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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 쩨쩨한 어른이 될 바에는
손화신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책의 첫인상은 신선했다.
어떤 여건인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려고 종종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난 더이상 어른이고 싶지 않음을 아이로 남아있겠다고 말한다는 것이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보통은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어른을 피터팬신드롬이니, 키덜트족이니 해가면서 철없음을 탓하는 이때 어른이 되지 않고 아이로 남아 있겠다는 희망이 귀여운 반항같이 느껴진다.
손화신 작가는 6년째 기자로 또 브런치 작가로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되고 싳은 것은 되지 않았고 되고 싶지 않은 것은 비교적 쉽게 됐다고 한다. 되고 싶은 여행작가는 못됐지만 에세이 작가는 됐고, 되고 싶은 방송작가는 못 됐지만 방송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기자가 됐다며 인생이 이상하게 흐른다고 말한다.
어릴적 꿈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근접한 꿈을 이루고 업으로 삼고 있다면 그나름대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항상 행복한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것을 매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생각해보면 아이였을때는 그닥 노여움을 타는 일도 없었고 기죽는 일도 없었던것 같다.
화나는 일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는 것으로 화를 해소하고 금붕어처럼 뒤돌아서면 무엇때문에 화가 나는지도 모르는게 일상이었었다.
왜? 라는 질문과 네, 아니오의 대답에 비교적 자유로웠으며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모른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철이 들기 전 - 창피함을 알게되고, 계급의 존재를 인식하고, 돈의 위력을 습득했을 때 - 아이들은 오늘만 살 것처럼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어린이는 '가질 수 있는 것'을 매일 가지고 그것에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린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다. 미래에 무언가가 되길 희망하기보다는 오능 무언가가 되는 이들 인 것이다." (p.19)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힘들어 진다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생활로 남겨두라고들 말한다.
아마도 어른이 되어 '직장'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는 그 순간 그 공간과 일이 아무리 좋아하는 것일지라도 '업'이 되어버리기 때문일거다. 즐겁게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가 아니라, 돈을 벌기위해 해야하는 일=숙제가 되버리기 때문일거다.
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비록 숙제일지라도 밤을 세서, 하루종일이라도 기쁘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뿜어낼텐데 어른들은 필요이상으로 좋아하는 일과 돈을 벌기위한 일을 꼭 분리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나도 어른이지만 어른들은 항상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몽땅 다 일로 만들어 버리나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쥬. 잘하는 거 해 봤자 일밖에 더 되겠슈" (p.78)
책에서 사례를 들었던 공짜쿠폰의 갈등은 나역시 수시로 겪으면서 매번 좋아하지도 않는 비싼 메뉴를 주문하곤 한다.
아메리카노를 제일 좋아하면서 아메리카노는 쿠폰으로 먹기 아깝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쿠폰으로 음료를 구입하는 날엔 내 손에 어김없이 딸기프라프치노가 들려있다. 맞다 얼마나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무료쿠폰의 2천원 남짓의 차액을 포기못하고 갈등하는 내가 안타깝다.
슬프게도 작가님 글처럼 무료쿠폰으로 아메리카노를 시킬 만큼 욕심없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 부자가 되는게 빠를 것 같다.
아이들을 지켜보면 친구가 되는게 참 쉽다. 누구든 간에 편견없이 '같이 놀자!'면 모든게 정리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친구는 관두고라도 맘편한 직장동료 만들기도 어려워 지는게 현실이다.
너무 많은 걸 자로재고 재단하면서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만 나의 범주에 넣어두려는 이기심때문에 갈수록 외로워진다.
"우린 친해지지 못했다. 내가 그를 역할로만 보는 바람에. 사란을 잃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p.194)
어른의 마음으로 행동했을 때 아쉬운, 후회되는 일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아이의 마음으로 하고 싶다는 소소한 희망을 담고 있는 글이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에서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비록 잘못된 것이 아닐지라도 지금의 순수하지 못한 마음을 반성하게 된다.
조금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유쾌하게 살아야 겠다.
아이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눈치보지않고 1개의 추를 내 마음이 더 가는 쪽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