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카탈루냐 Catalunya는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속한 주로 지역색이 굉장히 강하며 모국어가 스페인어가 아닌 까딸란어이다. 그래서 책 표지의 <나무의 기억> 제목 위에 보면 <La memòria de l´ abre> 역시 까딸란어로 적혀있다.
책은 크게는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장 안에는 또 수많은 작은 챕터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마다 제목이 있는데 이야기들은 띄엄 띄엄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어져 있다. 손자인 어린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지라 책을 읽다 보면 어린이가 관찰하고 그 기록 노트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화자는 기억을 읽어가는 할아버지 조안을 지켜보는 손자 잔이다.

** 개인적으로 이야기 속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 O 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손자인 잔은 할아버지 조안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원래는 할아버지 이름을 그대로 주려고 했는데 잔 아빠의 반대로 O를 뺀 것이다.
할아버지 > Joan 조안
손자 > Jan 잔
잔은 할아버지만이 가지고 있는 O에 대해 많은 의미를 담는다. 처음엔 할아버지가 고치는 시계로 생각했다가 할아버지의 기억, 나중엔 그의 인생까지 O 안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에는 O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책 왼쪽 페이지 밑에 O가 있는데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 넘겨버리면 선명했던 O 가 점점 흐려지고 희미해지더니 검어지고 마지막엔 잔상이 남는다. 이 O는 할아버지이기도 하고 잘린 버드나무의 그루터기이도 하며 잔의 엄마가 어릴 때 아빠 조안을 위해 버드나무 자리에 분필로 그린 동그라미이기도 하다. 또한, 조안이 떠난 자리에 잔이 가져가게 될 O가 된다.
그러니 책을 읽는다면 꼭 왼쪽 밑의 동그라미에 주목하시라.
처음에는 집중도가 높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일상의 반복이 나오다 보니 나도 집중력을 살짝 잃었던 순간이 있었다. 아무래도 말보다는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럼에도 조용히 선율을 따라가는 맑은 이야기라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