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부서지기 전에 에버모어 연대기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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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머물게 해주세요. 제발 또 다른 하루를 허락해주세요" (p.23)


신비로운 세계로 나를 인도할 것 같은 환상적인 표지가 나를 맞는다. 근사하게 써진 영어 제목 Before the broken star 덕분에 옆의 동료가 원서를 읽고 있냐며 깜짝 놀라서 묻는다. 영어라고는 Hello, I love you, Thank 밖에 모르는 영어무식자에게 말이다. 한바탕 함께 웃고나서 책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책에 비해 원제목이 멋들어지게 나열되어 있는 모습이다.


별이 부서지기 전에는 백 번째 여왕 시리즈의 작가 에밀리 킹의 두번째 작품으로 에버모어 연대기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다. 제목과 표지가 맘에 들어 덥석 골라든 탓에 시리즈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도르카가 삼켜버린 마크햄을 찾아나서는 에벌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책장이 끝나서 살짝 당황했다. 책소개를 꼼꼼하게 읽지 않은 걸 누굴 탓하겠냐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몰입감이 끝내준다.


가족이 몰살당하는 불행한 사건 속에서 겨우 살아남아 시계태엽 심장을 지니고 삼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에벌리 도너번.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여왕의 총독으로 신분을 속이고 시간 버려진 세계로 들어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크햄을 죽이고 싶은 복수심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침착하자. 기계처럼 냉정하자. 태연하게, 마치 시간처럼" (p.281)


시간의 지배자의 도움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에벌리는 일곱개의 세계를 열 수 있는 열쇠를 지닌, 시간의 지배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시계태엽심장으로 인해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재미슨 대위와의 풋풋한 연인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삼촌이 운영하는 시계점의 평범한 견습생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헤친 악마를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마크햄을 다시 만나게 되고, 복수를 기도하지만 시계태엽심장은 그녀에게 복수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삼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위해 마크햄을 찾아나서는 에벌리 그녀는 거리의 여자를 가장해, 악마가 있는 버려진 세계로 향한다.

"이건 아마다라 공주의 전설이야. 왕국을 무너뜨리고 시간을 뒤흔든 나무 공주에 관한 이야기란다." (p.124)


탐욕의 끝을 모르는 여왕은 새로운 식민지 건설을 위해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한다는 버려진 섬으로 죄수와 거리의 여자들을 보내고 그곳에서의 정착을 강요한다. 복수를 위해 탐험을 떠난 에버리는 그곳에서 죽은줄만 알았던 오빠 태비스를 만나고 그녀가 알고 있던 과거와 다른 사실을 이야기하는 그로인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녀는 버려진 세계에서 사라진 전설의 왕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반전인듯 아닌듯 이어지는 에벌리의 모험은 이어지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맞아요. 당신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선물이에요. 소중한 삶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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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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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 자살로 조사되고 있는 과정에서 동반자살을 계획하고 있다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명지가 느끼게 될 긴장감, 죄책감, 안도감 등 복잡한 심리 표현이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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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사람의 유쾌한 반성 - 성찰의 힘을 더하자 삶이 변했다
남유리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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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말 잘했어.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하다니.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그러니 이번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p.72)​


우연인지, 무의식중에 자연스러운 끌림인지 요즘 읽게 되는 자기개발서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들이 많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동안 직장 동료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나의 모든 신경은 서로가 불편을 느끼는 그들에게 쏠리게 되고, 나의 이유가 아닌 동료들과의 불편함을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인사이동이라는 응급처방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기에 이르렀다. 지나고 생각하니 시작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이었고, 사소한 마음의 상처에서 시작한 상처가 덧나고 곪아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고, 급기야 도려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작은 상처였을 때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상처를 드러냈다면 지금 보다는 괜찮은 결론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는 사건이었다.


아무튼, 스스로의 행복보다 주변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는 삶은 -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SNS를 기웃거리며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이유를 쌓아가기도 하고, 껍대기에 불과한 화려함으로 시선을 모으는 관종의 길을 걷기도 한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지 않기 때문에 쌓게되는 보이지 않는 벽이라 여겨진다.


겁이 없는 아이일수록 빨리 서고, 빨리 걷는 다고 한다. 뒤집고, 앉고, 배밀이를 하고, 기고, 혼자 서고 드디어 한발자국을 때기 시작할 때부터 삶의 도전은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한발자국의 용기는 엄마의 아낌없는 격려로 아이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꽤 괜찮은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겁없이 내딛었던 한발자국의 용기를 잊고 작은 실패에 쉽게 좌절하고, 스스로를 괜찮지 않은 사람이라 여기곤 한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욕심과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을 잃어 가고 있다. 행복한 삶의 기준을 나에게 두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된다. 부모님의 그늘아래서 지낸 안락한 학창시절을 지나,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편안한 위로를 받게 된다. 세상의 모진 바람에 맞서고 있는 나 또한 존재 자체로 이미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을 믿어 보자! 스스로 일어서고 한발자국을 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그때부터 이미 나는 귀하고 괜찮은 사람이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것은 여행을 하는 것처럼 짧다고. 그 여행이 재미있으려면 내게 주어진 오늘 하 루를 즐겁게 살면 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여행지에서 빌린 것들 이니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비교하지 않고 내가 빌린 것으로 재미있 게즐기면 성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생각을 잊고 또 불평을 늘어놓거나 한숨을 쉴 때가 많지만 되도록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 (p.56)


