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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ㅣ 밝은미래 그림책 37
엘렌 델포르주 지음, 캉탱 그레방 그림, 권지현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1월
평점 :

엄마
세상에 처음 생긴 말.
수억 명의 여성에게 붙여진 유일한 이름.
사랑, 애틋함, 관계, 그리움이 묻어 있는 말.
아이들이 다양한 만큼 엄마들도 다 다르지만
어느 대륙에 가든 아이를 안은 엄마는 다 똑같다.

엄마 :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는 엄마가 된 31명의 여자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책 표지 뒷면에 적혀져 있듯이 수억 명의 여성에게 붙여진 유일한 이름 엄마
애틋하기도 하고 그리움이 묻어나기도 하고 엄마라는 단어 하나에는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거 같다
이 책은 아이를 둔 엄마가 보면 공감이 많이 되기도 하고 세상 어디에나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은
다 비슷하구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도서이기도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엄마'라는 이름을 이해하거나 '엄마'라는 이름은 이렇구나 ~ 생각할 정도가 되었을 때가 좋을 거 같지만 말이다

첫걸음마 떼기, 첫 책 읽기, 첫 그림 그리기, 첫'엄마'부르기, 첫 '사랑해요'말하기
....
우리 아가, 이제 깼어?
앞으로 우리 같이 할 일이 많구나!
보다 보면서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처음으로 했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같이 할 일이 많겠구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커서 같이보단 혼자 해나가는 게 많아지는 거 같다
그렇게 아이는 커가는 거고 아이만의 세상을 만드는 거겠지만 ...

들판에서 살 수 있겠니?
소의 젖과 피를 마실 수 있겠니?
별 아래에서 잠들 수 있겠니?
하얀 흙으로 네 몸을 칠할 수 있겠니?
강과 곡식에 네 손을 담글 수 있겠니?
비가 오지 않을 때 배고픔을 견딜 수 있겠니?
도시의 인간이 되겠니, 광야의 인간이 되겠니?
31명의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엄마'라는 이름의 모습으로 사는 이들을 보다 보면 모습, 사는 곳이 달라도
아이들을 생각하는 모습이나 행동은 비슷하구나 싶어진다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너.
어떤 세계는 사라지고 또 어떤 세계는 파괴되니.
그 사이에 너의 길이 있단다.
간직하렴, 사랑을,
네가 너여서 느끼는 행복을,
찰나의 맛을,
타인과 함께하는 기쁨을,
변화를 두려워 않는 용기를,
나눔과 유머를,
매일 그런 생각을 갖고 산다면,
가족들 틈에서도 너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귀 기울일 줄 알고 심판을 멀리한다면,
나의 딸아, 너는 여자가 될 수 있단다.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만나서 너를 가지게 되었는지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기도 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지 않았더라면....
내가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팔로 내 어리를 감싸지 않았더라면...
그의 입술이 그렇게 달콤하지 않았더라면...
넌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사랑스러운 나의 아가.
또 한 엄마들의 이야기와 더불어서 함께 있는 일러스트는 동화책이 아니라 일러스트북을 보는 느낌을 들게 해주기도 한다
일러스트 만으로도 글의 내용을 유추해내기도 하고 소장 욕구를 일으키기도 하고
아이와의 일상에서 느껴지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기 전이라면 아이와 이러한 생활을 하겠구나 혹은 아이를 키우는 중이라면 아이랑 이랬는데 혹은
아이가 이미 다 커버렸다면 아이랑 이랬었지 하는 아련한 감성이 물결을 친다

네가 엄마 배 속에서 동생이 움직이는 걸 느낀 뒤로
동생이 매일 뽀뽀를 받는구나.
우리 집 첫째도 내가 둘째를 가졌을 때 배에 뽀뽀를 하거나 손을 가져다 대거나 했는데
일러스트를 보니 첫째와 함께 찍었던 만삭사진이 떠올랐다
내 배에 손을 살며시 가져다 놓았던 첫째의 모습이 ...

"이제 나는 엄마가 아닌 거야?"
그 말에 내가 울음이 터졌어
너는 영원히 엄마일 거야.
"아이가 없는 엄마?"
아니. 그 아이의 엄마.
나도 모르게 이 글을 보면서 일러스트를 보면서 눈물이 날뻔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 오죽할까
하지만 마지막 말이 왠지 모르게 일러스트의 엄마에게 응원을 주는 듯하면서도
나에게도 다시금 다짐을 하게 하는 거 같다
그 아이의 엄마
이렇듯 엄마라는 단어는 참 신비한 힘이 있기도 하고 순간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거 같기도 하다

자유분방한 여자도 / 나라의 부름을 받은 여자도 / 광야에 사는 여자도 / 아이를 한 달에 한 번뿐이 못 보는 귀족들도
다양한 '엄마'인 이들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까지
아이를 둔 엄마가 혹은 예비 엄마 그리고 나의 엄마 등 어른들이 보면 좋은 그림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지칠 때 이 책을 꺼내보지 않을까 싶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예전에 아이를 키우면서 했던 다짐들을 떠오르게 하고 이 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우리가 함께 심은 시간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는 걸 지켜볼 생각이니까.

책과 함께 있는 일러스트북은 일러스트만을 모아놓은 거라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거나
아이에게 할 말을 적어서 나만의 책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