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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테라피 -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
모경자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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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해진 세상이다. 점점 더 치열하게 돌아가는 듯한 세상.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것들이 무뎌진다던데 그러긴 커녕 점점 더 예민하고 따갑게 다가온다.

누구하나 마음털어놓을 사람이 없없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겐 그 마음이 전달되 힘들어 할까 미안해서, 먼 사람들에겐 내 약점이 드러날까 걱정이 되어.

그렇게 마음 졸이며 아파하다 만난 모경자 작가님의 ‘시네마 테라피’. 평소 영화를 좋아하던 내게 영화를 접목한 상담치료에 대한 책이 있다 하여 얼른 서평단을 신청해 보았다.

봤던 영화도 많았고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못 본 영화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내게 위로로 다가왔던 이유는 영화가 내포한 내용을 치밀하게 분석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인문학적 가치, 잃어버린 여유와 망가져가는 삶에 대한 심도 깊은 공감이었다.

봤던 영화들,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다시 차근차근 찾아 정주행하며 작가님이 얘기했던 것들의 의미를 다시 마음에 새기고 그 핑계(?)로 여유롭지 못하고 긴장하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내게 작게나마 여유를 주게 만들어준 모경자 작가님의 ‘시네마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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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하는 자세 - ‘첫 책 지원 공모’ 선정작
이태승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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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는 우리의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지만 근로의 ‘의무’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 뿐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우리는 일을 해야한다. 삶의 목적성을 달성하는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번 책은 그런 노동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공감받고 공유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간절히 취업을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취업을 준비하며 느꼈던 간절한 마음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은 서서히 무뎌져갔다. 그런 과정들이 반복됨과 더불어 업무를 하다보면 불합리한 일들과 억울한 일들이 무자비하게 몰려올 때가 있다. 분명 내 책임과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을 이겨내려 갖은 애를 쓴다. 그런 날은 밤잠 이루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린다.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에서의 ‘황동욱 과장’은 스타트업 사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민간경력을 인정받아 개방형 임용에 채용된 노동자이다.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무모함은 그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관성을 이겨내지 못한 그는 결국 다시 민간 기업으로 돌아가는 결말을 맞는다.

‘근로하는 자세’에선 유럽 순방을 하는 환경부 직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순방을 준비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은 그를 괴롭게 하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어떤 해프닝은 오히려 그를 자유롭게 만든다. 살아있지 않음에도 살아있는 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생활의 무료함이 무지 참신하게 다가왔다. 예상치도 못한 반전이 글의 재미를 더한다.

이태승 작가님은 노동자의 이야기도 그리고 있지만 인간군상을 덤덤하지만 날카롭게 그린다. ‘우리 중에 누군가를’에선 지역 합창대회 참가 인원 문제로 합창단의 누군가를 방출시켜야 할 때 합창단을 맡고 있던 기간제 교사가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진심이 드러난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가 아닌 그들의 속마음은 험담과 짜증, 각자를 이익을 충족시키려는 도구로써 바라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과 이분의 일’에선 나빼고 남들은 다 아는 미움받는 ‘노세영 팀장’의 서글픈 직장생활을 그리기도 한다.

