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줄줄줄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4
장여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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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특별한 건 ‘줄’이라는 단어 하나로 끝없는 상상력을 끌어낸다는 점입니다. 직선 같던 줄이 어느새 수평선이 되고,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빙산의 없는 줄이 되기도 하고  역기가 되고, 관용어 속 의미로 변신합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반대말과 관용어를 접하며, 단어의 다양한 얼굴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반전의 느낌을 끝까지 이어가며언어 유희를 즐기게 해주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세심하게 그려진 개미 한 마리, 하나하나의 표정과 행동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습니다. 작가는 기다란 판형과 여백, 구도까지 ‘줄’의 성격에 맞게 설계해, 한 장면 한 장면을 길게 이어지는 여행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좋은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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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은 이유 - 혐오편 마음 튼튼 생각 탐구
박부금 지음, 전지은 그림 / 분홍고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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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혐오’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합니다.

단순히 개념 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이야기와 실험, 예시를 통해

‘왜 우리는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모두가 중간 크기 인형을 가장 크다고 말할 때, 나만 다른 대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장면은

저 스스로에게도 꽤 도전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 상황에서 무심코 다수의 선택에 동조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생각의 출처’를 묻는 과정입니다.

가족에게서 들은 말, 친구의 의견, 인터넷에서 본 정보,

심지어 길에서 스쳐 들은 말까지… 반복해서 들으면 내 생각처럼 굳어진다는 사실.

그걸 다시 확인해 본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림은 따뜻하고 차분하지만, 메시지는 단단합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편견이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죠.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서로의 말과 생각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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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히어로즈
하영준 지음 / 9월의햇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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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준 작가의 <우리 동네 히어로즈>는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히어로물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훨씬 더 생활 밀착형이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입니다. 초능력을 가진 다섯 친구가 등장하지만, 이들이 구하는 건 지구가 아니라 자기 동네, 그리고 자기 자신이죠.


주인공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루저’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도 변변한 직장 하나 없이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인물들이죠. 그러다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되지만, 그 힘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웃픕니다. 처음엔 돈을 벌 방법을 고민하다가도, 점점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이 소설이 좋은 건, 초능력을 단순히 판타지 요소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작가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요리를, 누군가는 경청을, 누군가는 작은 손재주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죠.


읽는 내내 공감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 속 인물들처럼, 결국 중요한 건 거창한 능력이 아니라 ‘나만 할 수 있는 것’ 을 발견하는 순간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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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언니 - 다섯 번째 계절, 온전한 선이의 시간
김정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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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 보이고, 그 안에는 늘 바쁘게 움직이는 소녀가 있습니다.
아직 어린 얼굴이지만, 손길은 능숙하고 표정에는 어른스러움이 배어 있습니다.
선이언니의 첫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이런 이미지가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선이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의 삶을 지탱해야 했습니다.
동생들에게는 언니이자 엄마였고, 세월이 흐르면서는 가장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삶이 내민 무게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굳건한 의지와 깊은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저는 저희 엄마의 젊은 시절을 자꾸만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낸 시간들.
그 속에 담긴 희생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이 언니』는 한 사람의 성장과 회복을 넘어,
그 시대를 지나온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문장 곳곳에 따뜻함을 심어 놓았습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선이의 숨소리와 발걸음이 귀에 맴돌았습니다.
그 목소리가 잦아들기 전, 저는 제 삶 속 ‘선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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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은
아리아나 파피니 지음, 김지연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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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 <어쩌면 행복은>이 남긴 문장은 아주 짧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주파수일지도 모른다. 크기를 키우는 대신, 포착의 빈도를 올리는 쪽으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서가에 꽂아 두고, 마음이 소란스러워지는 날이면 몇 장면만 꺼내어 볼 계획이다. 그리고 다시, 오늘의 작은 것들을 적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별점 같은 건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다음 장면을 보러, 또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생각이니까.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쁜 그림책입니다. 어렸을 적에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가 읽는 내내 생각났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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