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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지의 부엌
니콜 모니스 지음, 최애리 옮김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가장 완벽한 요리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가장 근접한 대답을 해주는 이야기가 바로 '칸지의 부엌'이다.
'도제들은 내게 묻곤 했다.
요리의 정수는 무엇입니까?
신선한 재료입니까.아니면 절묘한 풍미입니까?
절박함입니까.아니면 희귀함입니까?
다 틀렸다. 요리의 정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먹는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데 있다....'
(량웨이.베이징.1925년)
<본문중 발췌킨지의 부엌 발췌>
이 소설에서는 아주 맛있는 중국의 음식이 나오지는 않지만
서양에서 볼수있는 음식에 대한 가치관과는 아주 다른
동양인만의 음식에 대한 가치관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남편을 잃고 마음의 뿌리마저 흔들리고 살아가는
'매기'라는 미국인 여성 푸드 칼럼리스트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의 사고를 이해할줄 알면서도
정통중국요리에 능통한 천재요리사 '샘 량'의 만남을 통해
바디랭귀지나 언어의 유희가 아닌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그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 과정을 메신저로 삼아 서로의 다른점을 이해하고
한층 더 깊은 사랑의교감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린
메이킹푸드로맨스 소설이라고 부를수 있었다.
그동안 음식에 관한 소설이나 책에 주로 등장하는건
프랑스, 인도, 일본등이 대표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중국이 차례인걸까 ?
본문에서도 자주 언급하는 공산화후의 중국은
미각에 대한 욕구마저 프롤레타리아적 사상이라 부르며 철저히 억압한적이 있는데
이러한 암흑기의 시대후 수많은 중국의 요리사들이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식 중국요리를 만들게 되었는데
주인공 '샘 량'은 우리가 먹어본 미국식 중국요리는
정통중국요리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강변하는 대목이 나온다.
미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가치관은 음식=산업=돈 이라는 개념이다.
심지어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자신들의 전세계의 대리점이나
체인점에서 파는 음식의 맛이 똑같아야 한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
즉 같은 제작공정과 입맛의 표준화를 통해 제작원가을 절감하여 최대의 매출을 얻는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아성은 미국에 밀입국한 맥시코인들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설탕을 넣어 만든 미국의 코카콜라보다 사탕수수를 당분으로한
멕시코에서 만든 콜라가 더 맛있다는걸 맥시코인들은 알고 있었다.
비록 미국으로 밀입국해 미국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고향에서 마시던 청량한 코카콜라와는 다른 느끼한 미국콜라를 거부하고
대량으로 멕시코산 콜카콜라는 밀수하는 바람에 미국이 고향인 코카콜라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말았고
멕시코산 코카콜라를 맛본 미국인들까지도 멕시코산 코카콜라을 원해 오히려 미국으로 역수출되고 마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맥도날드는 자사제품에는 기어코 쇠고기를 넣어야 표준이라는 오만함에 빠져 전세계로 시세를 확장하던중
인도와 이슬람국가에서는 매장에서 불매운동과 폭동이 계속되자 매스컴에 밀려 슬그머니 쇠고기가 빠진 햄버거를 팔고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인들의 요리에 대한 가치관은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것인데
샘량은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진 매기를 위해 그녀의 수심(愁心)을 치유해주는 따뜻한 닭찜한그릇으로 그녀의 마음을 울리고 만다.
중국정통요리를 후대에 남기고 싶어하는 고집스러운 '셰숙부',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할머니의 도시락,
요리사의 정성이 깃든 음식을 시로 표현해 낼줄 아는 문인들이 살았던 시대,
언제 이 세상을 떠날줄 모르는 스승을 존경하는 제자의 정성어린 갈비찜,
도망자 신세로 밀항을 하며 잃을뻔한 목숨을 지켜준 사람들을 위해
그들에게 보답하고자 만든 장어포요리와 구운 오리요리,
갖가지 사연이 담긴 요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부엌에서 풍겨나오는
감칠맛이 담긴 음식의 향기처럼 귓가를 풍성하게 해준다.
음식에 대한 입맛이란 결코 표준화가 될수 없고
요리사는 결국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요리를 할수 밖에 없다는
음식에 대한 동양적인 가치관이 승리하는 것을 주제로 하여
달달한 로맨스를 버무리고 과거 중국의 역사와
'샘 량'의 세 숙부와 그의 아버지가 겪는 음식에 관한 모험을 고명으로
올려 마무리한 것이 바로 '칸지의 부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