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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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 때마다 나는 예외없이 다른 이의 몸에 갖힌채 눈을 뜬다.'​


추리소설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한 문장과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전 기억은 말끔히 잃어버린 채, 다른 이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되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기억을 쌓아간다.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숨통을 조이는 듯한 쫓김을 피할 수 없다. 강제로 게임에 소환되어 8일간의 삶을 반복해야하는 위기에 놓였다. 게임에 끌려온 다른 어느 누구보다 먼저 비밀을 찾아야 한다. 먼저 비밀을 찾지 못하면 무한 게임의 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연 그는 에블린 하드캐슬 죽음의 비밀을 풀고 지옥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기억을 잃고 혼돈의 블랙히스를 헤매는 에이든 비숍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8일간의 시간, 8개의 시선은 지루할 틈이 없다. 게임으로 풀어내는 8일간의 독특한 타임루프와 새로운 몸에서 깨어날 때마다 느끼는 비숍의 심리적 갈등은 블랙히스의 비밀을 파헤치는 또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애나'로 여겨지는 여자의 살려달라는 외침과 잠시의 망설임으로 그녀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 그는 환청이라 여겨지는 목소리에 이끌어 SB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깨진 나침판과 동쪽이라는 단서와 함께 블랙히스로 들어서게 된다. 애나의 죽음을 알리고자 급히 두드린 문을 열고 나온 블랙히스의 집사 그리고 자신이 다른이의 몸에 갇혀 있은 것을 알지 못하는 그를 이끄는 대니얼. 대니얼에게 이끌려 그의 방이라 여겨지는 곳에 도착한 비숍은 자신이 누군지, 왜 이곳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고, 그의 상태를 살피러 온 의사로부터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혼란에 빠진다.

"나는 아직도 이 게임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다. 아무튼 남자들이 모두 사냥을 나간 바로 지금이 야말로 그를 덮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오늘 내게는 또 다른 할 일이 있다. 자유를 되찾으려면 그것을 내게서 앗아간 남자의 정체부터 밝혀내야 한다." (p.129)​


혼돈의 현장에서 잠시 정신을 차린 그는 지난 밤 자신의 행적을 찾아나서고, 그에게 의문의 쪽지를 전달한 하녀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혼돈의 그를 돕는 에블린 하드캐슬. 그녀는 어릴적 이기심으로 인해 동생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그녀 부모는 그녀를 조롱하기 위해 블랙히스의 가면무도회를 주최하기도 한다. 블랙히스에 숨겨진 비밀은 마치 철통같은 요새속에 숨겨진 듯 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기억을 잃은 혼란 속에서 벗어나 점점 더 예리해지는 비솝은 8일간의 단서응 차곡차곡 모아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블랙히스의 비밀은 책장의 두꺼운 부담을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제 당신은 자유요. 블랙히스는 더 이상 당신들을 붙들어두지 않을 것이오." (p.648)​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에블린하드캐슬의일곱번의죽음#스튜어트터튼#최필원#책세상#문화충전200#서평단#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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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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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고 하지 말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p.11)​


공지영 작가는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그닥 반갑지 않은 문장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다. 좋아하는 독자가 많은 훌륭한 작가로 등장하기 보다는, 그녀의 필력과 상관없는 구설로 더 자주 등장하는 그래서 팬으로서 참 안타까운 작가다.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걷는 여성의 당당함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과 처벌의 가벼움을 신랄하게 비판한 도가니, 그리고 한일 양국 선남선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사랑후에 오는 것들 등 각각의 색다른 매력들을 뽐내는 베스트셀러까지 나는 공지영작가의 튀는 사생활이 어떻든지 간에 팔색조같은 그녀의 책이 좋다.


알록달록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심코 그려 모아둔것 같은 그림책 같은 표지가 나를 반기는 이번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갖게 하지 않을까 싶다. 자살할 이유가 서른가지쯤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서문에서는 그녀의 굴곡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같은 여자로서의 애잔함이 더해진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이 열 모이면 그중의 셋은 나를 좋아하고 셋은 나를 싫어하며 나머지 넷은 별 관심이 없다. 여기서 다섯이 좋다고 하면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일 것이고 다섯이 싫다 하면 국민 패륜아일 것이다. 장담하건대 그중 넷은 그 순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p.101)​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늘 세뇌하듯 말하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고되다. 안좋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남탓을 하려고 하면서도 내탓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섬진강변의 고즈넉함솨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보는 삶의 여유와 행복이 부러워진다. 마법같은 한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고된 삶에서 찾은 한줄기 구원같다.


