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권의 달리기 서적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이런 책들을 쓴 사람들은 아주 탁월한 런너이거나 최소한 잘 달렸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던 심지어는 스포츠에는 콤플렉스가 있는 내가 감정이입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못 달리더라도 즉 소질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복돋아주는 책이 없을까? 이 책이 그랬다. 존 빙햄. 집에서 빈둥거리며 TV 보기가 취미였던 전직 음악가. 170cm에 100kg이었다면 얼마나 비만이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신체조건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살이 빠지고 보니 마라톤계의 숨겨진 보석이셨군요가 아니다. 빙햄은 요롱(허리가 완전 길고)인데다 다리는 숏다리여서 후에 마라톤을 수차례 완주했지만 상위권에 든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데 이 펭귄 아저씨(존 빙햄의 별명)께서는 뒷줄에서 달려도, 나의 최상이 다른 사람의 최상에 비해 보잘 것 없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참 진솔하게 쓰셨다. 화려한 문체가 아니어도, 유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나보다 점차 나아지는 자신을 향한 감탄, 주변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달리기를 통해 극복했던 경험 등이 차근차근 펼쳐지는데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마음을 움직인다. 과정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잘 표현한 글은 참 오랜만이다. 이 책은 달리고 싶지만 걱정염려가 많은(난 런너 체격도 아닌걸, 체육은 영 잼병이었는데, 달리다보면 무릎이 나간다(!)더라 등등...) 사람들에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나는 앞으로 낯선 도전이 두려울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마라톤 골찌들의 수호신이자 뒷줄의 천사 펭귄 아저씨의 책을 자꾸 펼쳐볼 것 같다. 일류가 아니어도 목표를 향한 과정의 즐거움으로 우리는 멋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