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에 관한 이야기
나나용 지음 / 나나용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이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다.
20대에는 '설레임'
30대에는 '충족감'
40대에는 '책임감'
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다.
손바닥 만한 책 📚 한권에
사랑에 대한 묵직함이 남겨졌다.
'반려된 식물' 편을 읽는데
나는 왜 먹먹했는지 모른다.
내가 원하지 않는 선물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본인도 처치곤란인
화분을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유기하다.
꼴 보기도 싫다.
화분은 방치되고 아무도 그 존재조차 모른다.
지나가는 짐승의 마킹 장소
그 외에는 이 나무의 존재가치는 없다.
더러운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그 오욕의 세월을 견디자
이제는 목마름이라는 죽음이
스물스물 다가온다.
'살려주세요, 한번만 돌아봐주세요
제발요 ...'라고 몸부림치지만 소리없는 아우성
정작 바람결에 버석한 소리만 나는 흔들림이다.
죽음을 기다린다.
그것은 쓸쓸함을 넘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무기력이 글 사이 사이에 묻어있었다.
죽어가듯 방치된 식물은
그렇게 죽었어야 했던가?
그게 맞는거였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가는 희망고문을 시작했다.
방치된 그 나무를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그 화분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희망을 그리게 된다.
그래, 아직 세상은 살만하단다..
누군가는 너를 가여히 여기고
우리가 익히 아는 전통 클리셰 마냥
해피엔딩으로 푸른 가드닝의 세상이 펼쳐지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않았다.
현실은 냉정한 시험대로,
그 냉혹함이 뼛속까지 스며들게하는
나무 인생 2부가 시작됐다.
두번째 주인이 된 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지만
나무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되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테러의 시작.
새로운 사랑의 속삭임은 나무에게 울려 퍼지는 독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상대의 화답 없는 메아리만이 공간을 채울 뿐이었다.
사랑한다면서 나무 본질에 대해 알려고하지 않았다. 과습하면 안되는 그 이유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체 사랑이라는 이름의 독은, 식물은 물 많이 주고 햇빛 가득 받으면 된다는 편견의 화살이 되어 나무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다.
결국은 죽음의 시간만 늦췄을 뿐..
죽음을 기다리는 건 전자나 후자나같았다.
새로운 주인의 사랑이 보여지는 건 한 편의 서정시처럼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는 나무의 외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 슬픈건 나무의 무기력한 슬픔이다
영혼의 심연을 잠식하는 무채색의 절망이랄까? 슬픔에 잠식된 마음의 정원이 시들어가는 듯한 고요한 슬픔이 책 속 가득하다.
사랑은 전 인격적 포용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랑은 맹목적인 믿음으로 발현한다.
상대는 그 믿음을 지탱하는 신앙의 대상일뿐,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는건 시간문제이다.
"기분 나쁘게 듣지마,널 생각해서 하는말이야"
"네가 날 떠나면 잘지낼것 같아?"
상대의 기분.상태.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논리를 강요하는 교활한 관계의 기술, 이것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나무가 받은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스라이팅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첫 번째 주인의 무관심과
두 번째 주인의 과습은
모두 나무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존중이
결여된 행위였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적인 끌림이나
소유욕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 그리고 그 존재의 온전함을 위한 헌신을 포함하는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자행하는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놓친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 주인의 무관심은 방치와 같다.
나무의 필요를 외면하고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무시이다.
이는 관계의 단절을 의미했다면
두 번째 주인의 과습
역시 잘못된 애정의 표현이었다.
나무를 살리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으나,
나무의 실제 필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기준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행위를 했을 뿐 이는 상대방을 자신의 틀 안에 가두려는 이기적인 행위일 뿐인것이다.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사랑을 줄 대상의 필요를 채워주고
함께 성장하는 그런 사랑은
어느 경우에도 없었다.
내가 40대에 느끼는 사랑의 이름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
끝까지 지키겠다는 책임감의 모양으로나타난다.
사랑에서 오는 흔들림 없는 견고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상대의 안위와 배려로 편안함이 동반된
안락한 버팀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팀목 같은 사랑은 서로의 그림자를 덮어주는 따뜻한 담요와 같이, 추운 겨울 밤에도 포근함을 선사해준다. 그 온기가 사랑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