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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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은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피를 판다.
아들 이락이가 군대가서 고생할까봐, 일락이가 병이 나서 병원비를 필요해서. 

아. 그렇다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의 모습을 절절히 그리고 있구나.
IMF 때 유행했던 "아버지"라는 소설의 중국판? 하지만 삼관은 그렇다고 성인군자는 아니다.
남들이 견디기 힘든 것은 그 또한 힘들어하고 미워한다. 괴로워한다. 그러나 따스히 감싸준다.

삼관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와중
아내가 결혼전 바람으로 낳은 아이가 일락임을 전해듣고 괴로워하는 대목이 있다.
그는 그토록 아끼던 아이를 홀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쩌랴? 가장 사랑하던 아이였거늘. 모질지 못한 그는 가출했던 일락이가 돌아오자 아이를
자기 자식으로 받아들이면서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을 잇는다. 
 
"이 쪼그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 놓고는..
가고 싶으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맨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 거 아냐.
널 11년이나 키워 줬는데, 난 고작 계부 밖에는  안 되는 것 아니냐.
그 개 같은 놈의 하소용은 단돈 1원도 안 들이고 네 친아버지인데 말이야.
나만큼 재수 옴 붙은 놈도 없을 거다. 내세에는 내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 하란다.
나중에는 네가 내 계부 노릇 좀 해라.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욕쟁이 할머니의 말투 속에 끈끈한 정을 느끼는 것처럼 그의 말에서  아들 일락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한다 대놓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나질 때 마음이 서걱거릴 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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