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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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네모시네(Mnemosyne) 기억의 여신, 추상적 개념 ‘기억’이 인격화된 존재로, ‘망각’이 인격화된 레테와 대립을 이룬다. (네이버 지식백과)

 

"므네모시네는 지하 세계에서 '기억의 연못'을 지배하는 여신이래요. 지하 세계로 가는 강물을 레테 강이라 하는데 그 강물을 마시면 생전의 기억이 사라진대요. 그런데 므네모시네의 연못 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하더라고요." (p.203~204)

누구나 미치도록 잊고 싶은 기억이 한두 가지쯤은 있다. 잊고 싶은 기억이 한두 가지쯤 이어서일까, 잊고 싶은 기억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만큼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여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 불리는 ‘치매’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인간을 극한의 두려움으로 몰아넣는다.

 

신체적인 노화와 기계에 의존한 연명은 ‘연명치료 거부’라는 제도 – 본인은 선택했다 할지라도 가족의 동의까지 얻어내는 것은 지난하긴 하지만 - 를 통해 무의미한 연명을 거부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한 형벌에 가까운 뇌기능의 손상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방법은 없다. 나약한 인간의 한 사람으로 그저 므네모시네가 끝까지 나를 지켜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타인의 기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기억술사’ 선호의 독백과 같은 이야기로 므네모스의 책장이 열린다. 커다란 도서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기억.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빛깔을 담을 도서관을 지니고 있다. 따뜻함이 넘치는 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무채색으로 가득 찬 어두운 도서관 또한 존재한다.

 

기억술사 선호는 타인의 기억을 보고, 정리하고, 원하는 기억을 찾아 줄 수는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기억 도서관에 꽂혀진 책장의 한 귀퉁이를 구겨도 보고, 씹어 삼켜보기도 하지만 그를 비웃듯 아픈 기억을 담은 책장 조각은 다시금 제 자리를 찾아간다. 의도를 가진 삭제가 아닌, 원인을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의해 사라질 뿐이다. 몸서리쳐지게 잊고 싶은 기억은 찰거머리처럼 나를 괴롭히고, 하루하루 잊히는 게 아쉬운 이들의 기억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안개처럼 사라진다.

 

조금씩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희주. 무료한 일상에 길들여진 그녀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자주 사용하던 액세서리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녀에게 과거의 기억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지만,,,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낀 그녀는 잊혀가는 기억을 찾기 위해 선호의 ‘므네모스 상담소’를 찾게 된다.

 

여느 때처럼 희주의 기억 도서관을 찾은 선호. 그러나 그녀의 기억 도서관은 왠지 모를 공포를 자아내는 ‘그것’이 살고 있다. 그녀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가 분명 ‘그것’에게 있을 테지만, 좀처럼 ‘그것’에게 다가갈 수 없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희주의 기억을 찾아주고 싶은 선호는 그녀와 함께 그녀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그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모든 기억은 스스로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 모든 기억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잠깐의 평온함을 위해 힘든 기억을 잊고, 지우는 게 능사가 아닌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책장에는 책들이 가득했고 간간이 선오의 곁을 지나가는 몽그리들 역시 맑고 투명했다. 도서관은 어느새 환해져 있었다. 그곳에 있을리 없는 햇살이 느껴지는 듯했다. 선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책장을 어루만졌다. '이곳에 기록될 모든 기억이 너에게 아름답기를.......'" (p.234)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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