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 삶이 흔들릴 때 꺼내 읽는 문장들
부아c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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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깊은 사유보다는
묘한 통쾌함이었다.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던 문장들이 예상보다 깊숙한 곳을 찔러왔다.

책은 ‘외로움’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본다. 흔한 위로의 방식처럼 외로움을 덜어낼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작동했던것 같다

응? 자기위로의 뻔한 에세이라고 하기엔
명치에 훅하고 들어오는 작가의필력들.
'기분값' 이라는 어휘의 매력에 빠지게됐다.

기분값은 거창한 보상이 아니다.
커피 한 잔, 퇴근길의 작은 빵,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의 시간처럼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다.
책은 이런 선택들을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로 정의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다정해지는 태도.
이 개념은 공자의 말과도 닿아 있다.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君子務本)”는 구절처럼, 큰 목표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가장 작은 태도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론 대신 해석을 건넨다. 독자를 위로하려는 전략이 아니라 문장을 통해서 독자의 사고구조를 직선적으로 때린다.

한장에서 두장으로 이어진 챕터마다
느낌표 ! 빡 터지기때문에 어디를 펴서 툭
읽고 생각정리가 바로 돤다.

일상 속에서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큰 불행이 아니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라는 진단은 꽤 정확하다. 감각이 무뎌진 채 하루를 통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공허라는 것을 알게한다.

“기분값은 나를 기쁘게 하려는 돈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한의 대가다.”라는 문장은 이 책의 윤리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삶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내가 나에게 허락해야 할 최소한의 태도.

이는 『논어』의 “인(仁)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과 닮아 있다. 다정함과 배려는 거창한 도덕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태도라는 뜻이다.

특히 “인생에 그늘이 많아서 늘 시원했어요”라는 문장은
이 책의 정서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빛이 강할수록 그늘도 깊어지듯, 상처와 고독은 삶의 실패가 아니라 감각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역설.

더불어 “다정함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해주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관계의 윤리를 다시 세운다.
다정함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아픔을 통과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선택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삶의 태도는 간단하다. 부드러움은 취향이 아니라 책임이며, 나를 지키는 일은 타인을 배려하는 일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이 책은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길을 걸을 때 가져야 할 온도만 남긴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를 주기보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줄 가장 작은 원칙을 툭 하고 가볍게 던지고 독자의 가슴에는 묵직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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