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휑한 눈을 하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동물들은 작은 보따리를 어떤 동물들은 맨 몸으로 걸어갑니다. 누구하나 눈 맞춤없이 마치 감정없는 로봇처럼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동물들은 아직 어둠의 숲을 벗어나지 못 했나봐요. 이동을 멈추고 차가운 곳에 짐을 내리고 잠잘 준비를 합니다. 따뜻한 이불도 풍족한 먹을거리 없는 곳에 멈춰 배고픔을 달래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습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든 곳을 쫓기듯 맨몸으로 떠나가야하는 심정이 얼마나 비참하고 힘이 들까요. 그래서인지 동물들은 서로를 보듬어주고 의지하는 모습 앞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