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 김주하 앵커가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김주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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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조심스레 건너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왜 작가는 책의 제목으로 정했을까? 김주하 아나운서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은유적으로 압축한 한 장면이기때문이리라.

이 제목이 유독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상처 이후의 삶’을 바라보는 그녀의 태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김주하는 자신의 삶을 거대한 비극이나 고통의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얼음 위를 비틀거리며 걸어가지만,
멈추지 않는 존재의 움직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그 발걸음의 기억이자, 그 발걸음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시 자신의 길을 걷게 되기를 바라는
조용한 기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김주하의 목소리는 늘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 단단함이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다”고 고백한다.

상처는 때때로 사람을 무너뜨리지만,
때때로 사람을 단단하게 다듬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이란 바로 그런 힘이다. 무너졌음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
추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마음.
책은 이 힘이 특별한 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잠재된 가능성임을 보여준다.

꽁꽁 언 한강길을 위태롭게 건너야만 하는
길고양이의 처절하고 고독한 삶을 김주하 앵커는
자신의 삶을 투영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단단해진
엄마의 이름으로 타인을 위로하는 힘을 가지게되었다.

“당신은 오늘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했나요?”
이 질문은 얼핏 타인을 향한 요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살리기 위한 질문이다.

타인을 돕는 일은 때로 자기 자신을 끌어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상처가 고립을 부르듯, 손 내밈은 회복을 부른다. 김주하가 말하는 보살핌은 웅장한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늘에 작은 불을 켜주는 마음”이다. 관계 속에서 상처가 생긴다면, 관계 속에서 치유도 일어난다는 심리학적 진실이 책 전반에 깔려있다. 그녀는 고통을 미화하지 않고, 절망을 축소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겨울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위를 걸어온 나는 여기까지 왔다고.”

제목 속 고양이는 바로 이 메시지를 가장 잘 품은 상징이다. 얼어붙은 강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건너야 하는 길이다.
고양이는 두려워하며 걷지만, 멈추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다. 삶은 안전한 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때때로 겨울 같은 순간이 길처럼 펼쳐진다.
중요한 것은 얼음의 두께가 아니라, 발을 떼는 용기다.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얼음 위의 순간들을
독자 앞에 펼쳐놓으며 말한다. “당신도 건너갈 수 있다”고.

그래서 이 책은 ‘단단해지는 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단단해질 수 있었던 마음의 결을 보여준다.
그 결의 기록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자신 안에 웅크려 있던 힘을 발견한다. 상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계절로 건너가는 입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얼어붙은 강은 건너지 못할 것이 아니라, 건너가며 비로소 나를 성장시키는 길이었다는 것을.
김주하의 고백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아프지만 따뜻하다. 그래서 우리는 위로받는다. 누군가가 겨울을 건넜다는 기록은, 나 역시 건널 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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