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고양이, 그래도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류순미 옮김 / 문학사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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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를 비롯한 고양이들은 오래지 않은 과거, 단순하게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대상으로 기르던 애완동물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가족과 같은 존재의 의미를 담아 반려동물로 그 나름의 지위(?)가 급상승했다. 나 역시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힘들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현실에서의 목욕을 비롯한 산책 등은 생각보다 많이 번거로웠다... 그럼에도 온 우주가 집사밖에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를 볼 때나, 퇴근 후 집에 들어가는 집사를 반기며 꼬리가 떨어질까 겁이 날 정도로 흔드는 녀석을 볼 때면 귀찮음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후다. ^^;;

언론 보도에 따르며 이미 3집 건너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반려동물 인구가 2,000만 명에 이르는 등 우리는 이미 반려동물에게 중독되어 있다. 양적으로는 이미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동네에 도달한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요코 중독을 유발하는 무레 유코의 ‘그까짓 고양이, 그래도 고양이’는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그들의 의미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제목이라 하겠다. ‘그까짓’이라며 시큰둥한 척하지만, ‘그래도’ 너밖에 없다는 시크한 구애가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동네는, 길에 사는 개와 고양이가 아슬랑아슬랑 걸어 다니는 동네다. 특별히 사랑 받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괴롭힘을 당하는 일 없이, 그냥 그곳에 있는 게 당연한 그런 동네." (p.98)

본캐는 작가, 부캐는 애묘인이라 이를 정도로 요코의 글속 고양이 사랑은 유별나다. 애정 하는 고양이지만 ‘격하게 대책 없는 얼굴’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고양이들에 대한 애정을 한껏 시크하게 표현하는 무레 요코의 모습이 본심을 감춘 채 도도하게 집사를 바라보는 냥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강아지를 좋아하면 40대 이상, 고양이를 좋아하면 MZ 세대라고 할 정도로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의 정도가 세대별로 다르다. 나 또한 둘 중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강아지다. 간혹 개냥이가 있다고도는 하지만 대체로 도도한 고양이는 왠지 불편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은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다. 부비부비의 온기는 부족하지만 말랑 말랑한 핑크 젤리와 동그란 눈동자는 심장에 치명적이다. ^^;;

반려견과 함께하는 한 사람으로, 한밤중에 고양이가 깨워도 고된 몸을 일으켜 식사를 챙기고, 수시로 날리는 고양이 털 폭격을 참아주지만 곁을 내주지는 도도한 주인냥반을 참아주면서 ‘그까짓’이라 부르며 고양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무레 요코의 이야기가 공감을 부른다. 나 역시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살지만 울 집 강아지 둘리가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으니 말이다.

울 집 강아지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와 다른 길이의 생애 주기를 가지고 있는 둘리가 너무 빨리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될까 봐 종종 마음이 안 좋다. 이런 마음을 아는 걸까,,, 집사가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생을 마감하는 고양이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즈넉한 어딘가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라는 희망을 남겨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리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사랑한다 ^^’

"내게 남아 있는 희망이란 나고야 쪽에 있는 절인지 아니면 온타케산인지 아무튼 수행을 떠난 우리 고양이, 짭짤한 김을 좋아하던 착한 고양이가 어느 날 홀연히 돌아와주는 것뿐이다. 고양이가 길을 떠난 지 벌써 이십 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주문을 건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그까짓고양이그래도고양이#무레요코#문학사상#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요코중독#고양이#반려동물#동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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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전3권 + 다이어리 1종 세트 (다이어리 3종 중 1종 랜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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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톨스토이의 대역작을 정독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유혹적인 보랏빛 표지가 안나의 치명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것같아요~ 책속의 명문장이 고스란히 담긴 다이어리도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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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전3권 + 다이어리 1종 세트 (다이어리 3종 중 1종 랜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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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달리 불행하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가벼운 독서를 즐기는 탓에 무거운 고전은 재학 시절 문학 과목을 위해 읽었던 짧은 줄거리 정도와 문고판으로 정독보다는 휘리릭 읽어낸 정도가 고전 독서이력의 전부다. 그럼에도, 소담의 꼼꼼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가벼운 나의 독서습관을 고쳐보겠다는 욕심으로 1,500여 페이지 - 각 권의 두께부터 후덜덜 하다 - 달하는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 완독에 도전해 본다.


