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패티 스미스 언니께

 

큰미미

 

 

패티 스미스 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큰미미라고 합니다.

언니는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저의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늘 따뜻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언니가 계신답니다. 곱게 빗은 회색 빛깔 머리에, 아름다운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빠알간 장미를 손에 들고서요.

 

언니를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여름 한 록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저는 잠시 후 오를 무대의 뒤편에서 언니를 만났습니다. 언니는 공연을 하러 무대로 향하시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꽃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언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공연 직전까지 들꽃 사진을 찍고 계시다니, …… 마음이 여유롭고 멋진 언니시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죠.

 

그러나 잠시 후 맞닥뜨린 언니의 공연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습니다. 언니의 노래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60분간 언니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저는 완전히 매료되었죠. 톰 버레인 아저씨의 기타 소리는 너무나 따뜻하고도 강렬했고, 나직하게 읊조리다 어느 순간 폭발하는 언니의 노래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공연의 말미에 언니는 손에 들고 계시던 일렉 기타를 가리키며 외치셨습니다.

보이니? 이게, 바로 나의 무기야.”

 

언니의 무대를 처음 목격한 감흥에 잠시 후 있을 저희의 무대는 까맣게 잊고 홀린 듯이 멤버들과 함께 언니를 따라갔습니다. 대기실 편의점에서 언니를 놓쳐 두리번거리던 중, 언니는 맛동산과 육개장 사발면 사이에서 또다시 멋지게 등장하셨어요. 바보같이 머뭇거리던 저희의 부탁에 언니는 흔쾌히 함께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몇 년 후, 언니의 자서전 저스트 키즈를 읽기 전까지는, 언니와의 만남이 저에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실감하지 못했어요. 언니의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해 뉴욕으로 상경한 후 그야말로 혼자 힘으로 오롯이 생을 살아낸 상황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듯이 가슴이 아릿하고 절절했습니다. 책을 읽던 당시 저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일까요. 먹지도, 자지도 않고 12일 동안 언니의 책을 읽으며 저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언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셨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지간해서는 울지도 않았고, 겁내지도 않았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영혼의 친구라 할 수 있는 로버트의 큰 변화(양성애자임을 깨달은 순간)에도 의연하셨지요. 말 그대로 배고프고, 갈 곳 없는 상황에 직면해서도 늘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잃지 않으신 언니.

 

저는 책을 읽으며 이제나저제나, 언니의 성공기는 언제쯤 나오는 걸까 기다렸습니다.

언니가 더이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오로지 예술가로서 일할 수 있게 되고, 로버트와 샌드위치 하나를 나누어 먹는 게 아니라 더이상 끼니 걱정 없이 레스토랑에서 한 그릇의 식사를 할 수 있게 될 즈음, 책은 끝이 났어요.

책을 다 읽고서도 저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언니의 인터뷰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한 인터뷰를 읽으며 또 한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책 속에서의 언니는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은 줄로 알았는데, 그 이후 언니는 더 힘든 일들을 많이 겪으셨다고 했어요. 로버트의 죽음 이후에도 몇 년 사이 남편 분과 함께 활동하시던 피아노 멤버, 남동생까지 잃으셨다는 이야기에 언니의 생이 마치 제 이야기인 것 마냥 슬퍼져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울고 나니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언니가 제게 괜찮아, 큰미미. 네가 느끼는 아픔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라고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언니의 책 저스트 키즈는 항상 저의 머리맡에 성경처럼 놓여 있답니다.

 

제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왜 언니의 젊은 시절 멋진 사진이 아닌 현재의 모습을 넣어뒀냐고 묻곤 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언니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언니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의 미래도 그려지는 기분이거든요.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어쩌다가 밴드를 시작하고, 또 어쩌다가 작은미미를 만나, 예상치 못하게 10년이나 미미시스터즈를 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작은미미와 저는 많이 다르지만, 각자의 삶을 각자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충실히 살아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도 언니처럼 멋진 할머니 로커로 나이들어가고 싶습니다. 따뜻하게 서로를 의지하면서요. 언젠가 언니를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각자의 일상도, 창작도 멋지게 해내고, 또 지속하고 싶습니다.

 

이런, 50년이 넘게 예술가로 살아오신 언니께 이제 겨우 10년 남짓 가까스로 활동해온 저희가 너무 주제넘게 엄살을 부렸네요. 아직 중간 과정도 아닌, 이제 겨우 시작점에서 벗어날까 말까 하는 저희에게, 따끔한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누구보다 특별한 시인이자, 강력한 펑크로커이신 언니. 저는 오늘 아침에도 빠알간 장미꽃을 들고 계신 언니와 눈을 맞추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언니에게 편지를 써두면, 언젠가는 다시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그때까지 영어 공부 좀더 열심히 해둘게요.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 또 건강하세요.

미미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국에서, 패티 스미스 언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큰미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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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네 2017-07-03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시스터즈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들이죠 이 에세이도 누군가에게는 성경이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