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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이름, 허수아비 - 동네 컴퓨터 가게 아저씨의 촌철살인, 뼈 때리는 이야기
허수아비 지음 / 혜윰(도서출판)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컴퓨터 유튜버로 알려진 동네 컴퓨터가게 아저씨의 촌철살인, 뼈 때리는 이야기
첫 번째 이름을 마다하고, 두 번째 이름으로 책을 펴낸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본다.
요즘 SNS 등 가상의 공간에서 본명보다 소위 말하는 '닉'이 훨씬 더 잘 소통되고 있는 이유겠거니 하면서도, 책 소개를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굉장히 세련되셨구나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되는건 어쩔 수 없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여유 있는 주말 편안한 의자에 다리까지 쭉 뻗고 읽기 시작했다. 평소 출퇴근시간을 이용에 책을 읽는 것에 비해 아주 편안한 자세다.
저자 소개란에 50cm자로 따끔하게 혼내주신다는 설명이 있어서인지 목차가 특이한데다 알록달록하기까지 해서 눈이 간다.
1cm부터 시작해서 50cm까지 50개의 소주제는 동네 컴퓨터 가게 아저씨 유튜버 허수아비님이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에서부터 상암동 컴퓨터가게와 유튜버를 병행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50페이가 넘는 짧지 않은 글임에도 읽어 내려가기 쉬운 글이다. 유튜버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40대후반 50대 초반의 연령대에 있는 사람이라면 - 대학생 민주화 대모가 잦아들기 시작할때 쯤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 취업할때 IMF를 딱 맞닦트린 세대 - 시기적인 세월을 굴곡(?)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두 번째 이름 허수아비는 그 시절 누구나 그러했듯이 대학을 졸업하면 생활의 터전은 반드시 '서울'에 잡아야 한다는 목표(대다수의 사람들의 목표가 서울 살이였다)로 잡고, 졸업 후 서울 취업, 이직, 지방에서의 창업을 거쳐 어느날 문득 서울에서 본 63빌딩의 빛에 끌려 다시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의 실패와 성공, 정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있다.
"처절한 첫 번째 실패는 두 번째 도전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고, 첫 번째 도전의 교만함은 두 번째 경험애서 겸손을 더해 줄 것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p.60)
지금이야 1인 크리에터다 유튜버다 너나하고 달려들고 있지만 허수아비님이 유튜버에 뛰어 들때만해도 끼없는 사람은 감히 용기내서 접근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을텐데 그럼에도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유튜버에 관심을 갖고 있는건 익히 알고 있었으나, 기본적인 콘텐츠 구상도 없이 쉽게 장비부터 마련하려고 한다는건 무슨일이든 장비발로 해결하려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인 모양이다.
아이가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엄마가 기절할 정도로) 잘하기도(일반인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상위랭커) 한다.
프로게이머를 권유해도 싫다던 아이가 한동안 게임BJ에 관심을 보였던 적이있다. 장비며 화술 등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여전히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나도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장착하고, 아이가 고민할때 당당하게 '엄마가 BJ장비 셋팅해줄께 도전해봐' 하고 큰소리쳤던 경험의 보유자다.
아이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있지만, 컨텐츠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본인의 화술 부족까지 고려하고 있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아무생각없이 장비준비만 외쳤었다. 비록 아이가 게임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때만큼은 아이는 현명했고 엄마는 무모 했었던거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말을 들어줬던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이의 미래설계를 도와주기에 준비가 너무 부족한 엄마였음을 반성하게 된다.
앞으로는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려 줘야 겠다.
"행운은 그렇게 친절하게 당신을 돌봐주지 않는다. 행운은 당신의 등 뒤에서 기다리다가 당신이 온 힘으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려 노력할 때, 그때 등을 살짝 밀어준다. 그것이 행운이 해주는 전부이다." (p.175)
안정된 직장인에서 창업을, 실패의 기운을 감지한 PC방의 과감한 정리, 그리고 다시 창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같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유튜버 허수아비님을 응원하면서 책읽기를 마친다.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미 신발 끈을 묶어 버린 상태라면,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라." (p.233)