지난해 대학로 연극으로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대화’를 관람했었다. 그때도 정극에 대한 부담을 갖고 공연을 관람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고전은 책으로 읽기보다는 영상으로 ㅋㅋ,,, 이렇게 알게된 어설픈 줄거리는 '흠, 아는 스토리군~' 하는 자만으로 한 줄 한 줄 읽어내리는 정독을 방해한다. 때문에,,, 핑계긴 하지만 다른 책에 비해 독서시간이 좀 길다. 흠,,, 역시 등장인물의 이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OTL


전 세계 작가들조차 최고의 소설로 인정하는 톨스토이 역작, 소담출판사의 안나 카레니나는 치명적인 불륜의 대명사이자 자신의 의지로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 용기 있는 여성을 상징하는 그녀처럼 화려하고 신비로운 유혹을 내뿜는 보라색 표지로 독자를 유혹한다. 3권의 세트와 함께 구성된 붉은빛의 다이어리는 안나 카레니아의 명대사로 한번 더 욕심 많은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


사설은 이쯤하고, 그 시절 안나의 부유하고 화려하진 위선적이고 공허한 삶 ? 왠지 깃털 부채라도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 을 쫓아보기로 한다. 지금도 특별히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여인들에게는 당당할 수 없었던, 그저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평가될 수밖에 없었던 구속된 삶이 녹아있다. 물론, 불륜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생각은 없지만 같은 불륜을 저지르고도 대우가 다르니,,, 여성의 삶이 남성보다 고된건 변함없는 진실일 터이다.


흔하게 저지르는 불륜이지만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에 대항한 안나 아르카디예브나 카레니나(풀네임 한번 불러보고~)의 용기는 그녀보다는 그녀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당최 익숙해지지 않는 어려운 이름)의 체면을 위해 멸시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열정적이지만 불안한 사랑. 이전에 보았던 연극 속의 안나가 연기했던 가면 속 열정적인 무도회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단죄할 수 없는 불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드러내지만, 불륜의 대상이었던 알렉세이 카틀로비치 브론스키에게 조차 끝까지 유일한 사랑이라는 믿음을 얻을 수 없었던 그녀의 불안함이....


"이 짧은 시선에서 브론스키는 그녀의 빛나는 두 눈과 붉은 입술을 살짝 일그러뜨린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 사이에 감돌고 있는 억제된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넘쳐흐르는 어떤 것이 그녀의 존재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의 반짝임과 웃음으로 표출되는 듯했다. 그녀는 애써 눈빛을 감추려 했지만 그 빛은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희미한 미소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p.144)


운명의 장난처럼 안나는 오빠 스테판 아르카디치의 불륜으로 인한 부부문제를 돕기 위한 여행길에서 그녀의 평온한 삶을 흔드는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게 된다. 잠깐의 조우에 운명의 이끌림을 느낀 그녀는 브론스키의 끈질긴 구애에 불륜에 빠져들지만 결국엔 진정한 사랑보다는 집착의 흔적을 남긴다. 여기서 잠깐, 그녀는 왜? 불륜을 공개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불륜이란 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포장되기는 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인데 말이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자면 용기 있는 선택이었지만, 불행이 예견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형 역시 동생에게 불만이 있었다. 형은 동생이 하는 사랑이 어떤 종류의 사랑인지, 큰 사랑인지 보잘것없는 사랑인지, 열정적인 것인지 그렇지 못한 것인지, 윤리적인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그 자신도 자식을 두고 무희와 정분이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는 관대했다). 다만, 이 사랑을 좋게 봐주어야할 사람들이 못마땅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생의 행동을 인정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p.394)


이어진 2권에서는 허세에 찌든 보통 귀족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안나의 남편 카레닌과 대조되는 인물 레빈의 서사가 이어진다. 그는 보통의 귀족들과 사뭇 다른, 마음에 둔 여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귀족들의 풍요롭고 화려한 삶이 아닌 평화롭지만 척박한 농민의 삶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여인과 성실한 노동으로 일궈낸 안정과 행복을 말이다.


