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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나라 ㅣ 파란 이야기 18
이반디 지음, 모예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아름다운 제목과는 반대로 슬픈 현실 속 어린이들을 다룬 4편의 동화가 있다.
<햇살 나라>라는 정다운 제목, 따스한 그림체와 환한 미소의 아이가 등장하는 표지에 오해하면 안 된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게 되는데...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예쁜 그림과 대조되며 슬픔이 극대화된다.
표면적인 이야기로는 잘 모르겠지만 한부모 가정에서 가난 속에 방치된 아이 (햇살 나라), 부부 싸움이라는 간접 폭력과 엄마에게 직접적인 정서적 학대에 노출된 아이 (다정한 스튜어트), 전쟁으로 터를 잃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난민 아이 (마녀 포포포), 빈부격차 속에 헛된 꿈 꾸지 말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는 기업이 있고 어린이가 꿈조차 꾸지 못하게 꿈을 저당잡아도 상관없는 뒤틀린 사회구조(이 닦아주는 침대)가 담겨있다.
여기서 슬픈 건, 전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마녀, 요정과 말도 안 되는 이 닦는 침대 등이 등장하는 동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어두운 현실 속 방치된 어린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부모에게 학대 당한 희생 아동들의 뉴스를 잊기도 전에 새로운 사건이 계속 터졌고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속에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세계에 있다. 또한, 심각한 교육열이나 아이들에게 과한 기대를 걸거나 혹은 아예 기회조차 박탈하며 선택조차 앗아가 버리는 사회와 부모들에 대해서도 한번 돌아봐야 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다정한 스튜어트>의 준이는 감정을 잃어버린 것처럼 어떤 상황에도 그저 덤덤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이야기 마지막에서 나오듯 그런 엄마라도 준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결국엔 어떤 부모라도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어 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힘든 상황에도 약자를 도와주고( 마녀 포포포), 불합리한 것에 소극적(다정한 스튜어트) 혹은 적극적(이 닦아주는 침대)인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아이 한 명이 아닌 사회와 세계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햇살 나라로 떠나는 아이들이 없게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계에서 살고 싶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학년 동화의 형식을 띄지만 오히려 성인들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서평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