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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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편의점은 동네슈퍼(구멍가게)에 비해 고급지고, 24시간 영업을 하고, 물론 가격은 동네슈퍼에 비해 월등히 고가였기 때문에 동네슈퍼가 모두 문을 닫은 시간이나, 주변에 가게가 전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비싼 가격과 준비 부족을 아쉬워하며 찾게 되는 고급진 가게였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흔한 곳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의 편의점은 각종 프로모션 덕분에 가격 또한 착해졌을 뿐만아니라 아기자기한 디저트부터 4캔에 만원짜리 수입맥주를 비롯해 - 좋아하지는 않지만 - 겨울철 별미 과메기까지 없는게 없는 동네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주변을 돌아보면 편의점이 아닌 동네슈퍼는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맞다. 올림픽을 계기로 들어오기 시작한 편의점은 이제 명실상부한 필수가게가 된 것이다.


편의점이 혼밥족들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나의 편의점 최애템은 디저트 신제품이다.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새로운 제품을 탐험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한끼의 의미가 있을 뿐이지만, 수시로 출시되는 디저트 신제품은 나의 눈과 입을 수시로 홀려 놓곤 한다. 물론, 생각과는 다른 괴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편의점의 디저트 코너다. 초딩 입맛의 나에게 부드러운 단맛의 극치를 보여주는 각종 케잌들과 마카롱은 저렴한 가격으로 카페 디저트에 뒤지지 않는 기쁨을 주곤 한다.


편의점의 소울푸드 삼각김밥은 또 어떤가! 900여개까지는 아니겠지만 바쁜 아침 허기진 배를 가볍게 채우기에 위해 무수한 심각김밥을 먹어치웠다. 전자렌지 30초가 꼭 필요한 따뜻한 밥을, 살짝 느끼한 침치마요 보다는 매콤한 전주비빔밥을 좋아하는 한국식(?) 선호파다. 삼각김밥처럼 편의점 메뉴는 내맘대로 해석이 가능해서 좋다. 이유없이 편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한게 아니다. 뗐다 붙였다 새로운 음식을 - 설령 괴식이 될지라도 - 탄생시키기 좋은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한마디로 무궁무진한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세계다!


나도 편의점을 꾀 많이 털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저자의 17년 편의점 외길인생은 넘사벽이었나보다. 듣도보도 못한 괴식(?)이 생각보다 많이 편의점을 거쳐갔었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편의점은 역시 재미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호기심에라도 절대로 먹으면 안되는 과자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맛이 궁금하다면 슈퍼에서 과즙 5% 오렌지주스를 사서 감자칩에 말아 먹으면 된다.(by 일본 편의점 귤포테이토칩)" (p.90)


이어진, 2부 편의점 알바 무용담! 어떻게든 담배를 사고 싶은 고딩과 무슨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걸러내야하는 알바의 밀당을 비롯해 매일밤 이슬이를 원샷하시는 어르신까지,,, 점포내 주류섭취가 금지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된다. 편의점은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갖고 있나보다. 까도까도 끝이 없이 새로운 지식이 나온다. 대세중에 대세로 자리잡은 편의점의 매력을 격한 감탄과 함께 재미있게 들춰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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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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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쩜 좋아! 코믹한 책이 아닌데 읽으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킥킥거렸다. 때로는 새침하고 도도하게, 때로는 세상 따뜻한 위로를 위해 부비부비와 가르랑거리기를 아끼지 않는다. 마치 동네 심술쟁이 장난꾸러기 쪼꼬미 같은 뚠뚠한 고양이가 세상살이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시크한 위로를 던진다.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갈아타야 하나 심각한 고민까지 하게 된다. 홀로 자유롭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도도한 고양이 너무너무 맘에 든다. ♡♡♡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을 장착한 고양이의 세상을 초월한 듯 전하는 한 줄 한 줄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 뭐 있어! 행복하게 살면 그게 최고지!" 하는 감탄과 함께 걱정을 위한 걱정으로 변한 채 나를 누르고 있던 고민들이 걷히는 것 같다. 당연한 듯 적당히 양면성을 유지하며, 도도하게 꼬리를 치켜세우고 걷다가 슬쩍 삐끗해도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걷는 고양이에게 인생을 배운다.

"고양이들은 영특한 동시에 바보같이 유치했으며, 애정에 굶주려 있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했으며 평범함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p.6)

사는 게 평탄하지 않고 고된 건 당연한 일이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기도 바쁜데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연연하지 말고 - 백번 천번 옳으신 말씀! - 아무리 사랑해도 3미터쯤 떨어져서 나를 지킬 수 있어야 하며, 화가 나면 폭풍같이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하고, 당연히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지만 때론 도전의 기회도 당당히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흡사 교주가 교리를 전파하듯 시원스럽게 일상의 고민에 대한 조언을 전한다.

