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사이 - 애매 동인 테마 소설집
최미래 외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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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시인, 출판인 6인이 모인 문학 동인 [애매]에서 'ㅇㅁ'로 만든 각 단어를 주제로 담은 6가지 이야기.

참 다른 이야기 6편을 읽으며 이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솔직히 말하겠다. 6편 중 3편은 이해했고 이야기를 즐겼지만, 나머지 세 편은 나에게 아리송했다. 한 권의 반만 이해하다니 이것이야말로 '애매'한 독자가 되어버렸다. 이중 가장 인상 깊던 <구의 집>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구의 집>은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머릿속에 장면들이 앵글까지 더해져 그려졌다. 최근에 개봉되어 작은 영화의 쾌거라고 불리듯 흥행을 이어간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도 맞닿은 점이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나오는 주인공 중 하나인 독일 장교는 성실한 가장이자 다정한 남편, 아버지이다. 하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사람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많이 죽일지 성실하게 계획하고 실행한다. 구의 집에 등장하는 구보승 역시 조용하고 자신의 일에 열심히인 예술가적인 성향보다는 회사원 같은 마인드로 작업하고 과제하는 건축학부생이었다. 거기다 교수의 말을 잘 듣고 성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건물의 목적이 고문실이라는 것을 교수에게 들은 후 그는 어떻게 사람들을 공포로 밀어 넣는 구조의 건물을 만들지, 고문 받는 사람들이 적당히 희망을 꿈꾸다 좌절할 수 있는지 10분만 빛이 드는 창문, 눈을 가리고 계단으로 올라갈 때 위치 가늠을 하지 못하고 올라갈수록 안정감이 사라지도록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나선형 구조의 계단을 설계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로 그들이 자신의 삶에 집중했던 보통의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환경과 상황에 의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열심히 사는 '악의 소시민'들은 악인일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할 뿐인데 많은 이들은 고통에 빠트리는 결과가 나온다. 고문실들을 설계하고 감독한 그 누군가들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건축가였을 것이다. 나는 잘 몰랐고 그저 일을 할뿐이었다라는 말은 사실 핑계라는 것을 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 자신을 위해 악의 일상에 입장하며 선을 넘어간 것이다. 그들을 보통의 일반 사람들이라고 여기기엔, 자신의 신념을 따르며 반대의 길을 간 사람들도 있었기에 동의하지 못한다. 영화관람 후에 일상에서 스며든 악이 얼마나 잔혹한지 느꼈기에 <구의 집>도 더 주목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야기 내용이나 구성도 뛰어나서 더 몰입하며 읽었다.


책을 덮으며 문학동인 애매는 문학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모인 모임이지만, 문학보단 서로가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나온 결과가 <애매한 사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목적을 위해 만났지만, 나중엔 만나고 시간을 쌓아가며 서로에 대한 애정이 생겼으리라. 모임이 존재해도 어떤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놀면서 결국 이 책을 발간해낸 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그 사이 고뇌와 절망, 서로에 대한 응원도 있었다는 것도 책 곳곳에서 발견해냈기에 더 대견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실험이나 단편선을 좋아하는 나에겐 흥미로운 책이기도 했다. 이야기에 내 취향을 타서 호불호가 있긴 했지만, 이런 기획의 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선 적극 찬성한다. 동인으로 연대하고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장의 계기를 얻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나 기획이 등장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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