사회생활의 고단함과 불합리함은 나만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닌 모든 노동하는 이들이 겪어야 할 숙명일 것이다. 우린 그 숙명을 성실히 수행해 가는 중이다. 잘 해 나가고 있든, 아니면 매너리즘에 빠져 정체가 되어 있든, 아니면 정말 힘든 상황에 놓여있든 우리 모두는 정말 치열하게 잘 살아내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언젠가 아주 밝진 않더라고 희미한 빛이 우리를 점점 더 뜨겁게 비추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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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왈가닥 비바리 케이팩션 5
천영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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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11월의 제주는 육지의 봄날처럼 포근했다. 하늘은 더할나위 없이 쾌청했고 바다는 푸르렀으며 생돔감이 넘쳤다. 생명이 역동하는 낮의 풍경과는 다르게 밤엔 더할나위 없이 고요했다. 바다는 등대의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이 바래갔고 하늘거리는 바람은 새벽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포근했다. 한 달 가량 지나 그 풍경이 눈에 아른거려 다시 찾은 겨울의 제주. 미친듯한 바람이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순식간에 하늘은 검게 변해갔고 순식간에 눈은 곳곳을 하얗게 물들였다. 내가 한 달 전에 마주한 제주도가 맞나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얼굴의 제주. 방랑객이었던 내가 잠깐 밟았던 제주라는 고립된 공간에 터를 잡은 사람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의녀’이자 ‘거상’이었던 김만덕의 삶이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그녀의 이야기. 중학교 교과서에서 짧은 단락으로 나왔던 지문에서 잠깐 봤던 기억이 있다. 서른 두 해를 육지에서 살았던 내게는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정확한 정보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한 노력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제주 여행을 통해 그들의 삶, 그들이 살아왔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관광지로 변모한 지금의 제주도와는 다르게 고립된 사람이 살기 척박한 땅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야 했을 것이다.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그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뚫고 육지로 향해야 했을 것이고, 목숨을 걸고 바다로 싸워야 했을 것이며, 척박한 토지의 불리함에도 생존을 위해 바다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어릴 적 바다는 아버지 ‘김응열’을 앗아갔고 곧이어 그의 어머니마저 앗아갔다. 이제 스스로 살아가야만 했던 그녀는 관아의 기방에 맡겨진 채 모든 모든 형제들까지 잃게 된다. 그러나 어렸을 적 부터 아버지를 통해 보고 들은 장사에 대한 것들과 손재주가 더해져 조개로 각종 장신구를 만들고, 기방에 필요한 비누와 촛대 등을 만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간다. 기방 손님의 요구를 빠르게 판단해가던 그녀는 사업과 연계된 술을 직접 제조하기 위해 제주 최고의 주조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최상 품질의 제주도 갓양태를 육지 양반들에게 공급할 공급망을 구축하기도 한다.

승승장구 할 것만 같던 그녀에게도 시련의 순간이 찾아온다. 당시 제주 목사였던 이한길의 망나니 큰아들 ‘진욱’이 기방에서 당한 수모때문에 마을 지방 관리와의 계략으로 양인 신분을 잃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목사는 지방 관리와 큰아들을 질책하며 양인과 천민 사이 어중간한 신분을 그녀에게 부여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만지게 되고 숙원 사업이었던 주막건설에 이르게 된다.

