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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 이보라의 고양이 컬러링북: 러브 리 캣, 개정판
이보라 지음 / 이덴슬리벨 / 2021년 7월
평점 :
책장을 펼치면 어느새 나는 고양이와 함께 걷고 있다. 고양이는 테니스를 치고, 차를 마시고, 해바라기 밭 사이를 산책한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인데, 이 책 속에서는 너무 자연스럽다. 아마도 흑백 드로잉의 여백이 주는 힘,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드로잉 판타지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컬러링 북이니까. 색연필을 잡고 한 장 한 장 칠하다 보면, 고양이의 옷에 내가 고른 색이 입혀지고, 하얀 배경이 작은 풍경으로 살아난다. 그 순간 나는 독자가 아니라 이 세계의 또 다른 작가가 된다. 칠하는 동안 잡생각은 멀어지고, 마음은 고요하게 차분해진다. 어느새 그림 속 고양이가 내 옆에 앉아 함께 놀아주는 것만 같다.
혼자 색칠하는 시간이지만, 전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나만의 고양이 나라”가 생긴 것 같아 즐겁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내가 입힌 색이 남아 책은 점점 내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책으로 변해간다.
“고양이는 언제나 나보다 반 발짝 앞서 걷는다. 내가 색을 입히는 순간, 그 길은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나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