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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레나의 비밀 편지 - 꼭 알고 싶은 나의 몸 이야기
안명옥.황미나 지음 / 책과이음 / 2020년 8월
평점 :
"이런 얘기가 있잖아. 인간은 신이 창조했지만, 한 명 한 명 다 보살필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p.49)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지 않은 것은 없지만, 특히나 어려웠던 영역이 성교육의 영역이었다. 아들만 있어서 아이들의 성교육은 아빠한테 미뤄뒀었는데, 여자아이만 두고 있는 동생이 아이가 초경을 시작했다며 이모도 축하선물을 해주라는 협박아닌 협박에 축하선물과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어릴적 나의 경험을 더듬어 보면,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가슴이 단단해지고 아프기 시작했을 때도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곤조곤 알려주시는 것보다는 준비물을 챙겨주시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셨는지도 모르겠다. 엄청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친절한 도움없이 헤쳐나가야했던 어릴적 내가 안쓰럽다. 비단 나의 경험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친구들이 – 언니가 있었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 비슷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여고시절 좋아하던 만화작가 황미나와 의학박사 안명옥이 함께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성교육을 전문지식과 함께 만화로 –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에 놀란건 안비밀이다 –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재미있는 교재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엄마와 아빠가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 또한 이미 다 알고 있는 지식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읽다가 나의 무지함에 깜짝 놀라버렸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의 공주님들이 겪음직한 두려움에 대해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듯 주고받는 e-메일은 아이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한편,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하는지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있다. 사실적은 그림이 처음에는 민망함으로 다가왔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왜곡된 그림이었다면 큰일날 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생리대 사용법과 뒤처리 방법에 대한 만화는, 특히나 무서워서 탐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 같은 어른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탓에 자칫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기 쉬운 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피임방법 등에 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미에 있는 Q & A 35선은 공주님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있음 직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친구들도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동질감도 느끼게 해준다. 갈수록 빨라지는 아이들의 2차 성징과 경험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과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만화가 결합된 성교육서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유용한 지침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