이야기의 막바지로 가는 과정에서 권력자들의 자신들의 잇곡만 챙기려는 태도에 분노하기도 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 구휼 작업을 펼치기도 하는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당돌하고 당찬 모습에 실소가 쏟아졌다. 그녀가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각색이 더해졌지만 약 300여년 전 대기근이 찾아왔을 때 그녀가 여성이란 한계를 이겨내고, 평민이란 신분을 극복해내고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는 사실이다. 양난으로 피폐해진 삶을 살아야했던 백성들. 그리고 급속하게 망가져가던 조선 중/후기를 살았던 그녀가 정확히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남겨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제는 서서히 잊혀자가는 잊혀지면 안 될 인물을 지금의 방식으로 재조명하는 꽤나 흥미로웠던 팩션소설 ‘조선의 왈가닥 비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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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게
늘리혜 지음 / 늘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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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비주류인 아이 ‘하늘’과 공부도 잘하고 뭐 하나 빼놓을 것 없는 ‘제운’의 만남. 순정소설처럼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늘’은 이상한 아이이다. 유난히 작고 왜소했으며 성장이 느렸던 그녀는 <일곱 색깔의 나라>를 믿는 아이였다. 부모님의 이혼에 그녀를 맡게된 아빠는 그녀를 온전히 사랑으로 돌보지 않았고 그렇게 희망조차 없는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 그리고 어렸을 적 아빠를 여의었지만 엄마의 헌신 가운데 수험생이 된 ‘제운’은 무뚝뚝하지만 따듯한 면이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
‘제운’의 곁에는 도진과 시연이란 친구가 늘 함께한다. 13년을 함께 동고동락 했던 그들. 그리고 갑자기 그들 사이에 ‘하늘’이 나타난다. 아니 원래 있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했던 그녀가 나타난다. 그녀로 인해 그들의 세계가 서서히 붕괴되어 간다. 아니 새롭게 구축되어 간다.
“12년 전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초등학교 진학 면담이 있던 그날. 내 손을 잡아 준 그들의 손이 거짓되었다고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각자의 생각이 너무나 커버렸다. 더 이상 그들의 존재가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P.307
삶의 방향성을 유지하길 바라던 그들의 삶에 닥친 일들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미래가 그려지길 바랐다. ‘도진’도 ‘시연’도 제운의 ‘엄마’도. 그게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미래로 가는 길임을 알지 못한 채.
결국 그들은 그들이 상상했던 미래를 보진 못한다. 그럼에도 ‘제운’은 진짜로 그가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기 시작한다. 남들이 원하고 바라는 삶이 아닌 진정으로 그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향해 떠난다. 그리고 결국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정말 그가 원했던 가슴 벅찬 일들을 하나 하나 이루어나간다.
눈물 날 만큼 정말 멋진 한 편의 성장 이야기였다. 지금 어떤 것들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면, 세상이 주는 무게가 무겁거나 겁이난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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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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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책을 놓고 있었다. 하루 하루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단 핑계로. 그러면서 보낸 하루 하루는 후회의 찌꺼기들로 얼룩져갔다. 무의미함과 공허함이 내 삶을 가득 메워갔다. 지난 8월 우연히 만난 ‘구미호 식당’과 그에 끌려 구매한 ‘저세상 오디션’.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만나게 된 ‘약속 식당’. 이런 류의 성장 소설이 유치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들은 나의 무의미함과 공허함을, 무기력한 삶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번 작품은 이미 지나버린 후회로 점철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채우’와 ‘설이’는 어릴적 보육원에 남겨지게 되고 어떠한 이유로 세상을 뜨게 된다. 그 이유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불명확하게 남아있다. ‘채우’는 ‘설이’를 어떤것에 맞서 지키고자 했다. 맞선 그것이 불합리한 것인지 부당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 지키려는 마음은 무조건적 헌신적에 의한 사랑이었음은 맞다. 환생을 허락받은 ‘채우’는 새로운 삶을 포기하고 죽기 전 하지 못했던 말을 ‘설이’에게 전하려 구미호와 계약을 하게 된다.

100일 아니 짧으면 30일이란 시간 동안 이승으로 보내져 설이를 찾아 해주지 못했던 말을 전해야 하는데 설이는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있었다. 결말 부분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부분까지 가는 동안 과연 누가 전생의 그녀일까란 상상을 하며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아무튼 중요한건 ‘설이’란 아이는 ‘채우’란 아이에 대한 마음이 덜 간절 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환생을 했고 그는 환생한 그녀가 누군지 찾아 헤메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진다. 현실에 충실하라고. 현실에 전념을 다하라고. 그리고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맞는 말인데 우리가 늘 잊고 살아가는 말이다. 떠나버린 소중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해 후회를 남긴 사람들도 있을 테고, 지나간 인연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것들은 되돌릴 수 없다. 이세상에 없는 사람을 돌아오라 할 수도, 이미 떠나간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도 없다. 그러기에 우린 그 소중한 순간들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뜨겁게 현재에 충실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던 이들의 이야기. 내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했던 지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위해 힘쓰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하루하루를 그저 무용하게 소비하던 삶.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 많고 봐야할 것들이 많고 경험해보아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며 살았는지에 대해. 문득 오늘은 그 후회를 잠시 접어두고 소중한 이들에게 작은 정성을 표하는 하루를 보내보리란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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