팍팍한 삶을 견디다 못해 고된 삶으로 부터 도망치듯 그녀를 찾은 세명의 후배들에게, 섬진강변의 고즈넉한 여유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야하는 이유를 전한다.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그녀들의 대화속에 빠져들어 그 곳에 나를 대입해 본다. 나 또한 여유롭지 않은 집에 맏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시절의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에 대한 포기를 강요당하며 살았다. 도망치듯 이른 결혼을 하고, 평범하게 아이를 나아기르고, 어느덧 퇴직을 앞둔 나이가 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살고 있다. 맏딸이라는 이유로 포기를 강요당할 때 당당하게 거부했더라면, 이른 결혼이 아니라 독립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은 아무 의미없는 생각들이 밀려든다.


여전히 엄마로, 아내로, 딸로,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기 위해 많은 나를 포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한다.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내 욕심을 드러내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나를 그 누가 사랑할 수 있을꺼. 쑥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보기로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나에게 마법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잘 봐둬. 우리 생애 이건 몇 번 더 볼지 아무도 몰라. 설사 오래오래 산다 해도 꽃이 이렇게 지는 건 1년에 단 하루뿐이야. 우리는 지금 엄청난 축복 속을 달리고 있는 거야." (p.34)​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그럼에도불구하고#공지영#위즈덤하우스#문화충전200#서평단#섬진강#행복#지금여기나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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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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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추리소설은 쫀쫀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술술 읽히는 글이라 선호하는 작가중 한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을 다스릴 때나, 쉬고 싶을 때 진한 커피한잔과 읽어내려가는 추리소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20년전쯤 초판된 책이고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으로 읽기 시작한다. 단편 소설안에 또 다른 구성으로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기 바쁘다. 첫번째 단편 '세금 대책 살인사건'을 읽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구성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앞쪽으로 다시 넘어갔다 온다. 때로는 추리소설작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독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출판사 편집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본다. 같은 작품을 앞에 둔 서로 다른 시선을 엿보는 재미도 색다르다.

짧은 단편이어서인지 출판사의 소개처럼 히가시노게이고의 쫀쫀한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어~ 하다보면 한편이 끝나 있는 느낌이랄까. 치밀한 추리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독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나 또한 익숙하지 않은 전개로 색다른 느낌도 받았지만,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는 살짝 부족했다.

추리극이라기보다는 웃픈 블랙코미디 같은 1편을 지나, 두번째 단편 이과계 살인사건은 소설속 내용처럼 방대하게 서술되어 있는 - 조금 어려운 - 과학상식들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넘기는 나를 발견한가. 아이쿠! 철저한 개조식 이과계 인간인줄 알았는데, 무늬만 이과계 인간이었나보다를 읇조리며 다음편으로 이동. 익숙해진 패턴 덕분인지 첫번째 작품보다 흥미롭다.

대리집필(범인 맞추기 살인사건)이라든지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고령화 사회 살인사건)에서 치매 노인이 더 늙은 치매 노인을 안타까워하는 스토리까지 다양한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과 독자의 시선이 교차한다.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도록 연재소설을 모방한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범인이 자신의 범죄가 추리소설을 유명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도리어 작가에게 살인방법을 주문하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서평을 작성하는 기계가 등장하는 독서기계 살인사건 등 살인사건으로 귀결되지만 평범한 일상에사 볼 수 있을 법한 세상의 어두운 면들을 흥미롭게 꼬집어 낸다.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아쉬운면이 있었지만, 짧은 8개의 단편의 매력이 각기 다른 책이었다. 그런데,,, 왜 대중교통에서 읽지 말라는 독자들의 감상이 있었던 걸까? 너무 가볍게 읽어서 이유를 못찾은건가,,, 갸우뚱 거리며 책읽기를 끝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히가시노게이고#추리소설가의살인사건#민경욱옮김#소미미디어#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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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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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게예요. 이 도시를 앨리스처럼 만드는 거요." (2권 250p)


약간은 허영기를 담은 도시 로맨스를 상상하고 책장을 편 나에게 진취적인 여성의 색다른 성공 스토리를 전한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내가 머무는 곳의 척박함을 탓하지 않고 그곳을 꿈과 환상을 가득 담은 그곳 '앨리스'처럼 만들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함축해 놓은 문장이다. 간질간질 설레는 로맨스는 아니지만, 그녀만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꿈과 사랑을 함께 할 수 있다.


