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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최근 달리기 연습을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났다.
동기는 아주 간단명료! 우울증에 좋고 혈액순환에 좋다니까.
추워진 날씨 조금 더 생기발랄하게 살고 싶어서.
무엇을 시작하면 그것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것이 습관이기에
달리기에 관한 책을 찾아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에세이북을 발견했다.
술술 잘 읽힌다. 재미있다.
하루키는 자신의 성격을 한마디로 외곩수라 말한다. 협력하기보다는 개인플레이가 좋고 무슨 일을 할 때 자신에 걸맞는 스피드와 방법을 찾아 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이러한 자신의 성향에 맞게 작가가 되었으며 일을 계속하기 위한 체력관리 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거북이처럼 노력한 결과 20년 후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스무번도 넘게 나가고 철인삼종경기까지 도전했다.
역시 작가여서 그런지 달릴 때의 심리적 변화(어 만만하다 - 점점 힘들어 - 아 다 팽개치고 싶어 - 아무생각 없음 - 다음 번엔 잘 달려야지)를 상세히 썼다. 40대 중반 체력의 정점을 찍고 점차 마라톤 기록이 떨어질 때 느꼈던 우울함 내지 슬픔도 흡입력있게 표현하고. 한편 하루키는 철인 3종경기를 준비할 때 사이클을 공들여 연습하고 수영자세를 1년정도 교정하면서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우직함이 때로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세술서에 봤다면 흘려 봤을 지론이지만 경험이 뒷받침되어 그런지 기억에 남는다.
달리기 외에 작가론에 관한 부문도 있는데 하루키왈 뛰어난 작가가 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재능, 두번째는 집중력, 세번째는 인내. 두번째와 세번째는 노력하면 점차 발전할 수 있으나(정말로?) 첫번째는 타고나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집중력과 인내를 연마하려는 태도(!)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재능도 벌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중력과 인내가 재능보다 윗순위! 다만 그 태도를 제대로 갖추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쓰기 위한 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달리기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하루키의 추측에 나는 힘을 더해주고 싶다. 즉 달린다는 단순한 행위 속에는 즐거움-지루함-괴로움-무심의 단계를 내포하고 있어 일 할 때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단계별로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모의 경험을 수차례 반복하면 끝까지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집중력과 인내를 기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마라톤 경험이 있는 사람이거나, 작가의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보석같은 책. 경험치가 쌓인 후 다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