마지막 3권, 예견된 안나와 브론스키의 파국이다. 타오르던 사랑은 집착으로 변하고, 집착으로 인한 부담은 관계에 균열을 가져오기에 이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를 두고 온 안나의 가슴 앓이와 격정적인 사랑의 장막이 걷힌 불륜남녀의 현실을 돌아보는 시선,,, 결국 비틀린 사랑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어떤 선택이 정답일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만이 있을 뿐이다.


"'당신을 붙잡지는 않겠어요.'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 었어. '어디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도 좋아요. 당신은 남편에게 돌아가려고 남편과 이혼하고 싶지 않은게 분명하니, 돌아가요. 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게요. 얼마나 주면 되나요?' 그녀의 상상 속에서 그는 무례한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더없이 잔인한 말들을 그녀에게 쏟아 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마치 그가 실제로 그렇게 말한양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p.441)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만행을 지켜보며 러시아의 명작을 읽는 시간이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 이미 벌어진 전쟁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빨리 끝나기를 바라본다 - 안타깝지만 톨스토이가 대문호라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한 긴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꼼꼼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안나카레니나, #레프톨스토이, #소담출판사, #꼼꼼평가단, #고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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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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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네모시네(Mnemosyne) 기억의 여신, 추상적 개념 ‘기억’이 인격화된 존재로, ‘망각’이 인격화된 레테와 대립을 이룬다. (네이버 지식백과)

 

"므네모시네는 지하 세계에서 '기억의 연못'을 지배하는 여신이래요. 지하 세계로 가는 강물을 레테 강이라 하는데 그 강물을 마시면 생전의 기억이 사라진대요. 그런데 므네모시네의 연못 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하더라고요." (p.203~204)

누구나 미치도록 잊고 싶은 기억이 한두 가지쯤은 있다. 잊고 싶은 기억이 한두 가지쯤 이어서일까, 잊고 싶은 기억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만큼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여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 불리는 ‘치매’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인간을 극한의 두려움으로 몰아넣는다.

 

신체적인 노화와 기계에 의존한 연명은 ‘연명치료 거부’라는 제도 – 본인은 선택했다 할지라도 가족의 동의까지 얻어내는 것은 지난하긴 하지만 - 를 통해 무의미한 연명을 거부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한 형벌에 가까운 뇌기능의 손상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방법은 없다. 나약한 인간의 한 사람으로 그저 므네모시네가 끝까지 나를 지켜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타인의 기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기억술사’ 선호의 독백과 같은 이야기로 므네모스의 책장이 열린다. 커다란 도서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기억.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빛깔을 담을 도서관을 지니고 있다. 따뜻함이 넘치는 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무채색으로 가득 찬 어두운 도서관 또한 존재한다.

 

기억술사 선호는 타인의 기억을 보고, 정리하고, 원하는 기억을 찾아 줄 수는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기억 도서관에 꽂혀진 책장의 한 귀퉁이를 구겨도 보고, 씹어 삼켜보기도 하지만 그를 비웃듯 아픈 기억을 담은 책장 조각은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간다. 의도를 가진 삭제가 아닌, 원인을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의해 사라질 뿐이다. 몸서리쳐지게 잊고 싶은 기억은 찰거머리처럼 나를 괴롭히고, 하루하루 잊히는 게 아쉬운 이들의 기억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안개처럼 사라진다.

 

조금씩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희주. 무료한 일상에 길들여진 그녀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자주 사용하던 액세서리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녀에게 과거의 기억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지만,,,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낀 그녀는 잊혀가는 기억을 찾기 위해 선호의 ‘므네모스 상담소’를 찾게 된다.

