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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그래서, 라고 하지 말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p.11)
공지영 작가는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그닥 반갑지 않은 문장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가다. 좋아하는 독자가 많은 훌륭한 작가로 등장하기 보다는, 그녀의 필력과 상관없는 구설로 더 자주 등장하는 그래서 팬으로서 참 안타까운 작가다.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걷는 여성의 당당함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과 처벌의 가벼움을 신랄하게 비판한 도가니, 그리고 한일 양국 선남선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사랑후에 오는 것들 등 각각의 색다른 매력들을 뽐내는 베스트셀러까지 나는 공지영작가의 튀는 사생활이 어떻든지 간에 팔색조같은 그녀의 책이 좋다.
알록달록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심코 그려 모아둔것 같은 그림책 같은 표지가 나를 반기는 이번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갖게 하지 않을까 싶다. 자살할 이유가 서른가지쯤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서문에서는 그녀의 굴곡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같은 여자로서의 애잔함이 더해진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이 열 모이면 그중의 셋은 나를 좋아하고 셋은 나를 싫어하며 나머지 넷은 별 관심이 없다. 여기서 다섯이 좋다고 하면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일 것이고 다섯이 싫다 하면 국민 패륜아일 것이다. 장담하건대 그중 넷은 그 순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p.101)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늘 세뇌하듯 말하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나 고되다. 안좋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남탓을 하려고 하면서도 내탓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섬진강변의 고즈넉함솨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보는 삶의 여유와 행복이 부러워진다. 마법같은 한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고된 삶에서 찾은 한줄기 구원같다.
팍팍한 삶을 견디다 못해 고된 삶으로 부터 도망치듯 그녀를 찾은 세명의 후배들에게, 섬진강변의 고즈넉한 여유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야하는 이유를 전한다.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그녀들의 대화속에 빠져들어 그 곳에 나를 대입해 본다. 나 또한 여유롭지 않은 집에 맏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시절의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에 대한 포기를 강요당하며 살았다. 도망치듯 이른 결혼을 하고, 평범하게 아이를 나아기르고, 어느덧 퇴직을 앞둔 나이가 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살고 있다. 맏딸이라는 이유로 포기를 강요당할 때 당당하게 거부했더라면, 이른 결혼이 아니라 독립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은 아무 의미없는 생각들이 밀려든다.
여전히 엄마로, 아내로, 딸로,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기 위해 많은 나를 포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한다.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내 욕심을 드러내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나를 그 누가 사랑할 수 있을꺼. 쑥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보기로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나에게 마법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잘 봐둬. 우리 생애 이건 몇 번 더 볼지 아무도 몰라. 설사 오래오래 산다 해도 꽃이 이렇게 지는 건 1년에 단 하루뿐이야. 우리는 지금 엄청난 축복 속을 달리고 있는 거야." (p.34)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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