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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J ㅣ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을 가득 채운 설원의 질감이었다. 흑백의 차가운 화면 속에서 아주
‘빛은 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두 존재 사이에서 천천히 자라난다.
책의 강렬한 장면은 후반부에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마을을 덮친 눈사태 앞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J의 빛이 다시 깨어난다. 그것은 마치 초능력처럼 터져 나오는 뜨거운 에너지이며, 그 빛은 루키와 산타에게 향하는 길을 눈 속에서 직접 만들어낸다. 이미 빛을 잃었다고 단정했던 존재가 가장 큰 어둠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는 순간,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강하게 울린다.
결국 이 그림책은 ‘빛을 찾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빛을 건네는 이야기’다.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던 내면의 빛은 사실 사라진 적이 없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내어주는 순간 다시 타오른다는 메시지는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루돌프J>는 계절성 그림책을 넘어, 마음의 온도를 바꿔 놓는 겨울의 위로 같은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차가운 설원 속에 작은 빨간빛이 오래도록 남아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