진 패짓은 팩&레비의 속기사로 일하고 있다. 속기사로서의 일상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마음 한편이 허하다. 그러던 중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외삼촌으로부터 거액의 유산이 상속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무료한 일상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당시의 여성에 대한 편견 탓에 막대한 유산은 진에게 바로 전달되지 못하고 진이 35세가 되는 날까지 신탁관리인 노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름도 모르는 외삼촌의 유산을 앞에 두고 마주한 진과 노엘, 전쟁 속에서 죽어간 오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그녀를 위해 편안하게 생을 마감했음을 전하는 노엘에게 담담하게 포로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죽음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진을 마주하며 노엘은 그녀가 평범한 영국 아가씨가 아님을 알게 된다. 전쟁 속에서의 그녀의 삶을 알아가며 단순한 신탁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진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싶어지는 노엘은 그녀를 진심으로 돕기에 이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포로가 되었던 진은 척박한 포로의 상황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한마을에 살던 몇몇의 가족이 포로가 되어 가족의 지주 역할을 하던 남자들과 분리되어 아이들과 여자들만 남은 상황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 어려운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진의 노력을 이해하고 받아 주었던 말레이의 이웃들을 잊지 못했던 진은 여전히 척박한 삶은 이어가고 있는 그곳에 작지만 그녀의 힘을 보태기로 한다.


지구의 반을 돌아 말레이에 도착한 그녀는 그들의 삶 속에 조용히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그녀의 무기력한 삶의 이유였던 한 남자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인 듣게 된다. 같은 포로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그녀들을 돕다가 죽은 줄만 알았던 호주의 목동 조 하먼이 살아있다는 소식이다.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리는 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잊으려고 했던 그를 찾아 나서고,,, 이어질 듯 이어질 듯 어어지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늘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진과 조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척박한 호주 아웃백의 삶이 그녀의 행복을 무너뜨릴 것을 염려한 조는 그녀는 위해 그의 행복을 내어놓으려고 한다. 조의 행복한 삶도 자신의 행복한 삶도 포기할 수 없었던 씩씩한 영국 아가씨 진은 허허벌판 같은 호주의 아웃백을 달콤한 로맨스가 이어지는 도시 앨리스처럼 만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포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보다 더 힘든 포로의 생활을 이어갔던 그녀들이 - 비록 일부지만 -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척박한 말레이의 한 마을이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된 것도, 호주의 순박한 목동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진이 긍정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전쟁속의 일본의 무책임함에 대해 다시 한번 울분을 토하기도 했지만, 진과 조의 잔잔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사랑과 진과 노엘의 따뜻한 만남으로 에너지가 채워져가는 책읽기 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나의도시를앨리스처럼#네빌슈트#레인보우퍼블릭북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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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완성 생존 중국어 - 현지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최고의 실전 중국어!
이원준 지음 / 라온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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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국어를 깊이있게 공부할 나이도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은 1인이다. 하지만, 두려움 없는 외국 혼행을 꿈꾸고 있는 1인이기도 하다. 질리도록 해도 늘지 않는 영어에 지쳐서 일어도 조금 기웃거려 보고, 급기야 중국어도 기웃거려 봤다. 그 결과 영어는 알파벳을 외우고 헬로우, 아이러브유, 땡큐와 함께 졸업하고, 일어는 오이시이데스!로 마무리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시작했던 중국어는 병음과 함께 멈춰져 있다.

딱히 목적이 없으니 세상 재미없는게 외국어 공부였다. 절절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현지에서 칭따오를 시원하게 마시기 위한 혼행에 미련을 못버리고 있는 탓에 '쉽게 배우는'이라는 설명이 있는 중국어 책은 지나치지 못한다.

나는 대대적인 교과서 개편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국어교과서에 한자와 병기되던 단어들이 사라지고 한자수업은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 체육시간만틈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한포자가 되었다. 덕분에 중국어가 배우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맣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심지어 중국어에 쓰이는 번자체는 복잡하기까지 하다. 물론 번자체를 간소화한 간자체가 있지만, 그럼에도 한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60일 완성 생존중국어는 한자와는 1도 친하지 않은 공대생이 맨땅에서 시작한 중국어 노하우를 담은 책으로 연상암기력을 통해 중국어가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고등학교 한문 선생님께서 어려운 한자 두자를 외우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그 두자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나처럼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연상암기력을 활용한 공부법은 최적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법 헌(憲) 갓 머리 밑에 왕 사 심
목숨 수(壽) 사 일 공 일 구 촌

모두 네개의 파트로 나누어 일상에서 필요한 동사와 형용사를 중심으로 꼭 알아야하는 동사와 형용사, 유학과 어학연수 때 쓰이는 동사와 형용사, 비즈니스와 출장 때 쓰이는 동사와 형용사 그리고 동사와 형용사를 제외하고 쓰기 유용한 단어를 하루에 열개씩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친절한 병음 표기는 물론 성조, 연상되는 문장까지 한 셋트로 구성해서 자연스럽게 단어를 익히도록 도와준다. 깊이 있는 어학공부가 아니라 일상속의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학습방법이다.

새로운 방법에 흥미를 느끼고 짧은 기간 열을 올리다가 다시 손을 놓을지도 모르지만, 20년이 지나도록 기억하고 있는 법 헌과 목숨 수와 같은 단어가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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