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연꽃섬의 전설 2 - 그림자 안개 속으로 연꽃섬의 전설 2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 원유미 그림, 김영옥 옮김 / 베틀북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고 기온 36도.

해가 길어 아침부터 밤까지 원없이 뛰어놀 수 있었던 나의 여름과 달리 우리 아이의 놀이터는 연이은 폭염 경보에 태양볕 아래서도 스산하다. 

우리는 비가 오지 않는 장마철을 보내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인한 큰 비극을 겪고 있다. 이전까지는 크게 와 닿지 않던, 하지만 오래전부터 아주 분명했던 사실이 책 속 한 문장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어. 너. 나. 그리고 작은 혹버섯들까지.” (178쪽)


연꽃섬의 가디언 수련생들은 두번째 테스트를 위해 현장 체험 학습을 떠난다. 새로운 섬으로 떠난다는 생각에 들뜬 것도 잠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보카티섬으로 배정받은 사실을 알게 된 플럼과 친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보카티섬만큼이나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가디언, 마스터 엠은 보카티 숲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혹버섯을 따라다니라는 수수께끼 같은 과제를 내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친구들은 각자 발전시킨 능력을, 플럼은 정체모를 술수를 발휘하여 보타니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된 이 섬의 생명들, 즉 작은 혹버섯, 보카티나무, 털두루마리 벨레, 뿔새, 쇠똥 메뚜기, 해초, 홍조어, 새우, 오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현장 체험 학습에 들뜬 것도 잠시, 플럼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스쳤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확신하는 순간, 섬의 안개가 걷히고 아이들 앞에 누군가 날카로운 칼로 잘라낸 듯한 보카니나무 그루터기가 나타났다.


<1권 가디언 테스트>가 플럼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권 그림자 안개 속으로>는 플럼의 특별한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명이 닿지 않는 천혜의 자연으로 그려지는 보카티섬, 그곳에서 보카티나무를 베기 위해 윙윙 울려대는 전기톱 소리는 읽는 내내 서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한 그루, 두 그루 베어지는 보카티나무에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더욱 잔혹하다. 이미 아마존의 삼림 벌채 규모가 축구장 수십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베어지는 보카티나무로 인해 위기에 처한 보카티섬. 이것은 오늘날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우리들의 현재와 닮아 있다. 그래서 아이가 책 속 플럼과 친구들의 상황에 동화된 틈을 타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하면 꽤나 잘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디언들과 수련생들의 명상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심호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아직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눈 높이에 맞춰 명상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어 아이가 스스로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위기에 맞서는 가디언 수련생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을 가진 플럼.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지금 전 세계가 앓고 있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연꽃섬의 수련생들의 시련은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또 플럼의 미스터리한 능력의 정체가 무엇일지, 벌써 연꽃섬의 전설 3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꽃섬의 전설 1 - 가디언 테스트 연꽃섬의 전설 1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 원유미 그림, 김영옥 옮김 / 베틀북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년을 말린 연꽃 씨앗도 진흙 속에 심으면 싹이 튼다는 거 알고 있니?

네가 가디언이 될 운명이라면 네 가디언 형상은 이미 네 안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네 길은 이미 정해져 있고 거기에 지금길은 없어. 마음을 비워 오롯이 너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면 넌 가디언뿐 아니라 아무것도 될 수 없어.” (132쪽)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들이 수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할 때마다 속으로 웃음이 난다. 분명 이건 아들의 꿈이 아니라 한창 수학 문제집 경쟁 중인 반 아이들 중 누군가의 꿈일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변 아이들의 꿈이 아이에게 번지는 건 늘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벌레만 보면 소리를 지르던 6살 때는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고 7살 때는 (배운 적도 없는) 수영이 좋아 수영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으니까.


아이의 거짓(?) 꿈을 응원하면서도 산책을 하거나 잠자기 전 아이의 마음이 조금 고요해지는 틈을 타 나는 자주 이렇게 말하고 한다. 

“그래, 넌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이 있어. 살아가면서 우리가 할 일은 나만의 길을 찾는 거야.”

아이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이 이야기가 아이의 삶 한 귀퉁이에 조금이라도 스며들어 흔들리는 아이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지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란 기대에 자꾸만 재미없을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 작은 섬에서 농사를 짓는 플럼은 어느 날, 연꽃 섬의 가디언 아카데미로부터 초대장을 받는다. 가디언이 될 수 있는 수련생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유력한 후보자로 뽑혔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일하는 흙투성이인 자신이 가디언이 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플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연꽃섬을 향하는 배에 올라탄다. 한 달간의 훈련생 기간 동안 커지는 것은 가디언이 되고 싶다는 욕심만이 아니었다. 특별해보이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가디언이 될 수 없을 거라는 확신 또한 플럼 안에서 점점 커져만 간다. 

