변의 환경이나 타인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지키며 살아갈 때 오히려 더 멋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야기 곳곳에 담겨 있다. 공룡 씨가 겪는 좌충우돌 과정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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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마녀와 독 없는 사과 풀빛 그림 아이
김두연 지음 / 풀빛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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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독 없는 사과’라는 설정이었다. 마녀 이야기에서 독은 너무도 당연한 요소인데, 그 독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는 이미 새로운 방향을 향한다. <꼬마 마녀와 독 없는 사과>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해, 꼬마 마녀 미니의 호기심을 따라가는 그림책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니가 있다. 독 없는 사과가 과연 어떤 맛일지, 왜 그런 사과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진 미니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직접 찾아 나선다. 마녀라면 독이 든 사과를 좋아할 법도 한데, 미니는 입맛보다 궁금증을 먼저 선택한다. 그 선택 덕분에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장면들로 이어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과들은 하나같이 기발하다. 털이 복슬복슬한 사과, 생쥐 꼬리가 달린 사과, 개구리처럼 뛰어다니는 사과, 끈적끈적한 오징어 다리가 달린 사과까지. 여기에 사과 머리를 한 사람의 등장은 아이들의 상상을 한 번 더 확장시킨다. 단순히 사과를 찾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상의 폭을 넓혀주는 장면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미니의 여정은 백설공주와 난장이의 집으로 이어지며 동화적인 재미를 더한다. 익숙한 이야기 속 공간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험담의 긴장감을 살짝 얹어준다. 그렇게 여러 일을 겪은 끝에 미니는 마침내 독 없는 사과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독 없는 사과를 찾았음에도 미니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과자로 만들어진 마을을 떠올리며 또 다른 세상을 꿈꾼다. 이야기가 끝났지만, 다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남긴다.

<꼬마 마녀와 독 없는 사과>는 아이들의 질문을 존중하고,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이다. 읽어주는 어른과 듣는 아이가 함께 이야기를 넓혀 갈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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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J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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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을 가득 채운 설원의 질감이었다. 흑백의 차가운 화면 속에서 아주 

‘빛은 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두 존재 사이에서 천천히 자라난다.

책의 강렬한 장면은 후반부에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마을을 덮친 눈사태 앞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J의 빛이 다시 깨어난다. 그것은 마치 초능력처럼 터져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이며, 그 빛은 루키와 산타에게 향하는 길을 눈 속에서 직접 만들어낸다. 이미 빛을 잃었다고 단정했던 존재가 가장 큰 어둠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는 순간,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강하게 울린다.

결국 이 그림책은 ‘빛을 찾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빛을 건네는 이야기’다.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던 내면의 빛은 사실 사라진 적이 없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내어주는 순간 다시 타오른다는 메시지는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루돌프J>는 계절성 그림책을 넘어, 마음의 온도를 바꿔 놓는 겨울의 위로 같은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차가운 설원 속에 작은 빨간빛이 오래도록 남아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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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훔치는 추억 상점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22
이병승 지음, 해랑 옮김 / 서유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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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훔치는 추억 상점』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읽고 난 뒤가 더 오래 남는 책이었다. 겉보기에는 기묘한 가게와 수상한 게임기를 둘러싼 모험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질문들은 의외로 깊고 단단하다.


이야기는 동네에 나타난 ‘추억 상점’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사람에게만 무료로 준다는 게임기 ‘메모리 퀘스트’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기억이 미세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수진과 기훈, 봉구는 이상해진 친구들을 보며 그 원인을 찾아 나서고, 결국 ‘가면 아저씨’라는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표면적인 갈등은 기억을 조종하는 기술이지만, 진짜 문제는 기억이 사라질 때 함께 흔들리는 감정과 관계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첨단 기술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결론적으로 독자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기억을 저장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장치, 증강현실 게임, AI와 로봇 등 기술적 요소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이들이 가면 아저씨에게 보이는 태도였다. 흔히 악당 앞에서 승리나 처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 주인공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들은 상대의 슬픔을 보고, 그 슬픔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며, 마지막에는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건네며 치유를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어린이 문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결말이 아니기에 더욱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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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보다 무서운
상자 지음, 이수연 그림 / 꼬마이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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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늑대가 돼지 마을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조금씩 읽다 보면 이야기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늑대의 위험 앞에서 돼지들은 방법을 찾기 위해 모이지만 생각은 하나로 모이지 않습니다. 그때 어린 돼지가 우왕나무를 늑대가 피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어린 돼지의 말이 사실임이 드러나면서 마을 분위기는 크게 흔들립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부터 나타납니다.
우왕나무가 돼지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나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납니다. 나무를 가진 돼지와 그렇지 못한 돼지 사이의 차이는 빠르게 벌어지고, 결국 위험 앞에서 모두가 같지 않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 버립니다. 이 부분에서 현실과 겹쳐 보이는 면이 많아 마음 한쪽이 묵직해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은 부드러운 숨을 틔웁니다.
어린 돼지가 건네는 작은 우왕나무 조각은 갈등을 멈추게 하는 열쇠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창한 무언가보다 작은 마음 하나가 더 큰 안전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책장이 닫히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 진짜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남습니다.

짧지만 생각할 지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기에도 좋고, 어른이 스스로 읽어도 충분히 가치가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오래 바라보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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