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훔치는 추억 상점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22
이병승 지음, 해랑 옮김 / 서유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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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훔치는 추억 상점』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읽고 난 뒤가 더 오래 남는 책이었다. 겉보기에는 기묘한 가게와 수상한 게임기를 둘러싼 모험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질문들은 의외로 깊고 단단하다.


이야기는 동네에 나타난 ‘추억 상점’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사람에게만 무료로 준다는 게임기 ‘메모리 퀘스트’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기억이 미세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수진과 기훈, 봉구는 이상해진 친구들을 보며 그 원인을 찾아 나서고, 결국 ‘가면 아저씨’라는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표면적인 갈등은 기억을 조종하는 기술이지만, 진짜 문제는 기억이 사라질 때 함께 흔들리는 감정과 관계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첨단 기술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결론적으로 독자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기억을 저장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장치, 증강현실 게임, AI와 로봇 등 기술적 요소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이들이 가면 아저씨에게 보이는 태도였다. 흔히 악당 앞에서 승리나 처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 주인공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들은 상대의 슬픔을 보고, 그 슬픔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며, 마지막에는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건네며 치유를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어린이 문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결말이 아니기에 더욱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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