"나의 평범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이했던 과거의 모든 경험들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새 남들과 상관없이 나에게 만족할 줄 알고, 나를 사랑할 줄도 알게 되었다.오늘도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앞으로도 나를 언제든지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지지자가 되어줄 생각이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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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레나의 비밀 편지 - 꼭 알고 싶은 나의 몸 이야기
안명옥.황미나 지음 / 책과이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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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가 있잖아. 인간은 신이 창조했지만, 한 명 한 명 다 보살필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p.49)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지 않은 것은 없지만, 특히나 어려웠던 영역이 성교육의 영역이었다. 아들만 있어서 아이들의 성교육은 아빠한테 미뤄뒀었는데, 여자아이만 두고 있는 동생이 아이가 초경을 시작했다며 이모도 축하선물을 해주라는 협박아닌 협박에 축하선물과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어릴적 나의 경험을 더듬어 보면,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가슴이 단단해지고 아프기 시작했을 때도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곤조곤 알려주시는 것보다는 준비물을 챙겨주시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셨는지도 모르겠다. 엄청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친절한 도움없이 헤쳐나가야했던 어릴적 내가 안쓰럽다. 비단 나의 경험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친구들이 – 언니가 있었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 비슷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여고시절 좋아하던 만화작가 황미나와 의학박사 안명옥이 함께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성교육을 전문지식과 함께 만화로 –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에 놀란건 안비밀이다 –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재미있는 교재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엄마와 아빠가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 또한 이미 다 알고 있는 지식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읽다가 나의 무지함에 깜짝 놀라버렸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의 공주님들이 겪음직한 두려움에 대해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듯 주고받는 e-메일은 아이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한편,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하는지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있다. 사실적은 그림이 처음에는 민망함으로 다가왔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왜곡된 그림이었다면 큰일날 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생리대 사용법과 뒤처리 방법에 대한 만화는, 특히나 무서워서 탐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 같은 어른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탓에 자칫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기 쉬운 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피임방법 등에 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미에 있는 Q & A 35선은 공주님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있음 직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친구들도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동질감도 느끼게 해준다. 갈수록 빨라지는 아이들의 2차 성징과 경험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과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만화가 결합된 성교육서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유용한 지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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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코붱(김연정) 지음 / SISO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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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낫습니다." (p.44)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길치인 내가 운전하면서 쉼 없이 듣는 말이다. 내비게이션님께서 알려주시는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라도 하면 예쁜 언니께서는 상냥한 듯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경로를 재탐색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밀려오는 긴장감에 조바심을 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익숙해져서 '어서 다른 길을 안내하거라~' 하는 심정으로 다음 안내를 기다린다. 길은 세상 어디로든 통하게 마련임에도 정해진 길이 아니라는 것에 왜 이렇게 조바심을 내곤 했는지 모르겠다.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는 일에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나 또한 이제 막 성년이 된 아이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탐색할 시간을 주지도 안은 채 빨리 자리를 잡으라고 다그친다. 내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이제 경우 자유의 맛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만 전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힘든 곳이라는 숨 막히는 말과 함께 말이다.

퇴사 후 삶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백수라는 타이틀을 갖지 않은 사람도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는 삶에서 잠시라도 떨어져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하자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열심히 산다는 이유만으로 소소한 행복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열심만을 외치며 나를 다독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달리기만 하다가 어느 한순간 주저앉아버려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린다.

스스로 선택한 백수의 삶을 공유하면서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조차 알지 못하겠다. 철이 들었다고 여겨지는 그 순간부터 '나'로 살고 있기보다는 부모님의 자식으로, 회사의 직원으로 이제는 아내, 엄마라는 자리까지 더해서 나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월급루팡이 되지 않기 위해, 현모 양처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나의 행복은 저 멀리 뒤로 밀어둔 채 말이다. 지금껏 자랑스러운 자식이 아니어도 일 잘하는 직원이 아니어도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아니에도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완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준다. 지금껏 잊고 있던 내가 행복하고 스스로 단단해져야 내가 있는 곳곳이 행복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해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필요한 건 딱 하나다. 바로 다른 사람의 삶을 욕망하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다. 이것만 있다면 백수의 삶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표를 던질 용기는 없지만, 가끔은 경로를 이탈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정해진 삶이 항상 옳은 삶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비록,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꿈꾸는 삶을 살아보고 싶게 해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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