플럼은 자신과 달리 하루하루 발전하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해진다. 그리고 첫 테스트가 코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플럼은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쉽고 확실한 방법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정말 가디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은 존재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 보일 때가 있다. 심지어 어른들조차 앞선 이들의 등을 바라봐야 할 때 초조함을 느낀다. 과연 아이에게 ‘너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을 <연꽃섬의 전설: 1. 가디언 테스트>를 읽으며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고 다른 사람과 비교 없이 오롯이 나로 존재하게 되었을 때 진정한성장을 이루는 플럼의 이야기는 내가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고리타분한 말들을 아이가 끊임없이 듣고 싶은 동화로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기까지 자주 흔들리던 플럼처럼 우리 아이도 흔들리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 그리고 엄마의 믿음이 플럼을 변화시킨 것처럼 아이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게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믿어주기를 결심하며 이 책을 아이와 내 손에 가장 잘 닿는 책장 높이에 꽂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아이들 클럽
페트라 소우쿠포바 지음, 니콜라 로고소바 그림, 박효진 옮김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과 곤충에 심취한 밀라, 어둠을 무서워하는 페트르, 먹는 것과 책을 가장 좋아하는 카트카, 누구보다 모험을 좋아하지만 목발 없인 움직일 수 없는 프란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상하다'라고 낙인찍힌 아이들이지만 각자의 이상함은 서로의 공감대가 되어준다.

서로가 있다는 사실이 용기를 불렀을까. 어느 날, 네 명의 아이들은 정말로 이상한 일을 계획하게 된다.




재미난 모험만을 기대했던 아이들은

아늑한 집을 떠나 마주하게 된 차가운 세상을 통해

스스로 서는 삶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짓과 폭력, 불화와 후회의 소용돌이를 지나며

아이들은 온전한 자신과 마주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또 극복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스스로 성장해간다.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보지 않고서는 틀린 길인지도 모를 테니까

우리는 일단 그 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165쪽


-가보지 않고서는 틀렸는지 알 수 없는 것이 길이고 인생인데도 어른들은 마치 맞는 길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가르친다. 사실 어른들 역시 그들이 가본 길밖에 모를 텐데도 말이다.




"미안해." 카트카가 말했다.

"왜 혼자 있고 싶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 갑자기 혼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괜찮아.

194쪽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기억을 잃는 것일까.

분명 한때 아이들이었을텐데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친구를 사귀기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가 겁내지 않기를,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운동을 하기를, 장애로 상처받은 아이가 착하게 자라기를 어른들은 바란다.

아이들은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인데.

어른들과 다름없이.




다음에 봐.

247쪽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언제 어떻게 달라진지 모른 채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한때 같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ADHD, 비만, 불안증, 장애와 같은 병명으로 낙인찍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특이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부분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이상하기 마련인 그 시절, 못나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빛나고 있음을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깨닫기를 바라본다.




예전엔 자기계발서였을 성장소설이 이제는 자녀교육서로 읽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내 안에 이상한 아이가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책, 그래서 오랜만에 아주아주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지금 파리 여행 세계 문화가 보이는 찾기 그림책 6
베아트리스 베이용 지음, 이하나 옮김 / 베틀북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아이가 세상은 넓고 보고 듣고 배울 것은 많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여행책을 자주 읽어주었다. 그 중 아이와 나 둘 다 가장 만족하며 읽은 것이 베틀북의 <세계 문화가 보이는 찾기 그림책 > 시리즈였다. 그런데 이번에 신간, 그것도 2024년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를 주제로한 여행책이 나온 것을 보고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파리와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을 함께 설명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 바로 읽어보았다. 


*간결하지만 디테일한 설명

집중력이 약한 아이는 장황한 설명이 포함된 여행책을 쉽게 질려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설명이 모두 대화체로 되어 있어 아이의 흥미를 쉽게 끌었고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들이 포함되어 있어 정말 파리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집중력을 길러주는 숨은그림찾기

6살이 되면서 일반 그림책을 보고도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이 책은 최고의 놀이감이 되어 주었다. 게다가 숨은 그림을 하나씩 찾는 동안 그림을 꼼꼼히 보면서 파리 사람들의 모습, 도로, 건물,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책이 더 유용하게 느껴졌다. 