"설마 속마음을

얼굴에 써가지고 다니는 건 아니지?

오, 이런!

너무 어리석게 굴었잖아.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절대 너의 카드를 보이지 말란 말이지.

앞에 있는 사람의 포커페이스에 속지도 말고."

"있잖아.

너를 받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냥 무시해.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아.

그 사람은 생각보다

별거 아니고."

냥이 가라사대~ 촌철살인 같은 문장들도 좋았지만, 도도했다 귀여웠다 우쭐대기까지 하는 과장된 몸짓의 일러는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지금 당장 사랑스러운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고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한 촉촉한 위로와 뚠뚠한 고양이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든 불안과 두려움은

네 마음에서 나왔다는 거 알지?

넌 그만큼 초조해하고 있다는 거야.

친구야, 마음 좀 편하게 먹지 그래.

긴장 좀 늦추라고.

결코 하늘은 무너지지 않거든."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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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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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흐르는 표지는 지구의 종말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깜쪽같이 숨기고 있다. 북극 천문대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 지구탈출을 준비하는 이들의 분주함에 대비되는 모습으로 서막을 연다. '지구종말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절망'이라... 단숨에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개글이다. 종말, 절망 그리고 아름다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서사와 무게감 있는 배우 조지클루니 감독/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잇 스카이"의 원작소설이라는 점이 궁금증을 끌어올린다.


사랑했던 여인과 딸 아이도 뒤로한채 오로지 천문학 연구에만 몰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이든 천문학자 어거스틴. 차가운 자람과 짧은 햇살과 신비로운 오로라로 둘러쌓인 북극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자연과 함께 삶을 마감하고 싶지만, 어느날 알 수 없는 이유로 북극기지의 철수 명령이 내려지고 그는 철수 명령을 가볍게 무시한 채 홀로 북극에 남겨지기를 택한다. 세상과 단절되어 홀로 남은 그의 앞에 어린 소녀 아이리스가 나타나고, 그는 조금씩 아이리스에게 마음을 열어가지만... 아이리스에게 마음을 열어갈수록 혼자 남겨질 아이리스가 걱정된다.


한편, 기나긴 목성 탐사를 끝내고 지구로 귀환중이던 에테르 호위 선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지구와의 통신 두절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구와 연결된 작은 흔적이라도 찾고 싶지만, 에테르 호의 우주미아 생활은 길어지기만 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서로에 대한 반목은 멈추지 않는다. 다가 올 미래가 두렵기만 하다.


불연듯 이어지는 북극의 어거스틴과 에테르 호의 설리. 그들은 서로가 묘하게 닮아 있다. 종말을 맞닥뜨리기전 지구에서도 마음둘곳 없이 외롭기를 자처했던 그들은 종말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후회를 남긴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누구보다도 더 따뜻한 온기를 바라는 이가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홀로 남겨지기를 고독하기를 고집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지구종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쩌면 갈수록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독을 외로움을 호소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리는 남자를 다시 발견했다. 그 남자도 설리를 다시 만나게 되어, 아무 이야기라도 하게 된 데에, 마찬가지로 기뻐했다. 그는 북극의 어두운 낮들과 얼어붙은 툰드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북극곰 발자국을 발견한 이야기를 할 때. 설리는 그에 대해 뭔가 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완고한 고독이 었다. 그는 지금 세상의 끝에 와서조차, 자신이 외롭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듯했다. 어떻게 얻어내야 할지는 모르면서도 관계 맺음에 갈급하며, 발자국 하나를 발견하고, 다른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증거만 보고도 동반 의식을 느꼈다." (p.328)​


생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황량한 북극, 하지만 마지막 순간 뜻하지 않게 함께 사라져가고 있는 북극곰에게 따뜻한 온기와 위안을 얻고, 적막한 우주에서의 오랜 여행의 끝에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구종말이라는 절망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함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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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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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좀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다."


몇년전 부산행 이후 다뤄지지 않았던 좀비 소재의 영화가 작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었는지 두 편이나 개봉을 했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던 시기였음에도 - 잘생긴 주인공 출연 때문이기도 하고 - 두 편의 영화를 모두 관람했다. 피와 살이 난무하는 인간과 좀비의 싸움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었지만 좀비에 대한 연민을 시선 또한 한축을 담당하고 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인간성을 상실했지만, 인간이었던 생명체들과의 치열한 싸움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 살아남기 위한 악행쯤은 용서할 수 밖에 없는 끔찍한 인간의 민낯, 감염된 딸 러너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일이든 할 수 있는 엄마 한나와 감염된 아내를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유인해 가두는 한 남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내가 살기위해 가족을 살리기위해 다른 이의 희생쯤은 무시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보게된다.


