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아가씨

작은 미미

 

 

미미는 본디 나이와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존재이니 아무리 지금 자기 고백적인 에세이를 쓰고 있다 해도 미미는 사실 몇 살입니다, 라고 대범하게 밝히기는 조금 곤란하다. 오늘 하루 장사하고 그만둘 게 아니니. 하지만 나도 가끔 나에게 아가씨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생각해볼 때가 있다.

 

아가씨.

아가씨란 무엇일까? 사전에 의하면,

[젊은 여자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

 

오호라, 그럼 젊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일까?

[나이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한창때에 있다]

 

놀이터에서 쉼 없이 뛰어다니는 7살 꼬마를 봐도 거참, 한창때지’, 산정상에 다다라 가쁜 숨을 쉬는 74세 할아버지를 봐도 선생님, 정말 한창때셔요!’라고 말할 수 있다. 알면 알수록 모호한 단어투성이다.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게 아가씨란 말인가. 은근슬쩍 누구나 아가씨에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은 방만한 설명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아가씨냐 아니냐에 신경을 쓰는 나의 본심은 무엇인가.

 

분명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20대의 아이유양은 20대의 젊은 여자이니 명백한 아가씨일 테지만, 산전수전 다 겪으신 70대의 이미자 선생님은 90대의 언니에게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고 아직 한창 활동중이시니 사전상으로는 그녀 역시 명백한 아가씨다.

 

올해 육십 대 중반인 신디 로퍼 언니. 내가 보컬 레슨을 받으며 최초로 카피를 해보았던 노래가 신디 로퍼의 트루 컬러즈였기에 마돈나보다는 백만 배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이 언니. 몸매는 얄팍했던 20대 때와 사뭇 다르지만 풍만해진 몸매만큼 언니의 음악세계 역시 풍부해졌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음악 감독을 맡아 토미상과 에미상을 모두 챙기신 신디 언니는 여전히 핫핑크색 머리를 고수하신다. 여전히 한창이라 부를 만하니 신디 언니 역시 아가씨.

 

올해 칠순을 맞이하신 패티 스미스 언니. 여전히 선동적인 가사를 외치며 하얀 셔츠 깃을 세우며 수줍게 웃는 이 언니를 2013년 내한 공연에서 영접했을 때 진정 그녀의 주름 사이로 들어가 잠들고 싶었다. 역시 한창때이니 아가씨.

 

단발머리 청초했던 양희은 언니는 갓 환갑을 넘기셨고 여전히 다방면에서 활동중. 나미 언니, 내일모레 환갑을 앞두고 댄스 앨범을 내셨다. 우리와 연이 깊은 일본의 오니시 유카리 언니 역시 오십 중반을 향하는 나이에도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오사카에서 꼬박꼬박 라이브를 한 지가 10년째다. 모두 모두 한창때를 달리고 있다. 그러니 여기도 저기도 아가씨!

 

며칠 전인가 소녀시대의 태연양이 이런 말을 했더랬다.

아마 소시는 할머니가 되어도 하이힐 신고 춤추고 있을 거예요.’

어머, 이 아가씨. 우리랑 어쩜 그렇게 같은 생각을.

, 태연양, 우리 그렇게 같이 늙어가죠, . 스리슬쩍 물타기.

 

환갑이 되면 우리 꼭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에 가서 공연하자고 큰미미와 항상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그동안 헤어져 있었거나, 노래를 하지 않는다거나, 음악을 경멸하게 되었더라도, 환갑 되는 해에 꼭 거기에서 만나자. 가서 버스킹을 하든, 빙수를 팔든, 소맥을 팔든. , 소맥 정말 괜찮지 않습니까!

 

아가씨라는 열차의 막차를 타고 아줌마라는 마을의 새벽으로 입성하는 느낌이 부쩍 드는 요즘. 오십, 육십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한 언니들을 보면 그깟 나이 뭐 대수냐는 생각이 든다. 아가씨 가수도 매력 있지만, 아줌마 가수에겐 아가씨에게 없는 또다른 거시기가 있다. 인생은 육십부터, 청춘은 팔십부터. 미미는 아직 햇병아리 신인입니다.

 

언젠가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라는 말에 충격받을 날이 오겠지. 하지만 아직은 약간 아가씨일지도라고 생각해보며. 내 속의 아가씨와 아줌마 그리고 미래의 할머니야, 싸우지 말고 서로 사이좋게 오래오래 지내자.

 

하지만 여러분, 아시죠? 미미는 나이가 없답니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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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네 2017-07-0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래스톤베리..언젠가 죽기전에 꼭 한 번 가보고싶은 페스티벌..그곳에서 미미시스터즈를 만나면 죽어도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