 

여느 때처럼 희주의 기억 도서관을 찾은 선호. 그러나 그녀의 기억 도서관은 왠지 모를 공포를 자아내는 ‘그것’이 살고 있다. 그녀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가 분명 ‘그것’에게 있을 테지만, 좀처럼 ‘그것’에게 다가갈 수 없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희주의 기억을 찾아주고 싶은 선호는 그녀와 함께 그녀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그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모든 기억은 스스로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 모든 기억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잠깐의 평온함을 위해 힘든 기억을 잊고, 지우는 게 능사가 아닌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책장에는 책들이 가득했고 간간이 선오의 곁을 지나가는 몽그리들 역시 맑고 투명했다. 도서관은 어느새 환해져 있었다. 그곳에 있을리 없는 햇살이 느껴지는 듯했다. 선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책장을 어루만졌다. '이곳에 기록될 모든 기억이 너에게 아름답기를.......'" (p.234)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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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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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대로 행하되 남을 해치면 안 된다."

키르케 머피로부터. (p.195)

마법을 사용하고 각종 주술과 약물 제조에 능한 여성, 착한 사람 보다는 흉측한 매부리코와 주걱턱 그리고 몸서리쳐지게 기다란 검은 손톱을 장착하고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이들을 ‘마녀’라 부른다. 물론, 이들에 대항하는 착한 마녀들도 있지만, 이들은 마녀라는 이름보다는 ‘요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마녀’란 아이들에게 검은 흑마술을 쓰는 악의 상징이라 하겠다.

 

붉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흑발의 여인을 만나는 것으로 출발하는 ‘시커의 영역’은 마녀와 타로점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마녀와 타로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 같은 조합이다. 스스로 마녀가 되어 운둔하고 있는 베일에 싸인 여인과 그녀들에게 읽히는 시커의 미래.

 

타로사는 시커의 염원을 담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질문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읽어준다. 시커가 알지 못하는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커가 선택한 카드를 읽어낼 뿐이다. 시커 또한 스스로 선택한 타로가 보여주는 미래를 스스로 판단하고 받아들인다. 오롯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말이다.

 

“이단, 마녀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될 수 있어. 마녀의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면 되는 일이야. 다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면 신중해야 해. 나는 네가 선택한 카드를 읽어주는 사람일 뿐이야.” (p.140)

 

이수한 작가의 ‘시커의 영역’은 따뜻한 느낌이 감도는 붉은 벽돌집을 지나 자리 잡은 ‘이 연타로’를 운영하고 있는 타로사이자 스스로 선택한 마녀의 삶을 살고 있는 이연과 그의 딸 이단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외롭지만 신비스러운 마녀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만의 역사, ‘그림자의 서’를 채워나가는 이연. 열여섯, 봄의 마녀 모임에 참석한 유일한 동양인이자 최연소 마녀였던 그녀는 어느날 홀연히 찾아온 인연 푸른 눈의 이방인 에이단과 조금은 특별한 아이 이단을 낳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그녀만의 색깔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바라본다. 아이를 키운다기 보다는 아이가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타로의 특별한 현미경은 시커들의 의지를 읽어주는 것일까, 선택의 기로에 놓은 시커들에게 스스로의 열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저 조금, 아련한 신의 손짓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예상하지 못했던 운명의 끌림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절망적인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혈연으로 이어진 평범한 우리네 관계를 가볍게 허물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보다 견고한 운명의 관계를 이어간다. 마녀의 특별한 현미경에 읽혔지만, 모든 선택은 당연히 시커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듯 말이다. 모든 인생은 각자의 선택의 결과로 구축된 영역이며, 용서라는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각자의 몫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전한다.

 

"후회는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 하는 거야. 내가 마녀가 된 것은 물이 흘러든 자리에 강이 생기고, 발길이 닿은 곳에 길이 나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 이단, 네가 너로 태어난 것처럼." (p.139)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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