*친구가 된 오피에와 가족들

<세계 문화가 보이는 찾기 그림책 > 시리즈를 쭉 봐 온 아이는 이제 책에 나오는 가족들이 너무나 익숙해진 것 같다. "오피에가 이번에는 파리에 간 거야?"라며 마치 친구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듯 말하는 아이의 모습도 재미있었지만 파리 책을 보면서 '지난 번에 아마존에서는~ 중국 축제에 갔을 때는~'이라며 이전 책들도 줄줄이  말하는 걸 보니 이 시리즈를 쭉 보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실제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 정도는 이 책을 보며 아이에게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여행 계획을 짜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에 대해 아이와 미리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엔 또 어떤 책으로 시리즈가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게 다는 아니에요
미바.조쉬 프리기 지음 / 우드파크픽처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드파크 픽처북스의 책들은 웃지 않는 예쁜 아이 같다. 미바 작가의 사랑스러운 그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끌어당긴다. 하지만 겉모습에 이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본 사람들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발 더 가까워져야 보이는 눈물 그득한 아이의 눈을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될 테니까.


티 없는 눈밭의 하얀색, 부드러운 하늘색, 거기에 사랑스러운 분홍색 제목까지 더해져 마치 표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슬프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 우드파크 픽처북스의 책을 여러 권 접해본 나로서는 시린 눈 밭 위에 서서 높고 메마른 산을 마주한 두 사람에 더욱 시선이 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분명 저 두 사람이 느끼고 있을 매서운 추위, 그리고 눈앞에 닥친 두려움과 지금껏 지나온 슬픔이 이 책에 담겨 있을 거라고.


이 책은 두 사람의 어린 시절과 가족, 사랑과 이별, 추억과 상실, 그리고 셀린과 엘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늘 궁금했다. 왜 셀린과 엘라였는지, 작가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 인물들을 공감해 내는데 작가들의 삶은 어떻게 관여했는지... 책을 읽는 내내 두 작가와 카페에 앉아 조용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 대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진지해지는 것을 꺼린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중에서도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많지가 않다. 깊은 이야기에는 늘 슬픔이 묻어 있어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모자람이 드러나더라도 마음 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행복한 순간조차 조금은 슬펐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반가웠다. 


46p. 우리는 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랑을 하는가. 


​"책을 읽는 게 좋아요."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 생각했지만 늘 취미, 취향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이야기를, 그리고 책을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 말하는 작가의 글은 마치 오래된 친구라 생각한 누군가를 사실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타인의 말처럼 느껴졌다. 

"맞아요. 단순히 좋아하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들이 있어요.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지만 내 삶의 끝에서 '의미'라는 것을 찾는다면 분명 글을 읽고 쓰는 것에서 그 답을 찾을 것 같아요."라고 나는 속으로 답했다. 

어릴 때 미래란 항상 희망이었다. 더 크면, 나중에는, 그때가 되면...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미래가 '끝'으로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오늘은 금세 과거가 되고 미래는 더 급히 현재가 된다. 사랑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작가의 말이 나를 응원하는 것 같다.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마음이 조금 더 조급해졌다.


67p. 니오.


보자마자 반려동물의 이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뒷이야기를 읽기 전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내 눈물샘은 반려동물 이야기에 늘 격하게 반응한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동안 얼마나 울게 될까. 내일 눈이 부으면 안 되는 일이 있나. 

저자는 덤덤해지는 것이 두려워 니오를 떠나보낸 슬픔과 고통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또다시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흘러내리지 않고 찰랑거리며 담겨 있는 그 아이의 눈 역시. 

빛을 따라간 니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들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담아낸다. 아버지의 얇아진 입술, 어린 시절 눈 내리는 날, 돌아가신 할머니와 건강했던 부모님과의 추억...

연민은 슬프지만 늘 다정하다. 저자들이 세상을 얼마나 다정하게 바라보는지 그 따스함은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잔뜩 묻어난다. 


135p.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을 한 겹씩 벗겨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았다. 여전히 높은 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은 서 있고 한 사람은 앉아 있다. 자세히 보아도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쩌면 신발 끈을 고쳐매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셀린과 엘라가 '오랫동안 행복했다'라고 생각할 만큼 순수하진 않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한 겹씩 벗겨내며 함께 걷겠다는 미바 작가의 말이 그들의 약속처럼 느껴졌다. 두려움을 앞에 두고 이번에도 서글프겠지만 몇 번이고 울겠지만 결국은 저 산을 넘어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다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예쁜 얼굴로 판단되기 쉬운 책이지만 이 표지에 눈길을 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게 다는 아니에요."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은 티가 난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다. 

두 작가가 닿게 될 자신들만의 미래에도 신발을 고쳐 신을 수 있는 평지가 자주 나타나 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