마약중독자였지만 자신 때문에 태어날때부터 마약중독으로 하반신마비로 살아가야하는 딸이 태어난 후, 인간의 선량함을 믿는 판사를 만난 덕분에 한나는 갱생의 기회를 얻고 미국 텍사스 엘파소의 국경수비대원으로 매일매일이 전쟁같지만 딸 러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우연히 조직적인 마약협력 카르텔을 알게되고 그들은 한나에게 협력할 것을 강요하지만 마약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들과 적이되기로 한다.


러너와 함께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된 한나는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는 한국의 흰섬으로 아무도 반기지 않는 귀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평온을 위해 찾은 흰섬은 마약으로 촉발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아비규환이 된다. 살기위해 감염된 자들을 죽여야 하는 비감염자와 치료제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을 살리고 싶은 한나의 외로운 싸움이 이어진다.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출발한 의문스러운 발원지와 끊임없는 확산 그리고 무증상 감염자까지 흰섬을 고립시키고 있는 바이러스가 은연중 COVID-19를 떠오르게 한다. 일상을 파고드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비감염자들의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주변을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행동들은 잠깐의 쾌락을 위해 서슴치않고 마약에 손을 대는 그들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살아있습니다... 목숨을 건 치열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아 사랑하는 이들의 곁으로 돌아온 이들의 환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만한 곳임을 깨닫게 한다.


"하진은 그제야 자신이 손에 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극심한 공포가 아니라 살리자는 마음과 그 일을 함께 할 친구들의 손이었다."(p.336)​


연일 오르내리는 코로나19 때문인지 고립된 흰섬과 그곳에서 살기위해, 살리기위해 몸부림치는 한나의 노력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상황에 대한 격한 공감과 빠른 전개 덕분에 순식간에 독파할 수 있는 미스터리 좀비소설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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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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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라워터스에 대한 배경지식이 짧았던터라 책 자체로 끌렸다기 보다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였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와 관련된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하나라는 이유에 흥미를 느낀 책이다. 자주 접하지 못했던 퀴어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단지, 약간의 무게감으로 책장이 더디게 넘어간다.


런던의 밀뱅크 교도소를 배경으로 정숙하고 틀에 박힌 사고만을 해야하는 숙녀와 사기죄로 수형살이를 하고 있는 범죄자의 교감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보통의 경우라면 마주칠 일 조차도 없을 것 같은 두 여인의 대조적인 삶을 함께 보여준다고나 할까.


다소 답답한 일상을 살고 있는 마거릿 프라이어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마거릿의 심신 안정을 얻고자 하지만, 마거릿은 자신의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써내려가고 있는 일기장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밀뱅크 교도소의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되고, 교도관과 수감자 등 그녀가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미약한 영적능력으로 주목받지 못한 영매의 삶을 살던 셀리나 도스, 그녀는 어느날 자신의 엄마의 영혼을 불러 달라는 요청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주는 부유한 미망인 부링크 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불안정한 영매의 삶과 불운으로 밀뱅크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줌의 햇빛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곳 밀뱅크 E구역에서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흔적조차 사라진것 같은 수감자의 삶을 이어간다.


마거릿은 밀뱅크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아간다. 영혼을 불러낸다는 셀리나의 말을 믿지 못했지만, 그녀가 바라보고 있던 제비꽃의 유혹으로부터 시작된 묘한 느낌의 끌림은 천천히 그녀에게 스며들고, 그로인해 그녀의 밀뱅크 방문은 계속된다. 퀴어소설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두 사람의 짧은 면담의 분위기가 갈수록 야릇해지는것 같다.

"셀리나, 당신은 곧 태양 아래 있겠지요. 당신의 속임수는 성공 했어요. 당신은 내 심장의 마지막 실을 가졌어요. 궁금하군요. 그실이 느슨해지면, 당신이 그걸 느낄까요?"(p.524)​


자유롭지만 억압받는 상류층의 영애 마거릿, 아버지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것 조차도 주변의 시선을 신경써야하는 인형 같은 삶. 갇혀 있지만 자유로운 하류층의 셀리나, 부유한 귀부인들을 영매로 희롱하며 외로운듯 외롭지 않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상류층의 억압받는 숙녀 마거릿의 일기와 잡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영매 셀리나의 일기가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특유의 무게감이 있긴 하지만 흡인력있는 스토리로 다음장을 기대하게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은 이들에게 소리없이 다가간 영매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며 우리앞에서 사라진다. 의문을 남기고 사라진 것들에 대한 해답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이어지고 있는 야릇한 분위기와 함께 소름 돋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밀뱅크에서 입는 탁한 갈색 옷 한 벌, 하녀의 검은색 프록과 하얀 앞치마 한 벌. 트렁크에는 그것들이 마치 연인들처럼 뒤엉켜 있었다."(p.510)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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