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딸은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몸으로, 엄마는 2023년 현재 중학생 딸의 몸으로 시간 여행과 영혼 체인지 콤보로 살게 된 일주일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춘기 딸과 엄마가 어느 날 영혼이 바뀌었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시대적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가인 조남주 작가의 청소년 소설은 어떨까란 궁금증이 컸다.
힘들 때, 불안할 때,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때마다 힘이 되었던 메모가 하나 있다. 짧고 뜬금없고 누가 쓴 건지도 알 수 없었던 메모. 중학교 2학년이었나 3학년이었나, 연습장을 펼쳤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무슨 예언 같은 글이 있었다.
30년 후의 최수일은 회사에서는 유능한 팀장이고, 딸에게는 고마운 엄마이고, 작년에 커피를 끊고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때는 감흥이 없다 못해 실망했다. 평범한 엄마이자 회사원은 내가 꿈꾸던 미래가 아니었으니까. 엉뚱하게 마라톤은 또 뭐고. 그것보다는 더 잘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략)
그런데 크고 작은 삶의 문턱을 마주할 때마다 그 문장들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기가 유난히 힘든 날, 숙제가 정말 너무 안되는 날, 또 입시를 치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버거운 시간들도 그 메모 덕분에 버텼다.
83-84p
이 메모는 누가 썼을까? 30년 전 엄마의 몸으로 돌아간 윤슬이가 15살의 최수일이자 미래의 자신의 엄마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다.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았는데 그 이유는 나도 누군가가 내 미래를 미리 알아서 이렇게 써줬으면 좋겠다 ㅎㅎㅎ 라는 부러움과 파울로 코헬료의 연금술사 책에 등장하는 '마크툽'이라는 말도 떠올랐다. 마크툽은 아랍어로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 인생의 여정이 당신이라는 책에 그렇게 적혀있다는 의미인데 엄마인 최수일에겐 윤슬이의 메모가 마크툽으로 그렇게 쓰여 있고 또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MZ 세대나 요즘 어린이들은 내가 겪었던 학생 시절이 라떼는~이 되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래서 그게 새로운가 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물론 레트로 물품, 고전 문구, 핸드폰, cd 플레이어 등등 90년대 바이브의 것들이 다시 재유행 하는 걸 보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을 실감한다. 그런 면에서 '네가 되어줄게'는 요즘 아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있다. 엄마 시대 때는 저랬구나 하는 거. 그리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것에 말을 꺼내기 시작하니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또, 타일 슬립과 영혼이 바뀌는 건 얼마나 재미있는 소재인가. 청소년들이 재밌게 읽으며 부모님의 삶이나 우리 부모님도 나 같던 때가 있었지 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조금 진부했다. 왜냐하면 타임슬립과 영혼 체인지는 이미 영화, 만화,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익숙한 소재가 된 것이다. 영화인 18 어게인, 프리키 프라이데이 등으로 접해보아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가 되어본다는 소재를 너무 쉬운 걸로 잡은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내가 이미 저 영화들을 오래전 다 보았기 때문이고 요즘 아이들은 모를 테니 새로운 소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윤슬이가 머문 일주일이 엄마 최수일에게 삶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좋았다. 진솔하게 엄마와 대화를 윤슬이가 나누었기 때문에, 엄마의 시선이 더 따뜻해졌고 자신을 이해해 주었다.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 내 미래에 대해 불안할 때마다 윤슬이가 남긴 메모를 보며 힘을 내서 지금의 최수일, 강윤슬의 엄마가 된 것이라는 연결점을 보는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